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문화재硏·남북역사학자協 심포지엄서 조사 결과 발표


2017년 北 발굴서 금속활자
청자접시에 박힌 채 발굴돼
‘고금상정예문’ 시기로 추정

개경 만월대서 출토된 13세기 사용 고려 금속활자(사진 오른쪽)과 출토 당시 청자접시편에 박혀있던 모습(사진 왼쪽)

13세기에 사용된 금속활자가 고려 도성 개경 만월대 발굴조사 중 출토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금속활자로 간행된 최초의 책인 〈고금상정예문〉(1234~1241년) 및 〈남명천화상송증도가〉(1239년)와 같은 시기인 것이어서 의미가 크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소장 최종덕), 남북역사학자협의회(위원장 홍순권), 고려사학회(회장 한철호)는 11월 15일 고려대 국제관에서 ‘고려 도성 개경 궁성 만월대’ 학술심포지엄을 공동 개최했다.

이날 최광식 고려대 교수는 ‘개성 만월대(고려 왕궁) 발굴조사의 성과와 과제 기조 강연’을 통해 남북한이 공동 발굴해 온 만월대 발굴 조사 내용을 공개했다.

최 교수에 따르면 남북관계가 경색됐던 2017년 북한의 학자들이 진행한 단독 발굴조사에서 금속활자 ‘성할 선(귔)’자 1점이 확인됐다. 새로 발굴된 금속활자는 가로 1.174cm, 세로 11.64cm, 높이 0.68cm로 출토 당시 묻혀있던 13세기 청자 속에 박혀있었다.   

최 교수는 “2015년에 금속활자가 출토된 지점과 가까운 지점에서 2016년에 금속활자 4점, 2017년에 금속활자 1점이 잇달아 출토됐다. 성분 분석 결과 재질은 모두 같은 청동이었다. 2017년 출토 금속활자는 청자접시편과 함께 출토됐는데 이는 고려 중기 양식을 가졌다”면서 “이를 통해 북한 학자들은 금속활자의 조성 연대를 고려청자가 제작된 12~13세기로 확정하고 있다. 이는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보다 200여 년 앞서 금속활자를 제작했다는 명확한 근거가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금속활자는 모두 근접한 공간에서 출토됐으므로 정밀한 조사가 이뤄진다면 더 많은 금속활자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국제 학계에 소개한다면 세계 학계가 주목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개성 만월대 출토 금속활자의 가치’를 발표한 유부현 대진대 교수는 출토된 금속활자가 “국가가 주도해 만든 최고 수준의 활자”로 “세계사적인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유 교수는 “만월대 출토 금속활자는 고려가 명실상부한 금속활자 발명국임을 입증해준다”면서 “고려 금속활자를 연구하는데 시금석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고려의 활자 관리기관에 보관되고 있었던 활자로 추정된다. 앞으로 고려 금속활자의 대량 출토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고려 개경의 문화유산과 보존정책의 변화과정(이상준, 국립문화재연구소) △고려 개경의 도성 구조와 궁성(김창현, 고려대) △개성 고려궁성 조사연구 성과와 향후과제(조은경, 국립문화재연구소) △고려 본궐 배치체계와 주요전각 위치 재검토(남창근, 남북역사학자협의회) △개성 만월대 출토 청자 유형과 특징(박지영, 국립문화재연구소) 등이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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