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매·연취 보살, 조계종 백만원력불사에 50억 원 쾌척

조계종 백만원력 결집불사에 50억 원을 쾌척하며 인도 부다가야 한국사찰 건립에 힘을 보탠 설매(사진 왼쪽), 연취 보살. 실명을 밝히지 않는 조건으로 사진촬영에 응했다.

37년 전 불연(佛緣)을 시작으로 도반의 길을 걸어온 현대판 두 장자(長者)가 부처님의 성도성지 인도 부다가야 한국사찰을 짓는데 50억 원을 쾌척하며 조계종 백만원력 결집불사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무엇보다 수십 년간 오신채를 먹지 않고, 하루도 거르지 않으며 108배를 올린 재가수행자들의 정진을 바탕으로 마련된 기금이어서 그 의미가 크다.

실명 대신 불명(佛名)인 설매(73)·연취(67)라고 이름을 밝힌 기부자들은 122일 조계종 백년대계본부 백만원력결집위원회가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서 마련한 기자간담회에서 불사금 50억 원의 기탁 취지와 의미 등을 설명했다.

설매 보살은 불교는 2600, 한국불교는 1700년의 역사를 갖는다. 중국의 현장 스님이나 신라 혜초 스님께서 구법을 위해 생사를 걸고 전 세계를 다녔다얼마 전 조계종이 백만원력 결집불사를 통해 부다가야에 한국사찰을 짓는다는 소식을 접했다. 부처님의 성도지에 사찰을 짓는 건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동참하게 됐다고 밝혔다.

두 도반이 약정한 금액은 50억 원. 백만원력 결집불사 사업 한 가지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을 정도의 큰 금액이다. 설매·연취 보살은 37년 전 인연을 맺으며 부처님 가르침대로 살겠다는 원력을 회향하고자 기부를 결정했다. 설매 보살이 설판을 서는 의미에서 1억 원을, 연취 보살이 불사의 원만회향을 기원하며 49억 원을 기부한다.

연취 보살은 이번 기부는 가족들도 찬성했다. 몇 년 전부터 가지고 있는 건물을 정리하고, 재산을 좋은 곳에 회향하려고 준비해왔는데 때마침 백만원력 결집불사가 시작됐다이미 건물 매매는 결정됐다. 내년 2월까지 세부절차를 마치고 현금으로 약정금액을 완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두 도반의 통 큰 기부로 부다가야 한국사찰 건립은 빠른 시일 내에 가시화될 전망이다. 두 도반은 기부를 결정하고, 조계종에 사찰명을 분황사로 해줄 것을 요청했다. 신라 선덕여왕이 분황사를 짓고, 자장율사를 궁으로 불러들여 황룡사 9층목탑을 세우며 외침에 대비하고 평화를 기원한 뜻을 기리기 위해서다.

세간에 알려지진 않았지만 두 도반은 불교계 NGO 지구촌공생회의 후원자로서 그간 몽골 유치원과 룸비니 초등학교, 케냐 여학생 기숙사 건립에도 동참하며 분황유치원’ ‘분황초등학교분황의 이름을 담은 불사를 이어왔다. 두 도반이 강조하는 일명 분황시리즈에는 분황의 범어 푼다리카의 뜻이 담겨 있다.

설매 보살은 분황은 법어로 푼다리카, 즉 최고의 연꽃인 백련을 의미한다. 부처님과 인연을 맺으면서 마음속에 항상 분황이 자리 잡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면서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 처염상정의 표상 연꽃이 전 세계에 퍼지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설매 보살은 이어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시대에 신라는 국력이 가장 약한 나라였다. 그럼에도 통일을 이뤄낸 건 분황의 참된 의미가 기반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우리나라도 통일을 해야 하고, 이는 이런 절실한 불심으로 해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고 부연했다.

조계종의 요청으로 언론 앞에 처음 나섰다는 설매·연취 보살은 현대 불교계서도 어른으로 손꼽힌 통도사 경봉 스님과 송광사 구산 스님 등 여러 스님들에게 가르침을 받았다. 수차례 출가 권유를 받기도 했지만 재가수행자이자 외호대중으로 살아왔다. 지금도 안거마다 선방 대중공양을 빼놓지 않을 정도로 신심이 깊다. 또한 두 도반은 오신채를 먹지 않고, 연취 보살은 매일 참회의 108배를 올리고 있다. 108배를 빼놓지 않기 위해 비행기 안에서 양해를 구하고 절을 올릴 정도로 철저히 수행해왔다.

설매 보살은 “3년 전 고려시대 보조 지눌 스님께서 정혜결사를 한 은해사 거조암에서 만발공양을 올리며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한국불교에 제2의 정혜결사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다모두가 2600년 전 부처님 성도하신 곳으로 돌아가는 초발심을 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백년대계본부 사무총장 일감 스님은 불사위원회를 거쳐 충분히 숙의해 한 푼도 헛되지 않게 쓰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부다가야에 연꽃이 피어나고 동북아에 평화의 바람이 불어 세게평화에 이바지하겠다는 원력을 잘 잇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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