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유 스님, 서강대 종교硏 국제학술대회서 주장

관법 통한 생활 수행 강조
남녀 구분 없이 제자 받아
경전 참뜻 의미로 풀어내
“현대인 맞는 수행 가르쳐”

‘한마음 주인공 관법’이라는 생활선 수행으로 중생교화에 힘썼던 대행 선사(1927~2012)의 가르침이 한국불교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확인하는 학술 발표가 이뤄졌다.

한마음선원 독일지원 혜유 스님<사진>은 11월 5일 ‘동아시아의 현대종교 운동’을 주제로 열린 서강대 종교연구소 국제학술대회에서 대행 선사가 보인 한국불교 혁신 요소에 대해 발표했다.

‘현대불교에서 대행 선사의 혁신’을 주제로 발표한 혜유 스님은 대행 선사의 수행과 가르침 전반에 나타난 혁신 요소에 대해 살폈다.

혜유 스님에 따르면 대행 선사가 한국불교에 보인 혁신 요소는 △생활선 주창 △경전 한글화 △성별 초월 제자와 다양한 법회 △한국불교 세계화 △불교 현대화 등 5가지다.

혜유 스님은 대행 선사의 선사상은 전통 한국불교의 선맥을 계승하고 있지만, 틀에 갇혀있지는 않았음에 주목했다. 실제, 대행 선사는 일상생활과 수행이 나눠 있지 않는 ‘생활 속 수행’을 강조했다.

혜유 스님은 “대행 선사는 관법 수행을 통해 생활 속 끊임없는 수행을 강조한다. 일상의 모든 행위가 수행을 위한 것이어야 참나에 귀의하고 참나를 발견할 수 있는 것”이라며 “선사의 관법 수행은 출가자든 재가자든 누구나 생활 속에서 선을 실행할 수 있게 한다”고 설명했다.

비구니 스님이 비구 제자를 받은 점도 한국불교에서는 유례가 없는 일이다. 전통적으로 비구는 남녀 구분없이 출가 제자를 두지만, 비구니는 여성 제자만 받아 왔다. 하지만 대행 선사는 1986년 처음 비구 제자를 받아들였고, 금왕 광명선원을 비구 수행처로 삼았다.

혜유 스님은 “비구 제자 스님들은 광명선원뿐만 아니라 문경·청주지원, 해외 캐나다 토론토 지원에서 수행 포교를 하고 있다”면서 “최근 불교계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여성 권리 향상에 대한 논의들이 확대되고 있다. 대행 선사는 이미 비구·비구니 스님의 차별을 두지 않음으로서 평등 정신을 구현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대행 선사는 출·재가의 차별도 두지 않았고, 남성들의 신행을 독려함으로서 다양한 법회들이 운영될 수 있게 했다. 선사는 1980년 청년회, 1982년 어린이회를 결성했으며, 1990년에는 거사들로 이뤄진 신행 조직인 법형제 법회를 창립했다.

혜유 스님은 “대행 선사는 여성 신도뿐 아니라 남성, 청년, 어린이 등 모두가 생활 속 수행을 하도록 독려했다”면서 “선사의 노력은 산중불교, 여성 중심의 불교, 기복불교로 각인된 한국불교를 누구에게나 열린 생활불교로 나아갈 수 있게 했다”고 밝혔다.

불교의 현대화를 위한 대행 선사의 노력은 ‘경전 한글화’로 이어졌다. 선사는 경전 번역을 단순 직역이 아닌 뜻과 의미를 전달할 수 있도록 번역을 이끌었다.

혜유 스님은 “1970년대 중반부터 대행 선사는 <반야심경>과 <천수경>을 한글로 번역했는데 단순히 한자를 한글로 글자풀이를 한 것이 아닌 한마음 사상을 기반해 뜻으로 풀어냈다”면서 “대행 선사의 뜻으로 푼 경전은 한마음선원 안양본원과 모든 국내외 지원에서 의식예불문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예불의식이 조금 자유로운 군부대 법회와 교도소 법회에서는 대행 선사의 뜻으로 푼 반야심경과 천수경이 사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대행 선사는 전문가 조직을 구성해 불법(佛法)의 세계화와 과학화와 포교의 현대화를 이끌었다.

선사는 법문 번역을 통한 불교 세계화를 이루기 위해 1997년 한마음선원 내 번역부를 만들었고, 이는 현재의 국제문화원으로 발전했다. 국제문화원은 대행 선사의 법문집을 번역·출간해 2005년부터 프랑크푸르트 도서박람회에 매년 참가하고 있다.

정신과학과 물질과학의 균형 발전을 위해 1996년 심성과학연구원을 설립했으며, 현재 한마음과학원으로 명칭을 바꿔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한마음과학원은 2002년 한마음공생실천과정을 통헤 관법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2004년 동아시아 불교전통에서 본 한국 비구니의 수행과 삶에 대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했으며, 2005년 한마음 인성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해 현 교육의 대안을 제시했다. 2010년에는 경기도 교육청으로부터 교원들을 위한 특수분야 직무연수 과정을 운영하는 전문기관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혜유 스님은 “불교의 혁신은 승가 내에서 운동(movement)으로 일어나긴 했지만 일반 대중들을 위한 대중화는 다뤄지지 않았다”면서 “그러한 면에서 대행 선사의 혁신적인 가르침과 사고는 현재 한국불교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가르쳐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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