12월 8일 봉은사서 '법산 스님 금강경 5만 독송 기념법회' 봉행

동국대 이사장 법산 스님이 <금강경> 속에 담긴 지혜와 그 공덕에 대해 이날 법회에 모인 불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스님은 비움과 참회를 통해 상을 내려놓으면 바로 행복이 온다고 설했다.

2001년 11월 17일, 한 스님은 부처님 앞에서 <금강경> 10만독을 서원했다. 하루에 1독씩 한다면 무려 274년이 걸리는 일이었다. 매일 10독씩 한다 쳐도 28년 가량이 걸리는 대발원이었다.

60세가 넘어 긴 교직생활을 마무리 한 이 스님은 조용한 지리산의 선원에 들었다. 부처님께 서원한 <금강경> 독송을 이어가기 위해서였다. 하루에 많게는 25독까지, 스님의 정진은 이어졌다. 매일 틈틈이 행주좌와 <금강경>을 독송한 스님은 일흔이 넘은 나이에 드디어 <금강경> 5만독을 이뤘다. 바로 조계종 대종사이자 현재 동국대 이사장을 맡고 있는 법산 스님의 이야기다.

서울 봉은사(주지 원명)는 12월 8일 봉은사 법왕루에서 ‘동국대 이사장 법산 스님 금강경 5만독 성만 기념 특별 일요법회’를 열었다.

이 법회서는 법산 스님이 십수년간 이어온 <금강경> 독송에서 얻은 깨달음을 대중과 함께 나누는 법석이 펼쳐졌다.

“선(禪)을 아무리 오래해도, <금강경>을 아무리 많이 읽어도 한 생각을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합니다. 부처님이 깨닫고 일어나는 순간, 새벽에 샛별이 빛을 비추며 모든 업식이 딱 떨어진 돈오돈수의 순간이 바로 그 것입니다. 우리는 비우지 못하면 걱정과 근심의 번뇌에 사로잡힙니다. 모든 시공간을 뛰어넘어 딱 인식이 바뀌는 그 순간이야 말로 행복입니다.”

법산 스님은 <금강경>은 바로 ‘비움의 도리’이자 ‘비움의 철학’이라고 설명했다. 스님은 또 <벽암록>에 나오는 덕산 스님과 노파의 일화를 들었다. 이 일화는 ‘주금강’이라 불릴 만큼 <금강경>에 관한 독보적인 덕산 스님이 점심 때 호떡을 팔던 노파를 만나 나눈 대화다.

법산 스님은 “금강경에 이르길 ‘과거심불가득 현재심불가득 미래심불가득인데 스님은 어느 마음에 점을 찍으시렵니까(點心)는 질문에 덕산 스님이 거기에 콱 막혔다. 결국 한 생각 버릴 줄 알아야 하고 이것이 바로 상을 내려놓는 참회다”며 “이뭣고를 해도 참회가 되고, 금강경을 읽어도 참회가 되고 끊임없이 나를 비우고 비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님은 <금강경> 독송을 하고자 하는 대중들에게 <금강경> 독송의 공덕에 대해서도 전했다. 스님은 “우린 아상 인상 중생상이라고 하는데 결국 아상을 내려 놓는 것에서 이뤄진다. 하심을 하다보면 마음이 긍정적으로 변하고 세상일이 순리대로 가게 된다”며 “오늘 5만독의 공덕이 있다면 모두 여러분에게 드리고 싶다. 봉은사의 불사를 비롯해 여러분들의 모든 일이 잘 되시길 기원한다. 하루에 한번씩이라도 혹은 시간이 부족하다면 조금이라도 <금강경> 독송을 해보시길 권한다”고 말했다.

스님은 또 봉은사 신도회가 외호대중으로 참여하고 있는 위례 상월선원 천막결사에 대해서도 말했다. 스님은 “전에 말했듯이 위례는 꿈을 꾸는 곳이 아니라 꿈을 깨는 곳”이라며 “9분의 스님들이 꿈을 딱하고 깨고 나오면 불자대중들이 환희에 차는 새로운 태양이 떠오르고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광명이 비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법회에 앞서 봉은사 주지 원명 스님은 “삼화사 주지로 있을 때 <금강경> 독송을 발원 했고 이어오다 봉은사 주지를 맡게 되며 바쁜 일정으로 못하고 있다. <금강경> 독송은 나를 바꾸는 수행”이라며 “바뀐 나의 마음가짐이 바로 여러 공덕을 불러온다. <금강경> 독송 정진을 새롭게 시작하려하기에 많은 대중들이 함께 독송 정진에 동참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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