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서 출범할 ‘화합·혁신위’
한국불교 전체 미래상 디자인

민주·자주화, 불교계 앞선 과제
이제는 새로운 패러다임 찾아야
화합·혁신 키워드서 해답 존재해

‘화합·혁신’ 부처님이 걸어온 길
행복 실현위한 공동체 구성 목표

한국불교의 그랜드 디자인(Grand Design)을 도안할 화합과 혁신위원회가 출범한다. 그 위원회는 조계종에서 출범시키지만, 그랜드 디자인은 한국불교 전체의 미래를 그린다.

본격적인 출범에 앞서 출·재가의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기획위원회가 올 3월부터 수십 차례 회의와 워크숍을 하면서 한국불교의 방향과 목표, 전략과제를 사전에 준비하였다. 필자도 일원으로 고민을 같이 해왔는데, 현재의 시대 상황에 맞는 한국불교의 패러다임을 창출하는 것이 힘든 과제였다.

어떤 사회든 한 시대 사람들의 견해나 사고를 근본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테두리로서의 인식체계가 존재한다. 그것을 패러다임이라고 한다. 한국사회의 1980~1990년대에는 민주화자주화가 우리사회를 관통한 패러다임이었다. 패러다임은 당대 한국불교를 지배하는 패러다임이기도 하였다.

이러한 민주화와 자주화 패러다임은 그대로 한국불교의 패러다임을 형성하였다. 군사정권의 독재가 총무원장의 독재와, 미국에 대한 종속이 불교의 정권에 대한 예속과 결을 같이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총무원장의 독재를 종식시키는 것이 한국불교의 민주화로, 정권의 예속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한국불교의 자주화로 분출되었다. 이와 같이 민주화와 자주화는 그 시기 한국사회의 시대적 과제이자 한국불교의 시대적 과제였다.

그러나 이제 조계종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아야만 한다. 그리고 그 패러다임은 조계종을 넘어 한국불교를 관통할 수 있어야 한다. 민주화와 자주화라는 패러다임은 세속 사회에서는 절대적 이념이 될 수 있지만, 출세간의 불교교단에서는 그렇지 못하다.

민주화와 자주화라는 세속의 이념이 불교교단에서 절대시되면서 초래된 세속화 현상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두 이념 중에서도 민주화는 정치 과정을 통하여 성취되는 것인데, 조계종에서는 그 기능과 권한을 중앙종회에 부여하였다. 과거에 무소불위였던 총무원장의 권한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정치기구인 중앙종회의 영향력이 종단 전반에 미치면서 승가의 곳곳에도 정치가 스며들었다. 종단제도의 세속화가 승가운영의 세속화를 초래한 것이다.

지금은 1994년 개혁불사의 패러다임이 가진 세속적이라는 한계성을 넘어서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제시되어야 할 때이다. 그것이 한국불교의 새로운 100년을 열어야 하는 화합과 혁신위원회의 시대적 과제다.

위원회의 명칭에서 화합1994년 개혁불사의 정신을 계승해온 종단이 화합하지 못하고 있음을, ‘혁신은 그 종단이 새로이 혁신해야 함을 반증하고 있다. 화합하여 혁신함이 현재의 시대적 과제인 것이다.

이제 화합하여 혁신하는 길만이 조계종은 물론 한국불교가 살 길이다. 그 길은 부처님이 걸은 전법의 길과 다르지 않다. 부처님은 화합된 승가로서 교단과 사회를 혁신하였다.

이에 한국불교는 승가공동체와 사회공동체를 구현하여야 한다. 공유와 보살핌으로 화합하는 불교공동체를 만들고, 타자 중심의 보살행으로 융합하는 세계공동체를 이루어야 하는 것이다.

이 공동체의 궁극은 행복 실현이다. 모든 생명이 삶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나 행복하게 사는 세상, 이것이 곧 붓다의 공동체이다. 일체 중생이 갈등하지 않고 평화롭게 공생하는 세상, 그것이 또한 불교의 공동체이다.

앞으로 화합과 혁신위원회는 부처님이 이 세상에서 구현하고자 했던 모든 생명이 행복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그랜드 디자인을 그려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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