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례 현장서 4일 봉불·현판 제막

자승 스님 등 9명 결사 대중들
3개월 천막 기거하며 안거 정진
초발심 되새기며 용맹정진 서원
“이곳이 한국의 부다가야 될 것”

삭발·목욕금지, 공양 1끼만 허용
“규약 어길 시 승적 박탈” 결연
종정 스님 직접 현판 휘호 격려
재가자 동참 가능한 공간도 마련

위례천막결사 상월선원 참여 스님들과 종단 주요 지도자 스님들이 상월선원 현판 제막을 하고 있다.

어느 세상에서도 얻기 어려운 저 깨달음에 이르기까지 이 자리에서 죽어도 결코 일어서지 않으리라. 저희의 맹세가 헛되지 않다면, 이곳이 한국의 붓다가야가 될 것입니다.”

지도에도 보이지 않은 황량한 벌판에 9명 스님들의 결연한 서원이 울려 퍼졌다. 서릿발 같은 기상으로 달을 벗 삼아 정진하겠다는 풍찬노숙 위례천막결사의 시작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위례천막결사 상월선원정진 대중과 외호 대중은 114일 위례종교용지에서 선원 법당 봉불식과 현판제막식을 봉행했다.

행사는 화엄사에서 이운한 석조여래좌상 봉불의식으로 시작됐다. 고려시대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석조여래좌상의 봉불의식이 이뤄지면서 벌판은 곧 법당으로 거듭났다. 이어진 본 행사에서는 결사 동참 스님들의 결연한 서원이 담긴 고불문과 종단 주요 지도자들의 치사와 축사들이 이어졌다.

위례천막결사 참여 스님들과 외호 대중이 선원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前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공식행사 모습을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승 스님 가장 낮은 곳서 정진을
천막결사 수행처인 상월선원(霜月禪院)’은 눈과 비, 최소한의 추위를 피할 수 있도록 비닐하우스로 만들어졌다. ‘서리와 달을 벗 삼아 정진하는 수행처라는 의미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상월선원 현판은 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이 직접 휘호를 내린 것으로 선원 대중들의 정진에 대한 지극한 격려가 담겼다.

선원 대중으로는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비롯해 성곡(용주사호산(수국사무연(해인사심우(고불암진각(봉은사도림(정수사인산(송광사) 스님들이 참여한다.

이번 위례천막결사는 백담사 무문관 동안거를 마친 자승 스님이 지난 2가장 낮은 곳에서도, 다 놓아버린 곳에서도, 세상이 바라보지 않는 곳에서도 틀림없이 공부가 있을 것이니, 승가 본연의 모습으로 차별없이 정진해보자는 뜻을 만나는 대중마다 제안하며 시작됐다.

서울역, 광화문 광장부터 탑골공원까지 천막 안거 장소가 거론됐지만, 여러 사정으로 무산됐다. 이후 종단 신도시 포교불사가 새롭게 시작되는 위례신도시 종교용지가 결사 수행정진 장소로 최종 논의·결정됐다.

‘상월선원’ 정진 대중과 외호 대중은 11월 4일 위례종교용지에서 선원 법당 봉불식과 현판제막식을 봉행했다. 참여대중이 삼귀의와 반야심경을 봉독하고 있다.

청규 제정어기면 제적 불사
결사 참여 스님들은 오는 11월 11일부터 내년 2월 8일까지 진행되는 동안거에 깨달음을 이루겠다는 깊은 서원을 갖고 참여한다. 이를 확인 할 수 있는 것이 선원 대중들이 제정한 청규다.

청규는 하루 14시간 이상 정진 공양은 하루 한 끼 옷 한 벌만 허용 양치만 허용하고 삭발·목욕 금지 외부인 접촉 금지하고, 천막 벗어나지 않기 묵언 등을 골자로 한다. 또한 규약을 어길 시 조계종 승적에서 제외한다는 각서와 제적원을 제출키로 했다. 이들 스님들은 114일 오후 430분 각서와 제적원을 조계종 총무부장 금곡 스님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결사 참여 스님들은 이날 고불문을 통해 초발심으로 돌아가 수행정진할 것을 다짐했다. 스님들은 한 그릇이면 족할 음식에 흔들리고, 고작 한 벌이면 족할 옷에서 감촉을 탐하고, 고작 한 평이면 족한 잠자리에서 편안함을 구한 탓에 초발심이 흐려졌다 생각하니, 비통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고 참회하며 부처님께서 고행을 버리고 은둔자들의 숲을 떠나 마을 가까운 숲으로 찾아가셨듯이, 저희도 이제 위례신도시의 황량한 뜨락으로 찾아왔다. 우리에겐 이곳이 부다가야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천막 안거 참여 대중 중 한명인 진각 스님이 대표로 고불문을 낭독하고 있다.

