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변의 존재는 없다
불변의 존재는 없다
  • 현불뉴스
  • 승인 2019.11.01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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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제행무상(諸行無常)

가을이다. 마른 잎이 떨어지고 낙엽이 구르기 시작하면 왠지 쓸쓸해지고 허무해진다. ‘인생무상’, ‘가을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은 낙엽 소리를 들으면 심장에 구멍이 뚫린다. 그리고 마음에 병이 든다. 신약이 많이 개발되고 있지만, 이 병은 아직 치료할 수 있는 약이 없다. ‘허무(虛無) 병’, ‘가을 병’이다.

‘제행무상’은 불교의 진리를 잘 나타내고 있는 말이다. 세 가지 진리인 삼법인의 하나로 모든 존재와 현상은 영원한 것은 없다. 일정한 모습을 유지하지 못하고 시시각각으로 변천해 가고 있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언젠가는 사멸(死滅), 소멸한다는 뜻이다.

제행무상은 ‘존재의 법칙’ 또는 ‘불교적 세계관’이라고 할 수 있다. 형성된 것, 태어난 것은 시차(時差)의 간격만 있을 뿐 언젠가는 변하게 되고 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죽지 않고 늙지 않고 변하지 않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불변의 존재는 없다’는 것이 제행무상의 의미이다. 즉 일체 만물은 끊임없이 생멸 변화하는 것으로 한 순간도 동일한 상태에 머물러 있지 않음을 뜻한다.

후기 대승경전의 하나인 〈대반열반경〉에는 ‘설산동자(붓다) 반게살신(雪山童子 半偈殺身)’ 대목이 있다. 게송 즉 시구의 반을 듣고서 감동하여 나찰이라는 흡혈귀에게 자신의 육체를 보시했다(半偈殺身)고 하는 부분이다. 다음은 반게살신장에 나오는 제행무상의 고사(古事) 스토리이다.

고타마 붓다가 히말라야에서 명상에 잠겨 있던 어느 날 공중에서 다음과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제행무상 시생멸법(諸行無常 是生滅法). 모든 것은 무상하나니, 이것이 곧 생멸의 법칙이다.”

고타마 싯다르다(부처님)는 크게 감동했다. ‘진리의 언어’였다. 사방을 두리번거렸으나 아무도 없었다. 사람은 없고 오직 흡혈귀 ‘나찰’만이 험악한 얼굴로 서 있었다. 나찰에게 물었다.

“조금 전에 ‘제행무상 시생멸법’이라는 시구를 그대가 읊었습니까?”

“그렇소. 여기 나 말고 또 누가 있소?”

“그런데 그것은 반(半) 구절에 불과하고 나머지 구절을 마저 들려주시오.”

나찰은 말했다.

“들려주고 싶지만 지금 나는 너무 배가 고파서 더 이상 말을 할 수가 없소. 만일 그대의 뜨거운 피를 준다면 나머지 시구를 들려줄 수 있소.”

고타마 싯다르타는 나머지 시구를 마저 듣고 싶었다. 그것이 결어(結語, 핵심)라고 생각했다. 나머지 구절을 듣는다면 육체 같은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공자는 논어에서 “아침에 도(道)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겠다(朝聞道, 夕死可矣).”라고 말했는데, 직통하는 의미이고 가치관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리하여 싯다르타는 그 마지막 구절과 자신의 육체를 바꾸기로 했다.

“약속할 터이니 꼭 나머지 게송(시구)을 들려주시오.”

그러나 싯다르타는 자기 몸을 보시하고 나면 그 마지막 시구를 들을 수 없다는 생각에 보시하기 전에 먼저 들려 달라고 간청했다.

이윽고 감동적인 나찰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생멸멸이(生滅滅已) 적멸위락(寂滅爲樂). 생멸이 끝나면 곧 고요한 열반의 경지, 그것이 최고의 낙(樂).”

나찰은 말했다.

“자 나머지 시구를 들려주었으니 어서 빨리 그대의 뜨거운 피를 주시오.”

고타마 싯다르타는 높은 나뭇가지 위에 올라가서 몸을 던졌다. 그런데 나찰은 싯다르타의 몸이 땅이 닿기 전에 인드라(제석천)로 변해서 싯다르타의 몸을 받아서 땅에 내려놓았다.

경전에는 이때 여러 천신들이 모여 싯다르타의 발에 절을 하면서 깨달음에 대한 구도의 정신과 서원을 찬탄하였다고 한다.

이상이 대승 대반열반경에 나오는 이야기인데, 시사하는 바는 진리를 구하기 위해, 진리의 한 구절을 듣기 위해 나찰에게 몸을 주었다는 고타마 붓다의 ‘구도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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