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상강(霜降)
도토리묵꼬치·연자들깨찜·월과채

도토리묵꼬치·연자들깨찜·월과채차밭에는 꽃이 한창이다. 설화쌍봉수라고 하였던가. 꽃과 열매가 각각 제 일을 하고 있다. 하늘빛은 더욱 높아지고 바람조차 쾌청한 날씨가 계속된다. 일교차가 심한 덕에 수증기가 지표에서 엉겨 서리가 만들어지는 가을의 깊숙한 자리에 와있다. 봉정에서 시작된 단풍은 제주 한라까지 보름을 넘기지 않고 온 산중을 붉게 물들인다.

호두를 좋아하는 청설모는 연일 바쁘게 움직인다. 아무래도 올해 호두도 맛을 보기는 틀렸다는 생각이 든다. 에라, 도토리나 주우러 가야겠다. 주섬주섬 채비를 마치니 고동재 보살님이 앞서 가신다. 오랜만의 산행이다. 봄 산행은 꽃에 취해서 즐겁고 가을 산행은 한가득 소득이 있어 즐거운 일이다.

상수리나무가 많은 곳을 찾아 도토리를 줍다 보니 많은 일들이 스쳐지나간다. 오며가며 마주치는 다람쥐도 반갑고 멀리 떼 지어 지나가는 멧돼지는 개체수가 많아 걱정이라고도 한다. 산을 오르는 횟수가 더뎌지는 것도 이유가 있다. 산기슭마다 동물들 겨울채비를 돕자고 일체 채집활동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동네 어르신들은 자신들 산에 오르며 도토리를 주어모아 장날 이고지고 나오신다. 바짝 마른 도토리를 한 됫박에 2만원씩 팔고 있는 모습에 추억을 소환하기도 한다.

노스님께서 월명암 불사를 하시면서 매일 산에 오르실 때마다 갓 출가한 새내기인 20대 우리 셋을 앞장세우신다. 하루는 불평을 쏟아내며 노스님 우리 도토리 안 줍고 안 먹으면 안 되는지요?”라고 항변했다. 노스님의 답은 이러했다. “이런 경을 칠 놈들, 누가 너희들 먹이려고 묵 쑤나? 한창 불사중이라 시주님들 오는데 빈손으로 돌려 보낼 수 없어서 묵이라도 쑤어 줄라꼬하지!”

십시일반 모인 시줏돈 덕에 월명암의 법당 건물을 지을 수 있었다. 하지만 철없던 우리 눈에는 너무 심신이 고달파서 중노릇 못하겠다고 호소한 시절이었다. 30년을 훌쩍 넘기고 보니 그때 노스님의 심정이 이해된다.

남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돈이 쉬운 줄 아나? 그저 진심과 신심으로 하심하며 하는 게 불사니라.”

도토리묵은 큰 가마솥에 쑬 때마다 불 조절을 잘해야 누르지 않게 할 수 있기에 매번 정신을 바짝 차리고 불을 빼는 시기를 기다린다. “야야, 불 빼라소리에 맞춰 장작을 잡아 끄집어내고 숯도 적당히 퍼내면 묵이 넘치지도 않고 누르지도 않고 적절하게 잘 만들어진다.

묵도 두부도 그 시절의 음식은 하나같이 많은 양에 쉴 틈 없이 철따라 만들었다. 지금은 편리한 조리도구 덕에 수월해 졌지만, 아무래도 손수 만드는 음식이 좋은 음식이라는 게 분명한 것 같다. 도토리묵을 만들 때 빠지지 않고 무를 뽑아서 묵꼬지에 쓸 물김치를 담근다. 잘 익은 무와 묵을 꼬치에 꽃아 하얀무김치 국물에 밥을 말아서 먹어도 좋다.

들깨타작을 하고 나면 기름을 짜고 거피를 낸 들깨가루를 한 자루 만들어 놓는다. 겨우내 들깨가루 쓰임새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연자를 불리고 연근을 잘게 썰고, 밤을 썰어서 들깨가루와 쌀가루에 재래간장을 넣어 만드는 들깨찜은 뼈를 튼튼하게 하고 무릎에 바람 들어오는 일을 막아주기도 한다.

스님들이 차를 많이 마시다보니 무릎이 시리다고 한다. 적절한 보합관계의 식이요법이 필요한 부분이다. 서리가 내리면 호박잎이 모두 간밤에 색이 변하고 시들어져 있다. 미리미리 호박과 호박잎을 따다가 저장해 놓지 않으면 허망한 호박잎을 보게 된다. 월과채라는 이 시기 상차림에 빠지지 않는 음식으로 찹쌀떡을 구워서 채소와 버섯을 넣고 겨자소스를 만들어 무친 다음 호박을 구어서 말아서 만드는 보양음식이다.

10월의 풍성한 행사소식이 들린다. 개산대재, 승시, 약초축제, 전국이 들썩거린다. 사찰음식도 단연 한 몫하는 계절이 왔다.

도토리묵꼬치

도토리묵꼬치

재료: 도토리묵 1, 무김치 2

1. 도토리가루와 물을 1:5로 만들어 묵을 쑨 다음 굳으면 깍두기처럼 만든다.

2. 무김치에서 무만 건져내어 꼬치에 꽂는다.

3. 접시에 담을 때 물김치국물과 함께 담는다.

연자들깨찜

연자들깨찜

재료: 연자 2, 연근 300g, 5, 쌀가루 2큰술, 들깨가루 2큰술, 재래간장 1큰술, 들기름 2큰술, 채수 2(건표고 30g, 다시마 30g, 3컵을 부어 5분간 끓인 물)

1. 연자는 불린 다음 물에 한번 삶아 놓는다.

2. 연근은 깍두기 모양으로 썰어 놓는다.

3. 밤은 4쪽으로 자른다.

4. 궁중팬에 채수 한 컵과 들기름, 재래간장을 넣고 끓으면 연자와 연근, 밤을 넣고 뒤적이며 덖는다. 끓기 시작하면 나머지 채수에 들깨가루와 쌀가루를 섞은 다음 팬에 붓고 익힌다.

5. 밤이 노랗게 익으면 불을 끈다.

월과채

월과채

재료: 호박 1, 당근 30g, 오이 30g, 팽이버섯 반봉, 찹쌀가루 40g, 40, 소금 0.7g, 후추 0.1g, 겨자소스 갠 것

1. 호박은 0.3두께로 길게 썰어 참기름과 소금, 후추로 마리네이드 한 후 프라이팬에 구워낸다.

2. 찹쌀가루는 물과 동량을 넣어 갠 후 팬에 기름을 두르고, 찹쌀 전병을 만든다.

3. 당근과 오이, 표고버섯은 곱게 채 썰어 소금에 절여 볶는다.

4. 구운 호박 위에 찹쌀전병을 얹은 후 야채와 버섯 재료를 겨자소스에 버무려 전병 위에 다시 얹는다.

5.호박을 돌돌 말아 반으로 자른 후 접시에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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