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비의 비갓은 팔작지붕형이고 지대석(地臺石)은 땅에 묻혀 있다. 비문(碑文)은 마모가 심하여 판독이 어려운 상태다.” 이는 현재 경기도 유형문화재 제125호 안양 삼막사 사적비의 안내판 내용이다. 팔작지붕, 지대석 등 전문가가 아니면 알 수 없는 내용으로 안내가 돼 있다. 이를 바탕으로 영문 안내판을 만들었을 터이니 외국인들이 이해하기를 바라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이 같이 문화재 안내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안내판들이 쉽고 재미있게 개선된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문화재청은 전국 1,392건의 문화재에 설치된 약 2,500여 개의 안내판을 알기 쉽고 보기 쉽게 개선 중에 있다.

문화재 안내판 개선사업은 정부혁신 사업으로 2022년까지 약 3,500여 건의 문화재에 설치된 안내판 정비를 목표로 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이해하기 쉬운 문안, 국민이 알고 싶은 정보 중심의 유용한 문안 등을 개선 방향으로 정하고 사업을 추진했다.

그간 문화재 안내판은 전문 학술서나 교과서에서 볼 수 있을 정도의 내용으로 채워져 왔다. 한문 위주의 전문 용어들로 현재 한글 세대가 이해하기에는 무리가 따랐다. 하지만 이번에 개선된 문화재 안내판에는 문화재를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서 설명했으며, 지역 설화 등을 반영해 흥미를 유발할 수 있게 했다. 상상도나 도상으로 문화재의 이해를 돕는 것도 눈길을 끈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듯 아무리 좋은 문화재도 제대로 된 설명이 없다면 의미가 없다. 불교계 역시 어려운 불교미술용어를 대중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서 전할 수 있어야 한다. 불교문화의 대중화는 이런 작은 것에서 시작된다.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