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쉼터를 가다’ ⑦ 천안 호두마을 위빠사나 수행센터

호두마을 대수행홀에서 경행하는 수행자의 모습.

 

‘알아차림’ 위한 수행강조
곳곳에 ‘묵언’ 표지 눈길
개인·집중 수행 병행

매일 신청자 인터뷰 진행
“위빠사나, 불교 넘은 수행”

‘명상’이라하면 조용한 곳에 앉아 죽은 듯이 움직이지 않는 모습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진정한 명상은 우리가 숨쉬는 바로 이 순간 하나 하나 속에서 알아차림이 일어나도록 하는 것이다. 부처님은 매 순간을 알아차림으로 계셨지만 생활 속의 우리들은 작은 순간이라도 잠시나마 알아차림의 과정에 들도록 하는 것이 명상의 역할이다.

서구 사회에서 이러한 생활 속 알아차림의 열풍을 불러일으킨 곳이 있다. 바로 프랑스 보르도에 틱낫한 스님이 세운 수행공동체 플럼빌리지다. 세상의 번잡한 물결에서 벗어나 삶의 고요함 속에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순간의 알아차림을 확장시킨다.

한국에서도 플럼빌리지와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 있다. 바로 천안 광덕리에 위치한 명상공동체 호두마을이다. 호두마을은 성숙된 후에도 수많은 과정을 거쳐 호두 알맹이를 내놓는 호두와 같다는 의미에서 붙은 수행공동체 마을 이름이다. 성숙된 가을에 따서 물에 오래 담가두어 외피를 썩히면 딱딱한 호두 피가 나온다. 이를 깨면 나오는 호두 알맹이처럼 스스로 내면의 진리를 깨우치라는 의미다.

차제가 있는 위빠사나를 중심으로 수행하는 이곳은 평화롭다. 매 분기별 집중수행 때를 제외하고는 개별수행자들이 조용히 수행에 임하고 있다. 위빠사나 수행이 불교수행이지만 명상에 관심이 있는 이라면 누구나 상관없이 수행에 동참할 수 있다.

호두마을 가는 길서 명상에 잠기다

호두마을은 마을로 가는 길 부터가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서울에서 출발하면 경부고속도로를 지나 논산천안고속도로를 달려 남풍세IC를 나온다. 교통의 중심지인 천안까지는 쉽게 가지만 이후의 길은 구불구불난 시골길이다.

광덕산을 바라보고 광덕리 초입에 들어서면 딱 ‘아 만만치 않구나’를 느끼게 된다. 산등성이를 끼고 국도를 30분 가량 달리면 작은 마을이 나온다.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만한 좁은 길 사이로 역시 20분 가량을 달리면 호두마을이 나온다. 혹시 차량 바퀴가 빠지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 주변에 핀 들꽃을 보지 못한다. 사색에 잠기기 좋은 길이기에 차 없이 가는 것을 권하고 싶다.

좁은 길 사이 사이에 있는 호두마을 이정표는 마치 어려서 보물찾기를 하듯 살피는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찾는 이들의 마음을 변하게 한다. 즐거운 마음에 잠시 주변을 돌아보면 조금씩 물들어 가는 가을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주변의 풍경은 번잡하게 일어났던 마음의 티끌을 조금 가라앉힌다. 광덕산을 바라보고 올라가다 보면 호두마을이라는 명패와 함께 작은 벽돌집들이 길손을 반긴다. 차가 미처 가지 못하는 보행로에는 호두나무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몸과 정신 함께 살피는 위빠사나 수행

호두마을은 마을 이름이 아니라 위빠사나 명상센터의 명칭이다. 호두마을이 위치한 곳은 예로부터 호두골이라 불려왔다고 한다. 예전에는 만복사라는 큰 사찰이 있어 많은 수행자가 찾았던 곳이다.

이 곳은 1992년부터 재가불자들의 서원으로 위빠사나 수행처로 설립됐으며, 2002년 공익법인으로 등록해 운영하고 있다.

1만6500㎡가량의 대지 위에 수행공간인 대법당과 소법당, 수행자들의 숙소와 공양간, 4채의 황토방, 연못 등이 들어선 호두마을은 한눈에 규모와 정성을 갖춘 수행도량임을 알 수 있다.

호두마을 입구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언제나 마음챙김, 언제나 자비행’이란 표지석이다. 수행자들이 스스로의 몸과 마음에 대해 항상 깨어 있는 사띠를 이어가는데 집중하라는 메시지다.

이런 수행을 위해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은 시시 때때로 찾는다. 집중수행이 진행될 때 외에도 짧게는 하루, 길게는 서너달 씩 개인 수행을 위해 머무른다. 1일 생활비는 3만원 수준으로 평상시 자율 수행 때와 집중 수행 때 모두 비용은 동일하다. 호두마을 한켠에 있는 텃밭에서 밭을 가꾸는 이들부터 포행을 하는 이들까지 오로지 머무르는 동안은 수행에 전념한다. 수행이란 것이 앉아서 하는 것 뿐만 아니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모든 행동이 알아차림으로 수행이 시작된다.

천안 호두마을 전경. 광덕산 자락에 자리한 숙소 등은 조용히 수행하기에 좋은 공간이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수행 이어져

호두마을에선 기본적으로 묵언이 방침이다. 온전히 생각과 느낌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말 속에서 호흡으로 놓치는 것을 방지하고 매순간 자신을 살피게 한다. 먼저 매일 새벽 3시부터 5시 사이에 수행자들은 수행일과를 시작한다. 새벽 5시에는 예불이 있고 6시에 공양 후 행선과 좌선이 이어진다. 오후 2시까지는 이 같은 수행이 이어지며 2시 오후 법문과 함께 저녁 10시까지 정진이 계속된다.

