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대표단, 20일 임란 칸 총리 등 환담서 확인

파키스탄 내 포교당 건립 등
불교관련 활동 정부 의지 커
실무협의 부서 구성될 수도

대통령·각 부 장관도 긍정적
“한국, 여행 경계 낮춰주길”

아리프 알비 파키스탄 대통령(사진 오른쪽)이 조계종 대표단 스님들과 불교 유적 보존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왼쪽 위부터 총무원장 원행 스님, 주파키스탄 한국대사, 중앙종회의장 범해 스님, 문화부장 오심 스님, 사회부장 덕조 스님.

파키스탄 라호르박물관 소장 고타마 싯다르타 고행상의 첫 한국 전시 가능성이 높아졌다. 라호르박물관이 소속된 펀자브주 주지사에 이어 국가 행정수반인 임란 칸 총리 역시 고행상의 한국 전시에 대한 환영 입장을 내놨다.

파키스탄 정부 초청을 받아 파키스탄 내 불교유적을 순례 중인 조계종 대표단은 1120일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아리프 알비 대통령과 임란 칸 총리를 잇달아 예방하고, 라호르박물관의 고행상 한국 전시와 파키스탄 내 불교 포교당 건립 등의 가능성 물었다. 그러자 임란 칸 총리는 흔쾌히 “OK. Sure”라고 대답하며, 앞서 펀자브주 주지사의 입장에 힘을 보탰다.

이날 관저에서 비공개로 진행된 총리 예방서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은 파키스탄이 세계 종교 평화와 불교 유적들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 고맙다. 간다라 불상을 한국 불자들에게 소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그러자 임란 칸 총리는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 뒤 파키스탄은 4개 종교의 주요 성지를 갖고 있다. 불교를 비롯해 힌두교·시크교·수피교가 해당된다우리 정부는 이런 종교유적에 재정을 투자하고 보존·개발할 것을 결정했다. 저 역시 불교에 관심이 많다고 화답했다.

파키스탄에서 대통령이 사실상 명예직인 것을 감안하면 행정수반인 임란 칸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고행상의 한국 전시 가능성을 높인 대답으로 평가된다. 또한 이에 앞서 초드리 모하마드 사르와 주지사 역시 조계종 측에 파키스탄의 어떤 불교 유물도 외국에 대여할 수 있다. 전시 기간에 따라 협의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며 라호르에 불교유적이 많으니 양국이 원활하게 교류하도록 협력부서를 만들어도 좋을 것 같다고 입장을 밝힌 것과 맥을 같이 한다.

파키스탄의 행정수반 임란 칸 총리와 만난 조계종 대표단은 라호르박물관의 고행상을 비롯한 파키스탄 불교유물의 한국전시 가능성을 묻고, 이에 대한 총리의 환영 입장을 들었다.

파키스탄 고행상은 2017년 예술의전당이 간다라 미술전 알렉산더 대왕이 만난 붓다를 개최하면서 국내에 들여오려 했지만 실패한 바 있다. 당시 파키스탄 국보 1호가 고행상이기 때문에 협의가 불가능했다는 소문도 돌았지만, 고행상은 이슬람국가인 파키스탄의 국보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에 조계종 대표단이 임란 칸 총리와 사르와 펀자브주 주지사 등 핵심 정부관계자와의 만남을 통해 고행상의 한국 전시 가능성을 높인 만큼, 실무협의를 거치면 큰 어려움 없이 고행상이 국내서 전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계종 문화부장 오심 스님은 고행상의 한국 전시 추진 방법은 깊은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종단이 단독으로 할 수 없다면 국립박물관과 협의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며 고행상이 한국에 들어온다면 불자들에게 더 없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조계종은 총리 예방에서 고행상 전시 외에 파키스탄 내 불교 포교당 건립에 대한 입장도 물었다. 그러자 임란 칸 총리는 거부감을 표하지 않고 좋다는 입장을 표했다. 임란 칸 총리는 탁실라와 스와트, 길기트 등 지역은 불교와 관련이 깊고, 현재 스와트는 땅을 팔 때마다 불교 유물이 나오고 있어 불교 유적의 보고라 할 수 있다며 재차 불교를 위해 노력하는 파키스탄의 입장을 강조했다.

원행 스님은 마라난타 스님이 한국에 불교를 전해준 것에 은혜를 갚는 의미에서라도 파키스탄의 많은 곳을 순례하고 싶다. 이번 일을 계기로 파키스탄이 세계적으로 더욱 번창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원행 스님과 맘눈 후세인 대통령이 악수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한편 아리프 알비 대통령은 현재 파키스탄이 한국에서 여행 자제 지역으로 분류된 것을 해제할 수 있도록 조계종이 노력해줄 것을 요청했다. 아리프 알비 대통령은 현재 많은 한국 사람들이 파키스탄에 오고, 파키스탄 사람들이 한국에 가는 것으로 안다. 평화 메시지는 TV나 언론이 아닌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오는 것이라 생각한다얼마 전 태국불교 수장도 파키스탄을 방문했다. 총무원장스님께서 한국 외교부에 파키스탄 여행 경계령을 낮출 수 있도록 힘써주셨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에 원행 스님은 “1700년 전 초타라호르가 고향인 마라난타 스님이 길기트와 훈자, 그리고 중국을 넘어 한국에 불교를 전해주신 것을 잊지 않고 있다. 그리고 7세기경 혜초 스님이 길기트를 순례하고 <왕오천축국전>을 저술한 기록이 남아있다면서 양국이 형제처럼 지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양국 외교에 큰 발전이 있길 기대한다고 답했다.

조계종 대표단은 대통령과 총리 외에도 소하일 마흐무드 외교부 장관, 하크 카다리 종교부 장관을 만나 파키스탄의 불교 유적 보존 노력에 공감하고, 더 많은 한국인들이 파키스탄을 방문할 수 있도록 교류의 물꼬를 트자는데 뜻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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