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29일 '수능엄경' 등 3건 지정예고

고양 원각사 성보博 소장본
여백에 한글·한문 주석 빼곡
반치음·옛이응 사용 확인돼
동국대 고문헌 조사로 밝혀
가장 오래된 한글 필사 자료

보물로 지정예고된 고양 원각사 소장 '수능엄경'. 지난 2015년 동국대 ABC사업단 조사를 통해 가장 오래된 한글 필사 주석 등이 확인됐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한글 손글씨 자료를 담은 능엄경이 보물로 지정된다.

문화재청(청장 정재숙)“<대불정여래밀인수증요의제보살만행수능엄경 권12>(이하 수능엄경)을 비롯해 조선 시대 도자기와 전적 3건에 대해 보물로 지정예고했다1029일 밝혔다.

<수능엄경>은 대승불교에서 중요시하는 경전 중 하나로, 보물로 지정된 경전은 총 10권 중 권 1~2에 해당 한다. 현재는 고양 원각사 성보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원각사의 <수능엄경>은 태조 이성계가 승려 신총에게 대자(大字, 큰 글씨)로 판하본(板下本)을 쓰게 한 뒤 1401(태종 1)에 판각·간행한 것이다.

특히 원각사 <수능엄경>은 국문학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가진다. 경전의 여백에 붓으로 정교하게 쓴 한글과 한문 주석과 석독구결(釋讀口訣·우리말의 조사, 어미 등을 나타내는 토를 붙여 한문을 우리말로 풀어 읽는 방법을 표시한 것)이 빼곡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특히 15세기 말까지만 쓰였던 (반치음), (옛이응) 등이 확인돼 눈길을 끌었다.

이는 지난 2015년 동국대 불교학술원 ABC사업단의 불교기록문화유산 아카이브(ABC) 구축 사업을 통해 확인됐다. 당시 조사단은 “1461년 이전에 쓴 현존 최고(最古) 한글 필사 자료다.훈민정음이 창제된 직후 15세기에 한문본을 우리말로 번역한 과정이 확인되는 중요한 자료라고 평가한 바 있다.

문화재청 역시 보물 지정예고에서 이 같은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조선의 독자적인 필체에 의한 판본으로서, 조선 초기 불경 간행의 양상을 살펴볼 수 있고 중세 국어 연구에 있어 귀중한 자료로 판단된다. 보물로 지정해 연구·보존할 가치가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문화재청은 조선시대 항아리인 백자 청화매조죽문 항아리와 풍수지리서 지리전서동림조담을 각각 보물로 지정예고했다.

한편, 문화재청은 30일간의 예고를 통해 의견을 수렴한 후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보물 지정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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