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굴가
‘효의 사회화 운동’에 앞장서는 사회복지법인 연꽃마을의 4대 대표이사 원상 스님<사진>이 그간 써온 글들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2020년에 30주년을 맞는 연꽃마을을 기념함과 동시에, 열아홉 살 출가해 34년째 수행 정진 중인 원상 스님의 지난 세월을 되새기는 의미를 담은 책이다.
복지법인 연꽃마을 4대 대표이사
자비사상 계승 발전 바램 담아내
은사스님 기념관과 사리탑 기획중
저자인 원산 스님은 “제가 살아오면서 늘 판단을 잘못해 고생스럽게 사는데, 두 가지 판단은 잘했다고 생각한다”며 “첫째는 젊은 날 출가한 것이고, 둘째는 선방 수좌가 된 것”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이 책은 원상 스님이 일상서 겪은 일화들과 소소한 감상에서부터, 은사인 각현 스님의 뒤를 이어 연꽃마을 책임자로서 자비 사상을 계승 및 발전시키고자 하는 바람까지 모두 아우른 글 모음집이다.
원상 스님 화두는 ‘연꽃마을’
30년 전 덕산당 각현 스님은 “마을마다 연꽃마을, 마음마다 연꽃마음”이라는 구호로 전국을 누비면서 사회복지법인 연꽃마을의 기틀을 만들어 당시엔 불모지나 다름없던 불교계 복지에 새 바람을 넣었다. 연꽃재단 굴지의 시설들은 전국 70여 개를 이루었고, 정부 평가서 상위 5퍼센트 안에 드는 우수기관으로 선정돼 타의 모범이 되고 있다.
현재 원상 스님이 이끄는 연꽃마을은, 5년 전 입적한 각현 스님의 유지를 받들어 법인 1호 시설이던 용인 전문요양원 옆 천혜의 요지에 법인사무처와 은사 스님 기념관을 수용할 수 있는 건물과 사리탑을 조성해 백년대계를 기획중이다. 이 책에는 원상 스님이 스승의 뜻을 잇고 재도약하고자 하는 간절한 염원이 담겨 있다.
열아홉 행자 마음과 수행서 얻은 깨달음
원상 스님은 어린 시절 어머니를 따라 처음 부처님을 믿게 되었다. 열아홉 살 때 집을 떠나 삭발염의(削髮染衣) 했고, 속리산 법주사 행자실 막내가 되어 인생의 새로운 시작점에 섰다. 마음이 붕 떠서 보따리를 싸고 싶었을 때 자신을 위로해준 도반 행자님 덕분에 다시금 마음을 다잡았고, 어려운 고비를 넘어 사미십계를 받고 스님이 되었다. 그 순간순간들이 이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원상 스님은 정진 중에 사계절 변하는 풍경을 보고 선정(禪定)에 들던 순간들도 문장에 고스란히 아로새겼다.
“코가 매울 정도로 추운 겨울 새벽, 맑은 어둠 속에서 빛나는 별들과 초닷새 달을 바라보는 맛. 인적 드문 오솔길을, 걷는다는 생각마저 내려놓은 채 걷는 일. 열심히 정진하는 스님을 문밖에서 바라보는 것. (……) 밀짚모자에 걸망 하나 지고 길 위에 서 있는 사람, 작은 것에 안주하지 않고 홀로 길을 찾아 떠나는 사람, 고독하지만 다가가 젖고 싶은 새벽안개처럼 신비스러운 자태, 그 시절 나에게 아름다움이란 말없이 서 있는 수행자의 모습이었습니다.”
(본문 中에서)
원상 스님이 도반들과 함께 수행을 이루어가는 모습들도 책 곳곳에 유쾌하게 그려진다. 또한 그가 스물아홉 살 때, 토굴에 들어가 살면서 두 해를 같이 보낸 팔십오 세 할머니와 아웅다웅하면서도 서로를 보살핀 사연, 즉 이 책의 표제작이기도 한 〈토굴가〉는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