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일사일지(一事一智)

일사일지(一事一智)는 ‘한 가지 일을 통해서 한 가지 지혜를 얻는다’는 뜻이다. 일사일지(一事一智)는 ‘간시궐(乾屎右, 마른 똥막대기)’이라는 화두로 유명한 운문선사의 말씀이다. 그의 법문집인 〈운문광록(雲門廣錄)〉에 나오는 ‘인일사 장일지(因一事 長一智)’에서 줄인 말인데, 운문선사 외에도 많은 선승들이 즐겨 사용했다. 또 〈명심보감〉 등 일반에서도 많이 사용하고 있는 사자성어다.

〈명심보감〉 성심편에는 “불경일사(不經一事)면 부장일지(不長一智)”라고 하여, ‘한 가지 일을 겪지 않으면 하나의 지혜가 생기지 않는다’고 하였는데, 실제로 우리는 어떤 일을 했을 때 그 일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간에 그 일을 계기로 평소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여러 가지 새로운 것들을 알게 되고 발견하게 된다. 그것이 경험을 통한 지혜인데, 그 지혜가 축적되고 축적되어 삶의 원천이 된다.

우리는 많은 일과 사건 속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살아간다. 그 가운데는 의미 있는 경험도 있고 별 의미가 없는 무의미한 경험도 있다. 또 매일 같이 반복되는 일상적인 경험도 있고 난생 처음 겪는 특별한 경험도 있다. 처음 겪는 일에서 보다 많은 경험과 지혜를 배우게 되지만, 그 어떤 것이든 우리는 하나의 일을 겪을 때마다 적어도 하나 또는 여러 가지 경험과 지혜를 얻게 되고, 이렇게 축적된 여러 가지 경험과 지혜는 우리의 삶과 인생에 중요한 밑바탕이 된다.

지혜에는 지식을 통한 지혜가 있고 경험을 통한 지혜가 있다. 지식을 통한 지혜는 고전 등 책을 통하여, 또는 학교에서 배운 지혜로서, 이는 오랜 역사 속에서 많은 선인(先人)들의 삶과 경험이 축적된 지혜라고 할 수 있다. 실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혜, 우리가 생활 속에서 활용하고 있는 지혜는 선인들로부터 전수한 지혜가 대부분이다. 굳이 이름을 붙인다면 전통적인 지혜라고 할 수 있다.

이와는 달리 개인의 경험을 통한 지혜가 있다. 기존의 지식이나 전통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발전시킨 지혜, 또는 개인적인 경험이나 삶을 통해서 얻어지는 지혜로서, 이 역시 삶에 중요한 바탕, 모티브가 된다. 때론 개인의 체험과 경험, 지혜가 바탕이 되어 새로운 것을 창조, 발명하기도 한다.

지혜는 지식, 경험, 사색의 집합체이다. 지혜는 지식의 습득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지식과 경험, 사색이 합해져야 한다. 학식이 전혀 없어도 의(義)와 불의, 옳고 그름 등 사리(事理)를 두부 자르듯이 잘 분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동서양의 고전을 줄줄 외울 정도로 박학다식해도 명예와 물욕에 어둡고, 인간사에 어리석은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은 학문을 해도 ‘학이시습(學而時習)’이 안 된 사람으로 지식과 실천이 동행하지 않아서 그렇다. 고전적인 언어로는 ‘서자서 아자아(書自書 我自我, 글은 글대로 나는 나대로 따로 노는 인생)’라고 하는데, 백과사전처럼 박학다식해도 단순 지식에 불과하고, 성찰과 사고력, 실천과 탐구정신 결핍으로 지혜를 창출해 내지 못한다. 사색과 학이시습을 하지 않으면 천재라도 백치가 된다. 그런 사람은 사전적인 역할은 해도 삶과 인생의 멘토가 되지는 못한다.

반면 배운 것은 별로 없어도 매우 현명하고 지혜로운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의지가 굳고 바르고 부지런하다. 이들의 지혜는 자신이 겪은 일, 지식과 체험과 경험을 통해서 얻은 지혜라고 할 수 있다. 지혜가 있는 사람은 난관이 닥쳤을 때 슬기롭게 극복하는 힘이 있다.

장주환 선생은 “지혜는 편견과 고정관념으로부터 탈출을 의미하며, 무지로부터 탈출하는 것이며, 삶의 가치와 우선순위의 가치를 아는 것이며, 사물을 분별하는 능력이며, 성숙된 인성을 의미하며, 삶의 모든 상황에 대한 예상능력, 분석능력, 처리능력, 분별력, 판단력을 말하며, 또 지혜를 낳는다.”고 하였다.

선승들은 뛰어난 지혜의 소유자들이다. 그들은 참선수행에서 터득한 하나하나의 사례, 즉 일사일지(一事一智)를 모아서 집대성시켰는데, 그 책이 유명한 〈벽암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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