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구체적 글쓰기의 가치

오래 전 묻어둔 기억 속 한 조각
미처 잊고 지낸 사건을 꺼내보자
〈시크릿〉처럼 결과에 매이지 말고
과정도 담아내는 글쓰기를 해보자

나의 어느 날 사건, 취재수첩
나의 어느 날 사건, 취재수첩은 생애 기억할만한 기억의 카드를 찾는 일부터 시작이다. 크든 작든 내 사건 카드의 내용을 신문기사처럼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진술하는 작업이다. 비록 시골집 액자 속 색 바랜 사진 같은 사건들이긴 하다. 그 일의 효용성이 전혀 보이지 않기도 하다. 하지만 당신이 만약 나의 어느 날 사건, 취재수첩글쓰기를 한다면, 미처 몰랐던 나의 삶이 환하게 열리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당신의 오늘 이 순간과 그 사건 사이에 뭔가 보이지 않는 끈이 있음을 깨닫게 될 수도 있다. 이런 옛 기억 속 사진 한 컷 같은 사건은 어떤가.

2 시절 어느 봄날, 그는 가출을 감행했다. 책가방 대신 여행가방을 어깨에 둘러메고 마당에 서서 어머니한테 말했다. “학교 다녀올게요.” 샘가에서 무언가 씻고 있던 어머니는 아들을 쳐다보지도 않고 대답했다. “, 늦겠다. 어여 가라.” 대문 경첩 삐걱이는 소리가 신경에 거슬렸다. 그는 어깨를 구부려 쪽대문을 빠져나와 문을 천천히 당겨 닫았다. 쪽대문이 닫히기 직전 샘가에 앉아 있는 어머니 등허리 쪽에 시선이 스쳤다. 어머니 앉은 모습은 잘 씻지도 않고 방치해둔 장독 같았다. 학교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서는 동네병원 간판이 보이는 오른쪽으로 꺾어 걸어야 했지만, 그는 왼쪽으로 꺾었다. “어디 가냐?” 친구들이 서둘러 걸으면서 건성으로 물었다. “, , 가출 중!” 그는 대답했고, 친구 중 한 녀석은 파이팅하고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리더니, “학교에서 보자라면서 이빨을 내보였다.

우리 삶의 책갈피에는 말라붙은 단풍잎 같은 사연들이 하나씩 끼어있게 마련이다. 어차피 삶이라는 게 크고 작은 사건의 흩뿌려짐 같은 나날이리라. 워낙 깨알 같은 일들이 난무하다보니 이런 저런 사건의 연속이 인생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자신의 삶이라는 좁다란 우물. 그 속에서 올려다보는 하늘이고, 그 속에서 배운 것이 공부고, 그 속에서 만난 인연이 벗이고, 친척이다. 그런 대롱 같은 우물 속에서 살다보니, 나는 나 자신이 허물기 힘든 벽이고, 당신은 당신 자신이 벽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우물에서 뛰쳐나와 양팔을 펼쳐 세상을 향해 자신의 목소리와 존재를 내보이려 한다. 그것이 정상인가. 당연하다. 그것이야말로 인간의 기본 욕구다. 누구에겐가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는 생존욕구와도 긴밀하다. 엄마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젖먹이를 상상해보라. 그런 점에서 인정욕구는 생애 첫 지점부터 발생한 욕구일 수도 있다. 당신은 나 이런 욕구는 진즉에 접었어라고 말할 자신 있는가. ‘나의 어느 날 사건, 취재수첩은 당신 삶의 히든카드를 한 장 집어 올리는 일이기도 하다.

- 아직 감정적으로 해결되지 않았거나, 여전히 모호한 기억으로 남은 일들을 작은 카드에 적듯이 적어본다. 취재기자처럼 6하 원칙(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으로 적는다. 단 한 줄이어도 좋다.

- 오늘 아침부터 지금까지, 사건이라고 할 만한 내용을 하나 발췌하여, 신문기사처럼 적는다. 제목은 기사의 핵심이다. 지극히 사소한 일이라도, 그 안에서 제목을 찾고, 기승전결을 이어가보라. 다 쓰고 난 후, 제목을 바꾸어도 좋다.

