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함전서〉16권

김윤수 지음/운주사 펴냄/세트가 15만원

〈아함경〉은 붓다의 가르침을 가장 원형에 가깝게 전하는 경전이다. 따라서 후대에 가공되거나 각색되지 않은, 부처님 당시의 날 것 그대로의 모습과 가르침을 만날 수 있다.

초기불교경전은 빠알리어로 기록된 남방불교의 5부 니까야와 한문으로 번역된 북방불교의 4부 아함경 두 종류가 있다. 이들은 초기 불전이라는 측면서 당연히 서로 상응하고 유사한 내용으로 이뤄져 있지만, 한편으로 체제나 내용 등에서 다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근래에 니까야에 대한 번역과 관심이 늘고 있다. 그리고 니까야가 가지는 역사성과 정통성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함경〉이 갖는 중요성이 폄하돼서는 안될 것이다. 〈아함경〉은 우리가 오랜 세월 사용해서 익숙한 한자로 번역되고 기록되고 개념화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불교의 기본 용어와 개념들, 즉 사성제 오온 육입 십이처 십팔계 연기 해탈 삼명 육통 열반 사념처 사정근 사신족 오근 오력 칠각지 팔정도… 등이 〈아함경〉서 정리되고 산출된 것이다. 4부 아함 중 〈잡아함경〉은 상응하는 주제를 중심으로 해서 경들을, 〈증일아함경〉은 법수를 중심으로 해서 경들을, 〈중아함경〉은 중간 길이의 경들을, 〈장아함경〉은 긴 길이의 경들을 모아 엮은 것이다. 이 책은 한역 4부 아함 전체의 체제와 용어들을 통일하고, 이해하기 쉽고 현대적인 우리말로 번역했으며, 상세하고 방대한 주석을 단 대역작이다.

특히 4부 아함 중 〈증일아함경〉의 번역 및 주석서는 이해하기 쉽고 현대적인 우리말 번역과 치밀하고 방대한 주석이 특징이다.

〈증일아함경〉은 상응하는 〈앙굿따라 니까야〉와 대조할 때 몇 가지 뚜렷한 차이가 있다.

첫째, 경의 수이다. 〈앙굿따라 니까야〉의 경우 9,557개의 경이 수록된 반면 〈증일아함경〉은 670개의 경에 불과하다. 게다가 서로 내용이 일치하거나 대응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경들을 가려보면 150개 경 정도이다.

둘째, 〈증일아함경〉 전반에 대승불교의 흔적이 뚜렷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보살’이라는 용어가 깨달음을 구하는 중생 일반을 가리키는 보통명사적 의미로 쓰이고 있을 뿐 아니라, 육바라밀, 삼승, 소승 등의 용어까지 등장한다. 셋째, 〈증일아함경〉에는 길이가 상당히 긴 경이 다수 포함돼있고, 이는 대부분 본생담이나 인연담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한편 저자 김윤수는 1951년 경남 하동서 태어나 1975년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1976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1981년부터 10년간 판사로, 1990년부터 10여 년간 변호사로 2001년부터 다시 판사로 일하다가 2011년 퇴직했다. 저서로는 〈육조단경 읽기〉 〈주석 성유식론〉 〈불교는 무엇을 말하는가〉 〈여래장 경전 모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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