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길, 1시간을 걷는다는 지인의 이야기를 들었다. 차를 이용하지 않으니 교통비가 절약되고 건강에도 좋다고 했다. 무엇보다 걸으면서 생각이 정리되고 마음이 차분해져서 차로 출퇴근할 때보다 여러모로 마음에 여유도 생겼다고 했다. 매일 빨리 빨리를 반복하며 아이를 등교 시킨 뒤, 숨 가쁘게 차를 몰아 출근하는 나로서는 어쩌면 힘겨울지도 모르는 그의 출퇴근길 걷기가 그렇게 부러울 수 없었다.

차를 이용할 때보다 한 시간 먼저 일어나 점점 추워지는 날씨에 걷는다는 게 쉽지는 않은 일이지만 건강과 사색, 교통비 절약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그의 걷기는 환경이라는 네 번째 토끼까지 잡는 소중한 걷기가 아닐까 싶었다.

매년 65일을 환경의 날로 정해 환경 보전을 위해 범세계적으로 모두가 참여하여 실천을 공유하고 있다. 올해의 환경 주제는 대기오염 퇴치인데 우리나라의 경우 환경의 날 슬로건으로 푸른 하늘을 위한 오늘의 한걸음을 정했다.

지구상 92%가 오염되거나 위험한 수준의 공기를 흡입하고 있고, 매년 대기 오염으로 인해 발생하는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투입되는 비용이 5조에 달한다고 하니 나의 한걸음은 엄청난 가치가 있는 일이기도 하다. 한걸음의 보시, 한걸음의 자비라고 생각한다면 조금 불편해도, 조금 익숙하지 않아도 오늘의 한걸음을 시작해 볼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매년 봄만 되면 미세먼지 주의보로 학교마다 체육 시간 바깥 운동이 금지되어 아이들을 슬프게 만들고 그럴 때마다 중국 탓을 하곤 했다. 그러나 최근 중국은 11월 발표된 한중일 3국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미세먼지의 원인이 한국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공격해 왔다.

동북아 장거리 이동 대기오염물질 국제 공동연구(LTP)’ 요약 보고서를 발간했는데 그 보고서에는 황산화물, 미세먼지와 같은 중국 대기 오염 물질이 한국 3개 도시에 미치는 영향은 평균 32%, () 일본 영향은 25%로 파악됐다는 것이다. 반면 서울, 대전, 부산의 초미세먼지 발생 요인을 분석한 결과 자체 기여율이 51%로 나타났다.

중국의 영향보다 절반 이상을 국내에서 발생한 오염 물질이 미세먼지의 원인이라는 이 보고서대로라면 이제 중국 탓을 멈추고 우리 스스로 대기오염을 줄이려는 노력에 더욱 능동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1123~24일 미세먼지 등 동북아 환경 현안을 논의하는 제21차 한··일 환경장관회의를 연 까닭도 서로를 탓하기보다는 다 함께 힘을 모아 동북아의 맑은 하늘을 되찾아야 한다는 자각에서다.

3국 환경장관들이 모여 앉았다고 당장 해결책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결국은 세 나라에 살고 있는 국민들이 대기 오염을 줄이기 위한 실천을 할 때 장관들의 만남이 힘을 얻을 것이다.

출퇴근을 걸어서 하는 지인이 환경장관보다 힘 있어 보이는 이유다. 나도 낙엽 떨어진 가을 끝자락의 길, 푸른 하늘을 위한 한걸음을 내디뎌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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