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속이 종교를 걱정하는 시대
종교지도자 일탈, 주요한 이유

엔 장로 비구 덕목 명시
‘지계’ 기반한 승가리더십 강조
경전서 설하는 승가 불문율에도
세속 능력 자격 기준으로 오인

세간의 이득·명성을 집착 않는
청정한 수행자가 지도자 돼야

사회가 오히려 종교를 걱정한다는 우려서린 목소리가 심상치 않게 들려온다. 사회를 평안하게 해주어야 하는 게 종교인데 오히려 사회에 걱정을 끼치는 존재가 되고 있음을 우려하는 말이다. 이와 같이 종교가 사회의 걱정거리가 된 이면에는 종교지도자의 일탈이 상당수 존재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불교 역시 이런 걱정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실정이다. 이 대목에 이르러 자연스럽게 옛 장로 비구의 덕목과 리더십을 그리워하고 돌이켜보게 된다.

불교경전에는 승가지도자인 장로 비구의 덕목과 리더십이 다양하게 설해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빠알리 경장인 니까야(nikya)는 장로 비구의 덕목을 설하고 있는데, 그는 지계(持戒)에 기반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앙굿따라 니까야>는 다음과 같이 설하고 있다.

비구들이여, 다섯 가지 법을 갖춘 장로 비구는 동료 수행자들이 사랑하고 마음에 들어 하고 존중하고 경의를 표한다. 무엇이 다섯인가?”

그는 계를 잘 지킨다. 그는 빠띠목카(ptimokkha, 戒目)를 수호하고 단속하면서 머문다. 올바른 행위의 경계를 갖추고, 사소한 허물에도 두려움을 느끼고, 학습계목을 받아 지녀 배운다.”(AN5:87)

사부대중은 계율을 어긴 자를 존경하지도 않고 따르지도 않는다. 도덕적으로 결함이 있는 자의 말은 힘이 없고 권위가 없다. 정치지도자는 약간의 도덕적 허물이 있더라도 고위직에도 올라갈 수 있으나, 출가 사문은 계율을 어긴 허물이 있다면 승가지도자가 될 수 없다. 대중은 세간의 정치지도자보다는 출세간의 종교지도자에게 보다 엄격한 도덕적 기준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출가 사문이 계율을 어겼다면, 그 자체로 지도력을 상실하게 된다.

이러한 승가의 불문율에도 불구하고, 종종 지계(持戒)가 아닌 세속적 능력이 승가지도자의 자격기준으로 오인되고는 한다. 출가의 오램, 세간의 명성, 권속의 많음, 잘 얻는 능력 등이 그러하다.

출가한지 오래된 구참(久參) 장로라는 이유 때문에 사람들은 그의 삿된 견해를 본받는다. 그가 잘 알려졌고 명성을 가져서 재가와 출가를 다 포함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에워싸여 있다는 이유 때문에 사람들은 그의 삿된 견해를 본받는다. 그가 옷과 탁발음식과 거처와 병구완을 위한 약품을 잘 얻는다는 이유 때문에 사람들은 그의 삿된 견해를 본받는다.”(AN5:88)

근래 한국승가에서도 이런 현상이 심화되는 듯하다. 법납이 많다는 이유로 법납이 적은 스님을 핍박하거나, 명성을 얻어 세속적 아상이 높거나, 파당을 형성하여 무리의 이익을 도모하거나, 시주물을 잘 구하여서 권속이 많은 스님들을 종종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전술한 두 경문을 통하여, 승가지도자를 선택함에 있어서는 세속적 능력이 아닌 출가 사문으로서의 범행(梵行)에 우선적인 기준을 두어야 함을 대비적(對比的)으로 알 수 있다. 우리 승가의 지도자 기준도 이와 다르지 않다. 한국승가의 지도자는 세속적 이득과 존경과 명성에 집착하지 않는 수행자이어야 한다.

, 출가 사문으로서 그리고 수행자로서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고 지극히 청정한 범행을 실천하는 출가 사문이 한국승가의 지도자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장로 비구가 승가를 이끌 수 있을 때 불교가 사회를 평안케 만들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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