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교육아사리회, ‘한일 관계’ 주제 학술대회
단체 창립 첫 학술행사 개최
부처님 설한 화합 방법 통해
첨예한 한일 갈등 해법 제시
기초 교리·수행체계 확립 등
승가교육 발전 방안 제언도
진우 스님 “제언들에 공감”
첨예한 한국과 일본 양국 갈등에 대해 조계종 교육아사리 스님들이 불교적 해법을 내놨다.
조계종 교육원(원장 진우)과 교육아사리회(회장 금강)는 10월 30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2019년도 심포지엄 및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지난 9월 6일 창립총회를 갖고 출범을 알린 교육아사리회의 첫 공식 학술행사였던 이날 심포지엄 및 학술대회는 1, 2부로 나눠 진행됐다. 1부 심포지엄에서는 ‘승가교육의 방향과 교육아사리의 역할’을 주제로 논의가 이뤄졌으며, 2부 학술대회에서는 ‘발전적 한일관계에 대해 불교적 제언’에 대한 연구들이 발표됐다.
특히 학술대회에서는 현재진행형인 한일 갈등에 대한 교육아사리 스님들이 불교적 해법들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조계종 교육원 불학연구소장 정운 스님은 승가 갈등의 대표 사례인 코삼비 사건에서 석가모니 부처님이 설한 여섯 가지 화합 방법을 갈등의 해법으로 제안했다. 석가모니 부처님 6가지 화합 방법으로 △같은 계율로 함께 지켜라 △의견을 함께 나눠라 △공양물을 똑같이 수용하라 △한 장소에 같이 살아라 △항상 자비롭게 말해라 △남의 뜻을 존중하라 등을 제시했다. 이중 “의견을 나누고 항상 자비롭게 말하며 상대방의 뜻을 존중하는 것”이 한일 양국이 주목해야 할 사항이라는 게 정운 스님의 주장이다.
정운 스님은 “상대에 대한 진정한 존중이 자신의 존재 가치를 높이는 일”이라며 “종교인들이 타종교를 자신의 종교처럼 존중하듯 한일 양국도 서로 존중하는 마음부터 가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존중을 위해서는 상대 국가에 대한 ‘공감능력’ 배양의 필요성도 강조됐다. 정운 스님은 “매년 8월 15일에 대한 한중일 삼국의 감정선이 다르다”면서 “일본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탄이 투하돼 많은 일반국민들이 희생됐다. 평범한 일본 국민들의 상흔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애증의 한일관계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발표한 중앙승가대 교수 자현 스님은 한일 갈등의 역사를 되짚고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진단했다. 특히 역사를 교육함에 있어 ‘증오의 교육’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자현 스님은 “역사교육학적 논점 중에는 ‘증오를 가르치는 것이 정당한가’에 대한 것이 있다. 역사는 객관적인 것 같지만, 언제나 특정한 주관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수 없다”면서 “한국과 일본은 지리적 위치 등을 고려했을 때 극단적 파국은 안될 일이다. 과거사에 대한 명확한 인식은 반드시 존재해야 하지만, 증오의 판단에 입각한 교육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심포지엄에서는 교육아시리 역할에 대한 제언들이 이뤄졌다. 교육아사리회 부회장 현견 스님은 현재 한국불교에는 수행 및 교리체계가 존재하지 않음을 지적하며, 교육아사리가 이 같은 체계와 매뉴얼을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한문불전·응용불교·선불교 등 7개 분야로 분류된 교육아사리 전공을 적극 활용해줄 것을 교육원에 제안했다.
현견 스님은 “각 분야의 교육아사리 스님들에게 실력과 능력을 발휘할 장을 종단과 교육원에서 만들어 준다면 충분히 그 역할을 해낼 것”이라며 “교육아사리 스님들 자체적으로도 힘을 모아 하나의 사업을 시작해도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육원에서 발행한 백서를 통해 승가교육을 회고한 해인사 승가대학장 무애 스님(교육아사리회 부회장)은 “전 교육원장 현응 스님은 종단의 사상적 위상과 현안 문제에 대해 불교적 대안을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종단의 싱크탱크 교육아사리 제도를 역점 사업으로 생각했다. 이는 불교 교학자 DB관리를 실행해온 저간의 궤적을 통해 유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원장 진우 스님은 교육아사리 스님들의 제안에 공감의 뜻을 밝혔다. 특히 기초 교리 수행 체계 확립과 승가교육 내실화의 연계성을 강조했다.
진우 스님은 “기초 교리와 수행 체계에 없다는 지적에 십분 공감한다. 하지만 기초를 정립하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면서 “기초 교리 체계 확립은 승가교육 내실화와 연결된다. 이 같은 승가교육 불사에 교육아사리 스님들을 적극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출가 연령이 높아지고 있는 지금은 교육이 효율적이어야 한다. 승가교육 내실화는 추상적이면서도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며 “이 같은 목표는 혼자 힘으로 할 수 없다. 도움이 필요한 일이다. 우선 내년 상반기까지 각계 스님과 재가 전문가들을 만나 의견을 수렴하려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