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파키스탄 펀자브주 주지사 만나 제안

방문단 라호르博 관람 일정 시작
싯다르타 고행상 앞서 예불 봉행

주지사 “불교유물 무엇이든 가능”
불교교류 위한 협력부서 설치도
파키스탄 내 불교활동 적극 환영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을 비롯한 조계종 대표단이 파키스탄 라호르박물관의 고타마 싯다르타 고행상 앞에서 예불을 올리고 있다.

현존하는 간다라 불교미술의 최대 걸작인 라호르박물관 고타마 싯다르타의 고행상이 한국서 전시될 수 있다는 파키스탄 펀자브주 주지사 발언이 나와 눈길을 끈다.

파키스탄 정부의 국빈 초청을 받아 파키스탄 불교유적 등을 탐방 중인 조계종 대표단은 1117일 라호르에서 초드리 모하마드 사르와 주지사를 만나 양국의 원활한 교류를 위해 라호르박물관 고행상의 한국 전시를 제안했다. 이에 사르와 주지사는 파키스탄의 어떤 불교유물도 외국에 대여할 수 있다. 전시 기간에 따라 협의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며 라호르에 불교유적이 많으니 양국이 원활하게 교류하도록 협력부서를 만들어도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라호르박물관 고행상에 참배를 올리는 원행 스님.

총무원장 원행 스님을 중심으로 한 조계종 대표단은 이날 가장 먼저 라호르박물관을 찾아 고행상 앞에서 파키스탄 순례 입재식을 봉행했다. 입재식은 삼귀의와 반야심경 독송, 축원 등 비교적 짧게 진행됐으며, 대표단은 박물관 내 간다라 갤러리를 돌아보며 헬레니즘이 잘 반영된 불교유물을 관람했다. 가사와 장삼을 수한 채 박물관에 전시된 유물을 꼼꼼하게 둘러본 스님들의 표정은 환희로 가득했다. 이어 이곳에 또 언제 와보겠느냐는 스님들의 간절한 목소리가 감탄사처럼 간다라 갤러리 곳곳에 퍼졌다.

원행 스님은 “2000년대 초 조계사 순례단과 파키스탄에 한 번 왔었다. 당시에도 감명이 깊었다오랜만에 다시 오니 새삼 경이롭고 감탄스럽다. 세계적인 간다라미술은 헬레니즘과 불교가 만난 고귀한 문화보고라고 소감을 전했다.

조계종 대표단은 이날 라호르박물관에서 파키스탄 순례 입재식을 봉행하면서 축원을 올렸다.

이후 대표단은 사르와 펀자브주 주지사와 오찬을 했다. 이에 앞서 사르와 주지사는 라호르는 펀자브주의 수도이자 역사와 문화적 유서가 깊은 곳이다. 과거 10여 년간 테러 등으로 국내 정서가 불안정했지만 이제는 잘 정리돼 여행상 안전은 문제없다파키스탄은 다른 종교를 존중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많은 일을 하고 있다. 조계종이 불교유적을 발굴하는 데 동참해주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라호르는 이제 국제적인 도시가 됐다. 세계 35개국에서 방문하고, 의학과 비즈니스를 중심으로 도약하고 있다면서 지난 두 달간 라호르 방문객이 과거 1~2년을 합친 것보다 많다. 하지만 무엇보다 조계종 스님들이 이곳을 찾은 게 가장 중요하다고 인사했다.

총무원장 원행 스님은 불교사와 미술사에서 갖는 라호르의 가치에 공감하면서 조계종과 파키스탄은 1700년 전 마라난타 스님의 한반도 불교 전래라는 중요한 인연이 있다고 강조했다.

원행 스님이 파키스탄 펀자브주 사르와 주지사를 만나 조계종과 파키스탄의 교류 활성화에 대한 환담을 나누고 있다.

원행 스님은 마라난타 스님은 실크로드와 중국을 거쳐 한반도에 오셨고, 이후 400년이 지나 혜초 스님이 파키스탄을 유학하며 그 가르침을 기렸다고국에 돌아가 국민과 불자들에게 파키스탄 정부의 노력을 알리고, 왜 파키스탄을 여행해야 하는지 알리겠다고 화답했다.

이후 마라난타 스님이 한반도에 처음 불교를 전한 법성포 지역에서 불갑사 주지를 맡고 있는 만당 스님은 사르와 주지사에게 고행상의 한국전시를 계기로 양국의 문화교류가 활발해지길 기원했다. 이에 주지사는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에 따라 조계종 대표단의 귀국 이후 라호르박물관 고행상의 한국전시를 위한 실무협의가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사르와 주지사는 조계종이 인도 부다가야에 한국사찰을 건립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파키스탄에 사찰을 짓고 불교활동을 해도 괜찮은지 묻는 질문에도 흔쾌히 “그렇다(YES)”라고 답해 이슬람이 아닌 타종교에 대한 파키스탄의 변화된 포용력을 실감케 했다.

무엇보다 조계종 대표단의 순례과정에 무장경찰이 도맡아 의전을 담당하고, 도로 통제에 나서는 등 조계종과의 교류를 희망하는 파키스탄 정부의 의지가 강력하게 드러났다.

펀자브주 주지사와 조계종 대표단 스님들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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