저녁식사는 ‘오후불식’의 원칙에 따라 생략되고 음료만 제공되지만 허기를 참기 어렵다면 개인적으로 간단히 먹을 거리를 준비해 각자의 방에서 먹는 것은 허용된다. 눈길을 끄는 것은 저녁 9시 이후에 진행되는 와선이다. 각자의 방에 들어가 누워 수행하는데 이는 어떤 수행을 따로 한다는 의미보다 잠들기 위해 눈을 감는 순간까지도 정신적으로 ‘알아차림’을 위해 깨이었겠다는 다짐의 시간이다.

물론 이 같은 수행도 완전히 강제된 것은 아니다. 여름과 겨울 한달 집중 수행과 안거 결제기간을 제외하면 수행일과는 일종의 권장사항이다. 스스로의 몸 상태와 마음의 변화에 따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

호두마을을 찾은 날에는 6~7명의 수행자들이 자유롭게 수행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2018년부터 선원장인 우 소다나 사야도를 비롯해 부원장 일창 담마간다 스님이 지도를 맡고 있다.

매일 오후 2시 법문 이후에는 수행과정에서 막힌 부분에 대해 답을 구하는 인터뷰도 진행된다. 이 시간은 신청자에 한해 진행되고 위빠사나를 전혀 모르는 이도 가르침을 통해 동참할 수 있다.

‘자유’를 느끼게 하는 적막함

호두마을에 들어서서 잠시 좌선을 하고 일어나자 곧 점심 공양시간이 됐다. 호두마을은 공양 시간에도 묵언을 강조했다. 음식을 접시에 담으며 이 음식에 대한 마음의 쏠림에 대해 잠시 집중했다. 식당 한 곳에 쓰여진 ‘공양할 때도 마음챙김, 묵언’이라는 문구는 음식공양이 마음수행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임을 느낄 수 있게 했다.

부원장인 일창 담마간다 스님은 “위빠사나 수행에서 위는 특별하게, 다양하게 관찰하는 것이란 뜻이기에 어떤 상황이라고 해서 수행, 마음챙김이 그쳐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문득 의문이 들었다. 왜 그쳐서는 안되는 것인가? 그 이유는 간단했다. 관찰하지 않으면 항상 행복하다고 집착하게 되고 그 집착으로 인해 고통이 나기 때문이었다.

음식을 먹는 동안 가만히 나의 상태를 관찰해 보았다. 숟가락으로 밥을 떠 입안에 넣는 순간 음식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한 기쁨이 솟아났고, 이를 씹으며 맛을 느꼈다. 다시 삼키고 조금 있으니 다른 음식을 갈구하는 마음이 솟아남을 느꼈다. 음식을 하나 하나 먹는데도 마음 상태가 변화무쌍함에서 평소에 생각하는 포만감 등에 대한 관념의 차이를 느끼게 됐다. 이어 계속 마음을 집중하자 먹는 것에 대한 생각과 마음챙김에 대한 것이 하나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공양 후 건물을 둘러보자 포행길을 나와 걷는 수행자들을 발견 할 수 있었다. 조용히 걷는 이들을 따라 걷다 보니 어느새 오후의 해가 저물어 갔다. 오후가 되자 호두마을에서는 적막감 만이 감돌았다. 조금씩 소리를 내는 풀벌레와 들새들의 소리 뿐이었다. 곳곳에 걸려 있는 묵언은 마음에 또 다른 자유를 느끼게 했다.

 

위빠사나 수행 보편화 이끌까

호두마을 설립자인 손병옥 고문은 호두마을을 세우며 “위빠사나 수행은 인생을 살면서 가장 가치있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불교란 종교의 틀에서 벗어나 수행 그 자체가 하나의 행복이라는 것이었다. 오늘날 종교로서가 아닌 명상을 하는 것과 일견 맥이 닿아있다.

그래서 호두마을에는 위빠사나 수행 뿐만 아니라 명상을 하기 위해 찾는 이들도 많았다. 기은경 호두마을 사무장은 “초창기에는 가톨릭 신부를 비롯해 이웃종교인들의 방문도 많았다. 현재는 명상을 위해서 찾는 수행자들도 많다. 이들에게 종교란 굴레를 벗고 마음공부를 할 수 있는 터전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개인 수행처 또한 1인 1실을 원칙으로 개별화장실 등이 구비돼 대부분의 명상 수행처에서 진행하는 형식을 띠고 있었다. 마치 무문관처럼 독수행을 할 수도, 수행홀에서 도반들과 함께 수행을 할 수도 있다.

대수행홀에서는 삼삼오오 수행자들이 좌선과 경행을 함께 병행하고 있었다. 한 걸음 한 걸음 발끝과 호흡에 집중하는 위빠사나 수행을 하는 모습이 경건해 보였다.

취재 후 뒤돌아 나오는 길, 호두마을에서 다시 한번 수행할 기회가 있기를 원했다. 마음의 변화를 관찰하는 정진 열기가 가득한 이 곳을 떠나며 아쉬움이 가득했다.

천안 호두마을 가는길

천안-논산 고속도로 남천안IC에서

대전 광덕사 방향으로 15km

서해안 고속도로 서평택IC에서

39번 도로 따라 아산 지나 629번 도로 이용

천안에서 버스 이용시 천안터미널,

천안역 동부광장 정류장서

시내버스 600번, 601번, 602번 이용.

호두마을 수행 일정

-격주 7일 집중수행

-연중 한달 집중수행(여름, 겨울)

-결제 음력 6월 보름~9월 보름

-상시 자율 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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