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진건 교수, 한국불교사硏 집중세미나서 지적

10년간 불교명상 입문서 살펴
108종 발간… 외국 저자 42%
‘불교명상’ 연구 인프라 부재해
학제 간 융합 연구 등 이뤄져야
철학·사학·예술 입문서 분석도

지난 2008년부터 현재까지 불교명상입문서는 총 108종이 발간됐으며, 이중 42%가 외국 저자의 번역물인 것으로 조사됐다.

문진건 동방문화대학원대 불교문예학과 교수는 11월 16일 동국대 다향관 세미나실에서 ‘불교입문서 간행의 현황과 분석 그리고 대안’이라는 주제로 열린 제25회 집중세미나에서 이같이 밝혔다.

‘불교명상 입문서 간행의 현황과 분석’을 발표한 문 교수는 국내에서 ‘명상(meditation)’이라는 용어를 언제부터 사용했는지를 먼저 살폈다.

문 교수에 따르면 문헌상 명상이라는 용어가 나타난 것은 1930년대 국내에 출간된 일본어 서적에서였다. 1950~60년대에도 명상이라는 말이 확인되지만 수행보다는 사색에 가까운 의미였다. 한국불교계는 1980년대가 돼야 ‘명상’이라는 용어를 수행법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하지만 그 빈도는 적었다. ‘명상’이 불교 전반에 걸친 수행법을 대표하는 용어로 사용된 것은 2000년대 이후다.   

이에 문 교수는 “불교의 수행법에 명상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있지 않았다가 서양 불교 연구와 심리치료의 명상프로그램 도입이 증가하면서 국내 불교학계가 서양의 방식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아직 ‘불교명상’에 대한 명확한 입문 교과서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밝힌 문 교수는 초보자를 위한 참고서적을 입문서로 간주하고 현황을 조사했다. 그는 국립중앙도서관과 교보문고 웹사이트를 통해 자료를 수집했다. 기간은 2008년부터 2019년까지 약 10년 간이다.

이를 통해 집계된 불교명상 입문서는 총 108권이었다. 기간별로는 2008년 5권에 불과했던 불교명상 입문서 종수는 2012·2013년 각각 18종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감소 추세로 접어들며 2017년에는 3권의 발간 종수를 보여준다. 하지만 2018년에는 다시 12권으로 종수가 증가해 회복세를 보였다.

문 교수는 “2012년 종수의 증가를 보인 명상 분야는 초기불교였고, 2013년에는 명상 일반이었다”면서 “이는 위빠사나와 사마타와 같은 초기불교 명상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구글 트렌드 분석에 따른 2000년대 중반까지는 간화선 검색 빈도가 높았으나 2005년부터는 위빠사나와 사마타 검색이 급증했다. 2011년 힐링 열풍이 불면서 ‘불교수행법’ 검색보다 ‘명상’ 검색 빈도가 높아졌다”면서 “2012, 2013년 초기불교 명상에 대한 입문서 종수의 급격한 증가는 일반 대중의 ‘명상’에 대한 관심 증가와 상관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저자 분석을 통한 문제점도 제기했다. 문 교수에 따르면 108권의 불교명상 입문서 중 외국인 저자는 총 45인으로 전체 42%에 달한다. 내국인 저자 62인 중 34인이 승려로 내국인 저자 중 55%를 차지했다. 재가 저자 28인 중 전공자는 6인이었고, 비전공자는 16인이었다.

이에 대해 문 교수는 “지난 10년간 발간된 불교명상 입문서의 42%가 외국 번역물이었던 것을 보면 국내 불교학자들의 불교명상에 대한 관심은 낮은 편이며 연구도 부족하다”면서 “불교명상이 국내에서 학문으로 확립되기 위해서는 불교명상에 대한 전문성이 강화돼야 하는 데 국내에는 이를 통합적으로 연구하는 학자가 드물다”고 지적했다.

이어 “명상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불교명상의 관심은 멀어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불교명상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라도 국내 불교학계는 학제 간 융합연구와 같은 적극적 연구 인프라 구축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이날 세미나에서는 △불교사학 입문서 간행의 현황과 분석(이성운, 동방문화대학원대) △불교철학 입문서 간행의 현황과 분석(고영섭, 동국대) △불교예술 입문서 간행의 현황과 분석(백도수, 능인불교대학원대)이 발표됐다.

논평자로는 이자랑(동국대 불교학술원), 김종인(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박영란(동국대), 신광희(한국예술종합학교) 박사가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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