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한로(寒露)
백연근전·사과토란탕수·구절초화전

공기가 점점 차가워지는 한로에도 가을걷이가 아직 한창이다. 태풍이 여러 개 지나간 들녘은 생채기가 난 채로 바쁜 일손을 더욱 서두르게 한다. 조석으로 달라지는 공기가 제법 쌀쌀하여 새벽옷깃을 더욱 여미게 한다. 찬이슬이 맺는 한로에는 감국의 향기를 더욱 깊게 하고, 산행에서 만나는 꾀꼬리버섯은 옹기종기 군락을 이루고 있다. 찬이슬 덕에 애호박이 들큰한 맛을 들인다. 연밭에서 캐온 햇연근은 그 아삭함에 자칫 생식을 하기 일쑤다.

<동의보감>에서는 연근을 갈아서 즙을 낸 후 그 물을 마시고 밤새 땀을 내고 자고나면 어깨근육통이 풀린다고 하였다. 절에서는 연음식이 가장 다양한 품새로 상에 올라가는데 연근을 강판에 갈아서 만들던 연근전이 조금 식상하다. 공력이 들지만 연근을 곱게 다져서 오래 치댄 다음 밀가루 없이 만드는 연근전의 아삭함은 색다른 맛과 함께 친근한 식재료로 거듭나게 하기도 한다.

발우공양 오픈 후 얼마 되지 않아 한 신문사 회장 부인이 오셔서 공양을 하신 후 연근전을 꼭 배우고 싶은데 알려달라고 하셔서 차마 거절 못하고 주방 한편에서 만드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있다. 여러 번 들릴 때마다 고마움을 전한 모습에 자신에게 각인된 음식은 반드시 해먹고 싶다는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수단이 되는 것을 그때 알게 되었다.

추석을 지나고 보니 토란이 눈에 자주 보인다. 이제 토란음식이 냉기를 몰아내고 차가운 겨울바람에서 온기를 지키는 약성이 있기에 눈여겨보라는 뜻인가 보다. 출가해서야 토란음식이 추석 차례상에 올리는 음식임을 알게 되었고, 그 많은 식재료 중에 몇 안 되는 으뜸 식재료임을 경험하게 된다. 노스님께서는 추운 날 간식으로 토란을 껍질째 찐 후 따뜻할 때 모두 모여 함께 먹는 간식으로 주셨다. 토란껍질이 알맹이와 분리될 때 빠르게 빠지는 통에 입안이 뜨거워서 차가운 물을 들이킨 적도 있다.

토란은 주로 국거리로 이용되지만 사과를 넣고 토란탕수 요리로 만들어서 한 끼 대용식으로도 이용한다. 처음 개발한 메뉴에서는 토란을 찌고 짓이겨 두부를 넣고 뭉친 후 튀겨서 사용했지만 아무래도 튀기는 음식이 여러 불편사항이 있어 간소하게 하다 보니 레시피가 전혀 다르게 만들어졌다. 토란을 튀기는 대신 튀김옷을 입히지 않고 기름을 넉넉히 두른 후 튀기듯이 구워내면 겉은 바삭하고 속은 무른 형태가 되어 탕수소스를 한국자 만들어 올리면 나름 신선한 토란 음식이 된다.

도량 내 피어나는 꽃들 중 구절초는 반드시 화전을 한 번은 만들게 한다. 향이 짙어 올린 꽃을 모두 먹었다가는 목구멍 안까지 번지는 쓴맛에 며칠 고생하게 된다. 구절초화전은 씨방이 있는 부분은 들어내고 먹어야 탈이 없다. 녹차가루나 쑥가루로 반죽한 찹쌀로 떡을 구워 하얀 구절초 한 송이 펼쳐놓으면, 황차를 마시는 다식으로 더할 나위 없는 음식이 되기도 한다. 옛사람들은 한로를 전후하여 국화로 전을 만들거나 술을 빚었다고 하는데 감국이 아닌 국화는 식재료로 부적합하니 잘 살펴서 만들 일이다. 알레르기를 유발하기도 하는 꽃술들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 식용꽃 감국은 눈을 맑게 하고 두통을 완화하는 효과도 있다. 감국차 한 통 정도는 상비약으로 두고 먹어도 좋을 듯하다. 요즘 사람들은 약을 골고루 구비해놓고 먹는 습관이 되어 있는데 절에 사는 우리들은 감기약조차도 한 해 한 번 정도 이용한다. 많은 것들이 단방약으로 해결되기 때문이다.

돌도 안 된 아이들이 감기에 걸려 그 어린 몸에 약도 부족해 주사약이 처방되는 현실은 부적절하다. 어미는 아이를 잘 살필 의무가 있다. 하루 종일 같이 있을 형편이 아니니 아프면 무조건 약에 의존할 수밖에 없겠지만 몇 가지라도 알아두면 유용하다.

생강을 삶은 물을 따뜻한 온도로 유지하며 아이들 발을 담그게 하면 이마에서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저녁마다 생강물 족욕을 해주고 감국차를 연하게 만들어 수저로 한 입씩 입에 적셔주면 감기가 완화된다.

백연근전

백연근전

재료: 연근 1(400g), 우리밀가루 3T, 소금약간, 부침유(들기름1T+식용유1T)

1. 연근은 8~10조각정도 얇게 슬라이스해서 놓고 나머지는 곱게 다진다.

2. 다진 연근의 국물을 약간 짜내어 밀가루와 소금을 넣어서 반죽한다.

3. 팬에 부침유를 두른 후 연근 반죽을 한 스푼씩 떠서 놓고 그 위에 슬라이스한 연근을 올려서 지져낸다.

사과토란탕수

사과토란탕수

재료: 토란 10, 청홍피망 ¼개씩, 생표고 1개 전분 ½, 소스(채수물 1, 집간장 2T, 사과½, 전분 T, 매실청 1T, 참기름 약간, 마른표고버섯 3, 다시마 10g)

1. 2컵에 마른표고버섯과 다시마를 넣고 채수를 끓이다가 건져낸 후 집간장을 부어 맛국물을 낸다.

2. 토란은 껍질을 벗겨 소금물에 잠시 담근 후 한 개를 4조각 크기로 썬다.

3. 피망은 사각크기로 썰고 버섯도 같은 크기로 썬다.

3. 토란은 팬에 올리브유를 충분히 넣고 튀기듯이 굽는다.

4. 사과는 강판에 갈아서 체에 거른다.

5. 팬에 채수와 간장, 전분을 풀어서 끓이다가 사과즙과 매실청을 넣고 수분을 줄인 다음, 참기름을 조금 넣는다. 피망, 생표고버섯을 넣고 토란을 넣어 버무린다.

구절초화전

구절초화전

재료: 구절초꽃 10, 연잎가루 1작은술, 찹쌀가루 3, 참기름 1큰술, 소금 작은술, 꿀 약간

1. 찹쌀과 연잎가루는 익반죽 후 소분한다.

2. 꽃은 깨끗이 씻어서 물기를 털어낸다.

3. 팬에 달전을 구우면서 꽃을 붙인다.

4. 구운 화전 위에 꿀을 한 방울씩 올려놓는다.

5. 먹을 때 중심꽃방은 떼어내고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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