원행 스님 천막결사, 큰 울림될 것
이날 봉불·현판식에 참여한 대중들은 위례천막결사가 한국불교 중흥을 위한 정진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은 치사에서 수행자가 수행자답지 못하다는 세간의 의문에 대해 출가자의 본분사를 철저히 지킬 때 비로소 해결할 수 있다고 많은 사람들이 말씀해 왔다. 이런 점에서 천막결사는 우리 불교계와 사회에 던지는 큰 울림이라며 부처님 가르침에 따라 열악한 환경에 연연하지 않고 수행에 전념하고자 하는 스님들의 발원에 사부대중은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이 치사를 하고 있다.

조계종 중앙종회의장 범해 스님은 축사를 통해 상월선원 개원은 이와 사의 정신이 모여 강단 있는 결기를 모아내는 대단히 의미 있는 시도라며 출가수행자 본연의 모습을 통해 불교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높이고, 신도들에게는 신심을 불어넣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이라고 말했다.

다리 부상으로 안거에 참여하지 못하게 된 선덕 정묵 스님은 인사말을 통해 물질만능시대에 수행자들이 나타해졌다는 평가가 많다. 이 시기에 목숨을 내놓는 정진을 하는 것은 참으로 뜻 깊은 일이라며 진심으로 진행하는 정진인만큼 무탈회향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밝혔다.

고불문이 낭독되는 동안 정진 대중도 용맹정진을 서원했다.

재가 참여 수행 공간 별도 마련
이번 위례천막결사에는 재가자들의 참여가 가능하다. 상월선원은 선원 무문관 옆에 불자들이 대중 스님들을 외호하며 기도 수행할 수 있는 별도의 공간을 마련했다. 이곳은 사전예약제로 운영되며 짧게는 23일에서 최대 67일까지 정진이 가능하다. 현재 가장 먼저 신청한 사람은 이기흥 조계종 중앙신도회장이다.

이기흥 회장은 깨달음을 이루기 위해 천막 정진하는 스님들을 응원하고 저 역시 공부하기 위해 신청했다. 스님들께 누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정진하려 한다고 밝혔다.

조계사와 봉은사 등은 외호 대중으로서 결사에 동참한다. 상월선원 도감 혜일 스님(성남 봉국사 주지)사판승으로서 정진 대중을 외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외호 경험이 많지만 천막 안거 정진은 전례가 없다. 선원 안에서 정진하는 스님들이 무탈 회향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위례천막결사 상월선원 전경. 가장 큰 비닐하우스가 9명의 스님들이 수행 정진하는 곳이다. 옆에 작은 곳은 불자들이 외호하며 수행할 수 있는 별도 공간이다.

이날 봉불식 및 현판식에는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을 비롯해 원로의원 원행·자광 스님, 호계원장 무상 스님, 교육원장 진우 스님, 중앙중회의장 범해 스님, 조계사 주지 지현 스님, 봉은사 주지 원명 스님, 제2교구본사 용주사 주지 성법 스님, 19교구 화엄사 주지 덕문 스님, 23교구 관음사 주지 허운 스님, 24교구 선운사 주지 경우 스님, 25교구 봉선사 주지 초격 스님, 중앙승가대 총장 원종스님, 호법부장 성효 스님 등 종단 주요 지도 스님들이 대거 참석했다.

또한 윤성이 동국대 총장, 이기흥 중앙신도회장, 박범훈 불교음악원장,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김순례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등 내외빈과 조계사, 봉은사, 용주사, 봉국사 등 외호 사찰 신도 1000여 명이 운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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