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법상종 1천년 전통 수의의식 도전해

철야로 이어지는 법상종 의식
한문논서 10문제 무작위 출제
생애 단 한 번만 응시 가능해
“외국인 출가자 합격 이례적”

학인을 상징하는 흰 가사장삼을 수하고 수의시험에 응하는 자이레 스님. 사진출처=아사히신문

1천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법상종의 암송시험인 수의(竪義)’를 통과한 독일인 스님이 화제다. 1122일 일본의 산케이신문’ ‘마이니치신문’ ‘아사히신문등은 유서 깊은 시험에 당당히 합격한 독일출신의 자이레 교에이(Saile ) 스님과의 인터뷰를 특별 보도했다.

지난 1113일 밤, 일본 나라시에 소재한 천년고찰 코후쿠지(興福寺)에서는 법상종의 개조인 규기대사의 유덕을 기리는 법회, ‘자은회(慈恩)’에 맞춰 특별한 행시가 열렸다. 법상종의 교학을 구두로 시험하는 수의(竪義)’의식이다. 코후쿠지의 수의의식은 981년부터 지금까지 끊이지 않고 내려온 유서 깊은 행사다.

수의의식은 철야로 진행되며 법상종의 논서에서 총 10문제가 출제된다. 초기에는 실제 질의응답이었으나, 후대로 가면서 문제지와 답안지가 확정돼 수험자는 모든 문제의 답안을 한 글자도 틀림없이 암송하는 방식으로 변했다. 막대한 양의 한문암기가 필수이고 10문제가 무작위로 출제되기에 모든 문제를 급제한 이는 여태껏 없다.

수의의식에 응시하는 수험자는 외부와의 접촉이 차단된 채 약 한 달간 시험의 답안지를 모두 암기한다. 단순 암기가 아닌 암송시의 운율이나 예법을 교육받는 습의도 함께 진행된다. 이 기간 중에는 오후불식과 묵언을 지켜야 한다. 누워 자는 것도 허락되지 않고, 도량의 모든 전각에서 예불을 올리는 등의 수행이 이어진다.

이처럼 특별한 시험이기에 법상종의 승려는 노소를 불문하고 생애 단 한 번만 응시할 수 있다. 그 무게가 막중해 수험자가 불합격 시 재적사찰에서 추방된 전례도 있다. 단 합격자는 어엿한 학승으로 인정받고, 본산 산내 암자의 주지가 될 수 있는 등용문이기도 하다. 이런 수의의식에 법상종의 본산인 코후쿠지 소속의 스님이 수험자로 나선 것은 8년만이다.

이번 시험에 합격한 자이레 교에이 스님(41)은 독일 함부르크 출신으로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에서 일본고전문학을 전공했다. 이후 오사카 외국어대학과 버클리 대학의 대학원에서 불교문학과 불교학을 공부했다. 2010년 일본중세 법상종의 유식학에 대해 연구하기 위해 교토의 류코쿠 대학에서 연구원 생활을 시작한 것을 인연으로 이듬해 코후쿠지로 출가했다.

스님은 이래로 코후쿠지를 방문하는 외국인들을 주 대상으로 불교와 법상종의 교학에 대한 설명, 대중강연 등 다양한 포교활동에 전념해 왔다. 그 가운데 더욱 깊은 교학적 이해와 스스로의 수행을 다잡기 위해 수의시험에 응시했다.

스님은 시험을 합격한 소감에 대해 꼭 동아리나 스포츠클럽의 합숙훈련을 마친 느낌이다. 한창 예비수행과 문답 중에는 매우 엄격했지만, 끝나고 보니 뭔가 알 수 없이 쓸쓸하다며 웃어 보였다. 스님은 처음 수의에 응시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혹독하다며 걱정했지만, 나로서는 이상적인 환경 속에서의 수행이었다고 전체 과정을 회상했다.

코후쿠지 측은 외국인 출가자가 수의에 합격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취재진에게 전했다. 자이레 스님은 앞으로의 행보에 대한 질문에 “(수의시험은) 아무래도 조금 더 잘 할 수 있었으리란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앞으로 많은 분들이 불교를 더욱 쉽게 알 수 있도록 자신의 수행을 통해서 소개할 생각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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