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다시 오지 않는다
지금은 다시 오지 않는다
  • 현불뉴스
  • 승인 2019.12.02 01: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3. 일기일회(一期一會)

‘일기일회(一期一會)’는 ‘일생에 단 한 번 밖에 없는 기회’ 또는 ‘일생에 단 한 번 밖에 없는 만남’이라는 뜻이다. 주로 다도(茶道)에서 즐겨 사용하고 있는 문구로 ‘이번 만남은 내 생애 단 한 번 밖에 없는 소중한 시간, 소중한 일이므로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는 뜻이다.

일기일회는 법정 스님이 수필집 제목으로 쓰면서 널리 알려지게 된 사자성어다. 법정 스님은 수필 〈일기일회〉에서 “한 번 지나가 버린 것은 다시 되돌아오지 않는다. 그때그때마다 감사하게 생각해야 한다. 모든 것이 일기일회일 뿐이다. 모든 순간은 생애 단 한 번의 시간이며, 모든 만남은 단 한 번의 만남’이라고 했다.(필자가 정리한 것임)

일기일회는 다석(茶席), 즉 찻자리를 마련한 주인, 초정자의 마음가짐을 나타낸 말이다. 지금 당신과 함께 차를 마시고 있는 이 순간은 내 인생에서 두 번 다시없는 매우 소중한 자리, 소중한 만남, 소중한 시간이므로, 정성을 다하여 차를 대접하고 싶다는 뜻이다. 물론 차를 대접받는 입장에서도 같은 의미를 갖고 있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은 흔히 누구나 세 번 성공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사실 그런 기회는 한 번도 쉽지 않고, 사람에 따라서는 오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러므로 한 번의 기회나 만남은 매우 소중하다고 할 수 있다, 어떤 일이든 ‘생애 단 한 번 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매 순간마다 정성, 최선을 다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정성을 다한다면 무슨 일이든 좋은 결과가 올 수밖에 없다.

흘러간 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 날마다 찾아오는 날이지만, 어제와 오늘은 다른 날이다. 그래서 젊은 날은 다시 오지 않는다. 삶도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다. 만일 인생을 두 번 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모두가 여한이 없는 훌륭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일기일회’라는 말은 중국 진(晉)나라 원언백(袁彦伯=袁宏)의 ‘만세일기 천재일회(萬歲一期 千載一會)’에서 비롯된 말이다. ‘일기(一期)’란 일테면 ‘그는 70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했다’ 등에서 알 수 있듯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한 주기(週期), 즉 일생을 말한다. 그리고 ‘일회(一會)’는 딱 한 번(一)의 만남(會)을 뜻한다. ‘천년에 한 번뿐인 만남’이라고 생각한다면 만남의 의미가 진정 소중하고 새로울 수밖에 없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옷깃을 한 번만 스쳐도 500생의 인연’이라고 한다.

선불교에서는 스승과 제자의 관계(만남)를 일기일회(一期一會)로 표현하기도 한다. 선사, 스승과의 단 한 번의 만남, 단 한 번의 법거량과 선문답을 통하여 깨달음을 이루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 선승들이 깨달음을 이룬 인연이나 계기를 살펴보면 거의 한 번의 대화, 즉 한 번의 선문답에서 깨달음을 이룬 경우가 많다. 깨닫기 위하여 좌선을 하지만 실제 좌선 중에 깨달은 경우는 거의 없더라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스승, 또는 선사와의 만남은 진정한 일기일회로 중생에서 부처가 되는 등용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찻자리 뿐만 아니라 법회에 모인 것은 매우 드문 행운의 인연이 아닐 수 없다.

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도 지나고 보면 한두 번에 불과하다. 하고는 싶어도 이런 저런 일 때문에 못하는 경우도 있고, 또 좋은 선생이 없어서 못하는 경우도 있고, 특히 어학은 나이를 먹으면 거의 어렵다. 그러므로 배울 수 있는 기회, 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필요 여부를 떠나서 배워야 한다. 필요하지 않다고 하지 않으면 반드시 후회하게 된다. 그 시간에 친구를 만나면 술이나 잡담으로 시간을 보내게 되고 집에 들어가면 텔레비전이나 보게 된다.

지난 초봄에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제목이 선불교적인 제목이고 또 다도를 주제로 한 영화였는데, ‘일기일회’에 대하여 글을 쓰게 된 것도 이 영화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도 차를 매우 좋아한다. 정식으로 ‘다도(茶道)’를 하는 것은 아니고 그냥 작설차, 보이차, 말차 등 다양한 차를 마신다. 때론 차 때문에 오는 손님도 있고, 또 초청하는 경우도 있다.

다선일여(茶禪一如). 차는 곧 선의 세계이고 부처의 세계이다. 차를 마시면서 부처의 일을 논하면 부처가 되고 선을 논하면 선사가 되고 세속사를 이야기하면 중생, 세속인이 된다.

일기일회. 당신과 만나는 이 시간은 두 번 다시 오지 않는다. 일생에 딱 한 번 밖에 없는 만남. 젊은 날이 다시 오지 않듯이 현재 이 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SNS에서도 현대불교
뉴스를 받아보세요
많이 본 기사

금주의 베스트 불서 11/29 ~ 12/5

순위 도서명 저자 출판사
1 낡은 옷을 벗어라 법정스님 불교신문사
2 지금 이대로 좋다 법륜스님 정토출판
3 다만 그윽한 마음을 내라 (대행스님 법어집) 대행스님 한마음선원
4 우리는 늘 바라는 대로
이루고 있다
김원수 청우당
5 요가 디피카 B.K.S.아헹가/현천스님 선요가
6 느낌, 축복인가 수렁인가 (밝은 사람들 총서 14) 권석만 외 4인 운주사
7 당신의 마음에
답을 드립니다
(목종스님 상담에세이)
목종스님 담앤북스
8 아침이 힘든 당신에게
(홍파 스님이 보내는 짧은 편지)
홍파스님 모과나무
9 틱낫한 불교 틱낫한/권선아 불광출판사
10 역설과 중관논리
(반논리학의 탄생)
김성철 오타쿠
※ 제공 : 불서총판 운주사 02) 3672-7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