- 아직 오지 않은 어느 날 사건을 취재형식으로 적어본다. 자신의 기대나 기원 등이 섞인 내용을 상상하면서 건조하고 극 사실적으로 글쓰기한다.

당신은 어쩌면 기사체 글쓰기를 한 차례도 써보지 않았다. ‘이 단원은 나하곤 상관없겠군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오히려 다행이다. 당신은 기사체라는 것에 오염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기사체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헤드라인 찾기. 제목을 왜, 맨 먼저 달아야 할까. 신문이나 인터넷 기사에 대한 당신의 태도를 돌아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당신 또한 제목만 읽고 넘긴 기사가 부지기수이지 않겠는가. 그런 점에서 기사 제목은 필수다. 제목을 다는 순간 당신은 기사 내용의 전체 그림을 무의식 중에 그린 셈이다. 가령, 당신이 아침에 일어나 물을 마시려다 컵을 깨뜨렸다면 아침부터 사고 치다라는 제목을 달 수도 있다.

제목은 독자로 하여금 호기심을 유발하는 밑밥이지만, 글쓰기명상은 독자 없는 기사체이므로 내 멋대로 달아도 상관없다. 이왕이면 간결하고, 핵심 내용이 담겨 있으면서 흥미 유발하는 제목을 창작해보라. 제목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기사의 첫 문장이다. 제목에 낚인 독자들도 처음부터 다 읽을 생각으로 기사에 시선을 꽂는 게 아니다. 제목은 흥미로운데, 무슨 얘기지? 첫 줄만 읽어보면 대충 알겠지 하는 생각으로 첫 문장을 읽어가기 십상이다.

첫 문장에서는 어지간하면 6하 원칙을 준용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라는 여섯 사항을 첫 문장에 우겨넣기는 간단치 않다. 더군다나 혼자 읽고 말 기사이지 않겠는가. 무리하지 말자. 다만, 지금의 내가 과거의 내 사건을 재정리한다는 마음으로, 6하 원칙을 활용해서 첫 문장을 적어본다.

제목 : 모범생의 가출

1995524일경, 2, 박 아무개 군은 본인의 책상 서랍에 자퇴원을 써놓고 아침 등굣길에 가출을 한 것으로 드러나 가족과 선생님, 친구들을 놀라게 했다. 그날 저녁 늦게까지 소식이 없어서 박군의 방에 들어가 본 아버지 박모 씨는 평소와는 다르게 잘 정리된 박군의 방을 이상하게 생각, 서랍에서 박군이 남긴 학교 자퇴서를 발견함으로써 박군이 가출한 것을 알게 된 것(이하 생략).

성취 연설문, 성취 소설 쓰기
성취 연설문, 성취 소설 쓰기는 당신의 성공을 내면에 각인시키는 기술이다. 원하는 것의 퍼즐을 하나씩 맞춰가며 무의식에 저장하는 글쓰기다. 이 내용이 특히 중·고등학생들에게 알려지고, 실행되기를 바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크릿이라는 말을 들어보지 않은 분은 거의 없지 않을까. ‘인류의 1%에게만 비밀리에 전수돼온 부와 성공의 법칙이라는 부제가 따라다닌다.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간절히 바라고, 그것이 이루어진 광경을 자나 깨나 생생하게 그리면 성취된다는 내용이다. 이것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것을 보면 많은 사람이 매혹됐음에 틀림없다. 그런데 칼 사이몬톤(O. Carl Simonton)이라는 심리학자는 이게 아니라고 손 사레를 쳤다. 박사의 주장은, 미래의 좋은 결과에 초점을 맞추면 현재 그것 없음을 반복적으로 각성하게 되어, 오히려 일이 안 되는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것이다. 소위 반 시크릿이라는 별칭이 붙은 이 주장은 일의 과정을 충실하고 생생하게 그려보고 실행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그는 실험 사례 등을 통해 자신의 가설을 입증했다. 결과보다는 과정을 생생하게 그리면서 하나씩 실천해 나아갈 때, 원하는 것을 얻을 확률이 높다는 주장이다.

