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소설(小雪)
무말랭이장아찌·청국장찌개·우엉전

소설은 음력으로 시월이지만 바람이 점차 차가워지는 것을 보니 겨울이 다가왔음을 절감하게 한다. 예부터 소설무렵에는 바람이 세지고 차가워진다고 하였다. 밭에 남아 있는 배추를 모두 뽑아서 김장을 하고 저장음식을 만들어 놓는 시기이기도 하다.

무말랭이는 햇살 고운 날 찬바람에 말려야 칼슘성분도 많아지고 맛도 좋아진다. 같은 무말랭이도 써는 방법에 따라 모양을 달리한다. 무는 직근이라서 칼질을 할 때 무가 세워진 방향을 따라 썰어줘야 말린 후에도 돌돌 말아 올라가지 않는다. 무말랭이장아찌를 오그락지라고도 하는데 말리면서 수분이 사라지고 주름이 잡히면서 오그라지는 형상 때문에 얻은 이름이다.

텅 빈 들녘을 바라보면서 황량한 바람을 마주하고 서보니 성주괴공의 이치를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된다. 무릇 모든 만물은 생겨나면 머무르고 그 형태를 점점 변화시키면서 공으로 돌아가니 그 무상함을 어찌 때때로 느끼지 않을 수 있겠는가?

푸르던 빛을 잃고 그 본분만 지닌 나무의 모습이 스님들의 동안거 정진력만큼 다리를 꺾고 다니는 일을 삼가고, 이 겨울 은인자중하라는 가르침과 상통하는 뜻일 게다. 여름철과 겨울철에 강의를 다니지 않는 철칙을 세운 이유도 나 역시 수행자의 모습을 잃지 않고 살기 위한 나름의 약속이었다.

사찰마다 메주 만드는 일손이 바쁘다. 얼기 전에 잘 말려 두어야 장 담기 전에 잘 띄워서 정월장을 담글 수 있기 때문이다. 메주콩을 푹 삶아서 황토방에 72시간을 띄우면 진득한 진이 나오는 청국장이 만들어진다. 방 온도를 20도에 맞추어야만 적당한 진이 만들어진다.

잡균을 통제한 청국장은 냄새가 구수하기만 하다. 경상대 유충호 교수님은 평생 발효 공부를 한 분으로 청국장박사이신데, 청국장 기계를 발명해서 연구실에서 청국장을 만들어 나눠주신다. 냄새는 나지 않으나 맛은 구수한 청국장이다.

금수암 황토방도 그래서 만들게 되었다. 겨울철 메주도 말리고 청국장도 실컷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었지만 물 쓰기도 불편하고 매번 날라서 옮겨야 하는 어려움으로 사실 자주 만들지 못하는 실정이다. 거기다가 띄운 청국장을 나무절구에 일일이 빻아야 하니 남의 손을 빌리게 되고 품삯이 많이 드는 청국장이 되어버린다.

겨울철 잘 숙성된 우엉 역시 사찰의 좋은 부식거리이다. 늘 밑반찬으로 등장하는 우엉조림은 이제는 김밥재료로 더 유용하기도 하다. 국일암의 우엉전은 노스님께서 출가 전 범어사에서 맛보신 후 재현한 음식이다. 아무래도 진주 월명암과 정취암에 사신 까닭에 우엉을 구하기도 수월하셨고, 우엉을 찌고 두드려서 넓게 편 다음 양념을 묻힌 후 밀가루물에 조금씩 떠서 묻히는 우엉전은 밀가루가 소량 들어간 멋진 부침개이다. 고임새로 높이 쌓아서 불공 후 내려서 함께 나누어 먹었던 전래음식중 하나이다.

그동안 모은 약재를 손질하고 법제하면서 약초국물 샘플을 만들어 시식을 해보고 있다. 단순한 간기를 맞추던 조리법에서 조금이나마 채식하시는 분들에게 기운 내라는 응원의 차원으로 나름의 맛국물이 좀 더 풍부해지기를 염원하면 만들고 있다. 하지만 사찰음식을 배운 젊은이들의 이탈이 점차 늘어나 한편으론 걱정이 앞선다.

사찰음식을 배운 많은 재가 젊은이들이 이 계통에서 발을 빼는 이유 중 하나는 모든 사찰음식 강의나 방송에서 스님을 원하기 때문에 아무리 실력이 있어도 자리 잡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필자 역시 15년 공부한 조교를 놓치고 말았다. 스님만 강의를 할 수 있는 형편이고 실제로 교계에서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으니 오래 배웠어도 역할이 주어지지 않고, 어시스트 수준에 머물러야 하니 답답하기도 할 것이다.

더러 창업하는 이들도 있지만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 의식전환이 필요한 부분이고 채식의 문화가 좀 더 확산되어야 가능한 일이 되지 않을지 염려도 된다. 금당연구회 회원들이 전국 각지에 뿌리를 내려서 각자 역할을 하고 있는데 이들에게 사찰음식을 등지지 않고 생활의 활력이 되는 요소를 찾아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무말랭이장아찌

무말랭이장아찌

재료: 5, 집간장 1, 양조간장 5, 조청 2

1. 무는 썰어서 말린다.

2. 간장과 조청을 섞어서 한 번 끓인다.

3. 항아리나 유리병에 무말랭이를 꾹꾹 눌러서 가득 담고 장물을 붓는다.

청국장찌개

청국장찌개

재료: 청국장 100g, 30g, 애호박 30g, 두부 반모, 배추 2, 소금 작은술, 건표고 20g, 다시마 20g

1. 5컵에 다시마와 건표고를 넣고 7분간 끓인 후 불을 끄고 건더기를 건져내 국물을 만든다.

2. 각 재료를 사각썰기로 썬다.

3. 배추는 끓는 물에 데쳐낸다.

4. 청국장은 채수 1컵에 개어놓는다.

5. 냄비에 맛국물을 붓고 무와 두부를 넣고 끓인다. 끓어 넘치려 하면 호박과 배춧잎을 마저 넣는다.

6. 개어놓은 청국장을 넣고 한번 끓으면 소금으로 간을 하고 불을 끈다.

우엉전

우엉전

재료: 우엉() 2~3, 밀가루 ½, 고춧가루 ½t, 집간장 1T, 참기름 1T, 참깨가루 ½t 부침유(식용유 1T, 들기름 1T)

1. 우엉은 껍질을 칼로 살살 긁어내고 15로 잘라 찜기에 쪄낸다.

2. 고춧가루, 집간장, 참기름, 깨가루를 넣어서 양념장을 만든다.

3. 밀가루는 체에 치고 물 ½컵과 집간장 1t를 넣고 반죽옷을 만든다.

4. 찜기에서 쪄낸 우엉을 반으로 칼집을 내어 살살 두드려 편다.

5. 우엉에 수저를 이용해서 2에서 만든 양념장을 골고루 바른다.

6. 팬에 불을 올리고 우엉을 놓고 반죽을 수저로 조금씩 펴 바른다.

7. 부침유를 두르고 지져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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