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까마귀 들락날락

강행원 지음/노북 펴냄/1만 4천원

평생을 화가와 문인이며 불교인으로 살아온 강행원 화백〈사진 위〉의 5번째 시집 〈금까마귀 들락날락〉이 새로 나왔다. 이 책은 화가로 꾸준한 집필 활동을 해온 강행원 화백이 그림과 함께 담백한 시어로 그려낸 시화집이다. 책 속에는 불교인으로서의 시각과 언어가 그림과 시로 잘 버무려져 있다.

불교 철학적 메시지 작가 특유의 감정과 감성 담아 시어로 풀어내
시집엔 삶을 맑고 진솔하게 살고 싶은 저자 마음이 간절히 묘사돼

한 동안 불교에 귀의해 수도자로서의 삶을 살았으며 민중 미술을 이끌고 늘 인문학을 가까이 하며, 인문화를 즐긴 화가 강행원의 삶을 시화집 형식으로 담았다. 존재의 이치를 터득하는 불교 철학적 메시지를 작가 특유의 감정과 감성을 담아 시어로 풀어냈으며, 그의 폭넓고 깊은 불교 사상과 사유에 바탕을 둔 그림도 담겨 있다.

평소 불교인이라면 불교에 이르는 진리를 생각해 보고 참 행복으로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되며, 일반인이라면 종교를 떠나 누구나 한번쯤 되짚어 볼 수 있는 생과 사의 의미를 생각해 보고,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법을 모색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햇살의 뜨거움을 당당히 마주한 작가가 이제 석양을 바라보며 담담히 써내려간 글과 그림을 한 권의 책에 압축하듯이 엮어 냈다.

한국화, 서예, 인문화 등 한국 회화(繪畵)의 전반적인 분야에 조예가 깊고 진보적인 생각을 좇아 문화 운동에 참여해 민중 미술을 이끌었으며, 특히 인문학을 가까이 한 화가의 다방면의 역작을 한 권 시집에 담기엔 어려움이 있었으나, 작가가 꼭 원하는 부분을 위주로 간추려 담았다. 시집에는 삶을 맑고 진솔하게 살고 싶은 그의 마음이 간절하게 묘사돼 있다. 그는 아직 맑은 웃음으로 삶을 당당하고 진솔하게 마주하고 살아간다. 정신적인 고향과도 같은 붓다의 사상이 그의 삶의 기저에 자리잡고 있으며, 불교를 기반으로 한 평소의 사색 습관이 발양해 그의 예술 세계 심층엔 늘 영원성에 대한 정신 세계의 갈망이 드러난다.

우주의 모든 존재들을 불성으로 해석하고 특히 이 시집에서는 불자 입장서 보게 된 존재의 이치, 불교 일색의 철학적 내용에 감정을 담아 감성적 언어로 풀어냈다. 정제된 시에서는 접할 수 없던 저자만의 솔직하고 담백한 감성이 오롯이 담겨 있다.

저자의 그림과 함께 붓다의 가르침을 신앙하는 마음 수행을 통해서 그간에 느낀 저자의 자유스러운 시 감성을 담담한 시어로 담았다. 부록인 사색의 상념은 세계 3대 종교라 할 수 있는 불교, 기독교, 이슬람교의 탄생사를 한 눈에 살펴보고 작가의 눈으로 담담히 써내려간 각 종교에 대한 해석도 관심거리이다.

시문학이라는 예술 형식이 철학적 종교적인 사고에 접합돼 있다는 점 때문에 종교적 배타성을 가진 이들에겐 흥미가 없을 지 모른다. 하지만 저자는 그가 누구라도 종교를 가진 자 즉, 신앙하는 자 입장에서 ‘다른 종교를 모른다는 것은 나의 종교를 모른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또한 그는 진리라고 해서 고정불변한 어떤 교리가 아니며, 우리가 생각하는 이데올로기 같은 것도 아니다. 우주 본체가 바로 진리임으로 따라서 진리는 과거도 현재도 없고, 미래도 없이 언제나 그대로 있다고 강조한다.

더욱이 그의 시상은 글로벌한 오늘의 문명에 우리 인류가 결합한 현대의 병이 유물주의에서 비롯된 자본주의 사상에 젖어 끝없는 물욕서 헤어나지 못함을 주목했다. 이 속에서 행해지는 모든 행불행에의 문제들은 마음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인생의 삶은 극락(천당)이 되기도 지옥을 만나기도 한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불교를 통해서 명상이라는 사색의 길인 선사상이 집약된 선시인 점이 우리의 본성을 회복하고자 하는 특징을 지녔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우리가 왜 종교를 찾고 시를 읽는가를 한번쯤 생각하게 만든다. 무위한 자연으로부터 오는 감성을 느끼고 더 나아가 마음 수행을 강조한 붓다의 말씀을 한번쯤 새겨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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