논의 핵심은 자명하다. 과정 중심인가, 결과 중심인가. 당신의 마음을 살펴 직설하면, ‘과정이라는 놈은 생각만으로도 까탈스럽고 복잡하다. ‘공주와 왕자는 결혼하여 깨가 쏟아지게 잘 살았다는 식의 결과에 집중하는 것이 편하고 기분 좋다. ‘험한 폭풍우, 적의 모략과 술수, 산적이나 맹수들과 목숨 걸고 싸우며 공주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는 것은 상대적으로 복잡하고 귀찮다. 사이몬톤 박사는 바로 거기에 허점이 있음을 지적한다. 쉽고 가볍고 깔끔한 상상 틈틈이, ‘이렇게 안 되면 어떡하지?’라는 매우 합리적인 의심이 동지섣달 문풍지 뚫는 칼바람처럼 꽂혀든다는 것이다.

성취 연설문, 성취 소설쓰기는 이런 의구심을 극복하고, ‘시크릿반 시크릿을 모두 보완해주는 방법이다. 당신은 다음과 같은 글쓰기를 할 때, 가슴에 따뜻한 울림이 둥둥거리기도 할 것이다.

- 자신이 원하는 일, 하나를 제목으로 적는다. 그 목적지를 찾아가는 동안 일어날 수 있는 일들도 낱낱이 적는다. 원하는 것을 모두 성취한 자신의 모습을 그리면서, 당신의 후배나 팬들에게 낭독해줄 연설문을 작성한다.

- 원하는 결과를 이루었을 때 터져 나오는 환호성, 감탄사, 듣고 싶은 칭송의 말들을 생생하게 적는다. 그런 후, 그 과정에서 나의 일을 방해하는 사람이나 조건의 이름을 하나 만든다. 그 사람과 결투를 하거나 타협을 하면서 문제를 하나하나 헤쳐 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차근차근 적어간다. 이때, 대화나 지문 등을 적절히 배합한다. 소위, 성취 소설쓰기이다.

- 스티브 잡스의 스탠포드대학 졸업식 연설문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연설문을 구해서 자신의 내용으로 재구성해본다. 당신의 일이라면 무조건 축복해줄 사람들이 단상에 선 당신을 자랑스럽게 쳐다보는 광경을 상상하면서 적어간다.

내면화는 우리의 감각기관으로는 알기 어려운 미세먼지나 영상 따위에 은밀하고 반복적으로 노출되어 마음깊이 뿌리내리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도 모르게. 한 번도 의식하지 못한 채 내면화된 것들이 얼마나 많을까. 사회의 풍습이나 윤리, 규범 같은 거대 담론은 물론, 어쩌면 당신의 손가락 하나 까닥하는 의도까지도 내면 깊숙이 숨겨져 있을지 모른다.

내면화된 당신의 의식은 나의 언행 등을 통해 언제 솟구칠지 모른다. 예측하지 못한 순간 검푸른 바다에서 튀어 올라오는 돌고래처럼. 양자물리학에 의하면, 당신의 내면의식은 거대한 물질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 인류는 원자핵의 힘을 이미 알고 있지 않은가. ‘성취 연설문, 성취 소설 쓰기는 그런 점에서 과정과 결과를 한꺼번에 담을 수 있는 강한 에너지 만들기다.

당신이 스티브 잡스처럼 삶의 과정과 역경을 드러내는 연설문을 쓴다고 생각해보라.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비전을 현재형으로 한줄 한줄 적어가보는 것이다. 그 연설문을 군중 앞에서 읽어주는 광경을 상상하면서, 이미 이루어진 일을 보듯이 글을 써보라. 아래는 스티브 잡스의 스탠포드 대학 졸업 축사 중 일부다.

(상략) 내가 애플에서 해고되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 중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것은 두려운 시험이었지만, 환자는 가끔 그것을 필요로 하는 것입니다. 인생이란 때로 여러분을 고통스럽게 하지만 신념을 잃지 마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이 사랑하는 것을 찾아야 합니다.(이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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