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 오매일여(寤寐一如)

오매일여(寤寐一如). ‘자나 깨나 한결 같다(寤寐一如)’는 뜻이다. 일반적인 뜻은 그렇지만, 선에서는 ‘화두를 참구하고 있는 상태가 깨어 있을 때나 잠들어 있을 때나 한결같아야 한다.’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오매일여(寤寐一如)는 근래 우리나라 선원에서 새롭게 대두된 말이다. ‘무’, ‘이뭣고’ 등 화두를 들어서(참구하여) 화두삼매의 경지가 된 상태, 삼매가 된 상태를 말한다. 오(寤)는 깨어 있을 때를 가리키고, 매(寐)는 잠들어 있을 때를 가리킨다. 그리고 일여(一如)는 ‘오로지’, ‘한결 같다’는 뜻으로 삼매(三昧)를 가리킨다.

삼매는 ‘집중’, ‘몰입’으로서 정신 통일을 말하는데, 이해하기 쉽게 영어의 ‘올인(all in)’과 똑같은 뜻이라고 보면 된다. 일념으로 화두에 올인, 집중해서 일체 잡념이나 다른 생각(망상)이 없는 상태, 다른 생각이 끼어들 틈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그런 상태(삼매)가 되어야만 화두를 깨달을 수 있다는 뜻이다.

한 예로 부모는 자식이 매우 아프거나 군에 입대하면 자나 깨나 오로지 자식만 생각한다. 오매일여. 아버지는 남자라서 조금 덜하지만 어머니는 여성이고 게다가 모성애가 작용해서 한층 더 가슴앓이를 한다. 군에 가서 잘 있는지, 몸은 아프지 않은지, 밥은 제대로 먹는지 등등. 자나 깨나 갖가지로 상상을 하면서 자식 걱정에 몰입한다. 딸이 외지에 나가서 생활하거나 시집을 가도 걱정은 마찬가지이다. 오매불망 자식 걱정, 자식 생각. 그것이 곧 선에서 말하는 오매일여이다. ‘화두 오매일여’는 아니지만 ‘자식 걱정 오매일여’라고 할 수 있다.

오매일여는 삼매로서 ‘자나 깨나 오직 한결같이 화두에 몰입, 전념(專念)해야 한다’는 뜻이다. 잡념, 딴 생각, 엉뚱한 생각은 일절 하지 말고 오직 화두만 생각하라는 뜻이다. 그래야만 비로소 갖가지 번뇌 망상이 물러가고 마음이 고요하고 청정해져서 깨달음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화두만이 아니고 사업이나 돈을 버는 일도 마찬가지이고, 그 밖에 다른 일이나 공부도 마찬가지이다. 올인(all in), 전념하지 않고는 성공할 수가 없다. 기술도 전념해서 신의 경지에 도달해야만 되고 자장면이나 칼국수, 곰탕으로 유명하다는 집도 가보면 보통 10년에서 20년 동안 그것만 만들었다고 한다.

부모가 자식을 생각하듯이, 애인을 그리워하듯이, 또는 주야로 사업이나 돈을 버는데 매달리듯이 화두를 참구한다면 아마도 깨닫지 못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왜 깨닫지 못하는가? 대부분 좌선을 한다고 앉아서 화두를 들고 10분 정도가 지나면 경쟁하듯 졸거나(昏沈) 잡념에 빠져있거나(掉擧), 멍하니 아무 생각 없이(無記) 앉아 있기 때문이다.

오매일여(寤寐一如)의 어원은 유가의 경서인 〈시경(詩經)〉 관저장에 나오는 ‘오매불망(寤寐不忘, 자나 깨나 잊지 못함)’이라는 말에 기인한다. 즉 남녀가 서로 오매불망 잊지 못하고 한결 같이 그리워한다는 뜻인데, 앞의 ‘한결같다(一如)’는 말이나 여기 ‘잊지 못한다(不忘)’는 말이나 용어는 달라도 그 뜻은 모두 똑같다.

오매일여에 대하여 어떤 이들은 의미를 과잉으로 부여하여 ‘무’, ‘이뭣고’ 등 화두를 들고(참구) 있는 상태가 깊은 숙면 속에서도 생생하게 화두를 들어야만(화두 참구) 한다고 한다. 그것이 오매일여이고 그렇게 되어야만 비로소 깨닫게 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것은 화두의 기능이나 역할에 대하여, 또는 화두 참구의 목적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데서 나온 오류라고 판단된다.

‘오매일여’의 정의는 분별심을 버리고 일심으로 화두를 참구해야만 깨닫게 된다는 상징적인 말이다. 자나 깨나 일심으로 참구하라는 상징적인 말인데, 너무 신비화시켜서 그것을 사실로 오판하고 있다. 너무 더워서 죽을 뻔했다는 말을 사실로 이해한다면 ‘어린 애들 앞에서는 찬물도 못 마신다’는 속담과 같다. 동의어로는 ‘오매항일(寤寐恒一)’, ‘오매상일(寤寐常一)’, ‘몽교일여(夢覺一如)’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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