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연고 사망자 보듬는 ‘자비 손길’
무연고 사망자 보듬는 ‘자비 손길’
  • 파주=윤호섭 기자
  • 승인 2019.10.16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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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사회노동위, 용미리 공원묘지서 기도법회

매년 늘어나는 무연고 사망자
빈곤층이 사망자 대부분 차지
사노위·빈곤사회연대 등 뭉쳐
3년째 합동위령제 봉행 ‘귀감’

3000여 유골 중 반환은 145건
봉안당도 1년에 하루만 공개돼
“추모 기회 있다는 것에 감사”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스님과 쪽방촌 주민, 무연고사망자 지인들이 추모의 집 봉안당에서 국화를 들고 묵념하는 모습.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스님과 쪽방촌 주민, 무연고사망자 지인들이 추모의 집 봉안당에서 국화를 들고 묵념하는 모습.

1인 가구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대한민국. 이에 따라 홀로 세상을 떠나는 무연고 사망자도 매년 늘어나는 가운데,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가 무연고 사망자들의 넋을 위로하고 지인들을 위한 추모의 자리를 마련했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위원장 혜찬)1016일 파주에 위치한 서울시립 용미리 공원묘지 100구역 무연고 사망자 추모의 집앞에서 사회적 고립으로 삶을 마감한 무연고 사망자들의 합동 위령제를 봉행했다. 위령제는 사회노동위와 비영리민간단체 나눔과나눔, 홈리스행동, 빈곤사회연대가 3년째 빈곤철폐를 외치며 이어온 행사다.

이들 단체는 1년에 단 하루, 합동위령제가 열리는 날인 이날만 개방되는 봉안당에 들어가 묵념을 올리고 고인을 위한 예식을 진행했다. 봉안당은 추모의 공간이 아닌 보관시설이기 때문에 평상시에는 개방되지 않는다. 이어 사회노동위원 법상·주연·백비·서원·현성·인우 스님은 염불을 외며 무연고 사망자들의 왕생극락을 기원했다. 무연고 사망자의 지인들은 영단에 술잔을 올리고 재배하며 가족도 없이 먼저 죽어간 벗을 추모했다. 또한 동자동쪽방 주민 이재영 씨가 추모곡으로 홀로아리랑을 불러 위령제에 참석한 40여 대중의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동자동사랑방 회원인 조인형 씨는 같은 건물 2층에 살던 할머니가 며칠간 안 보여서 방에 가보니 쓰러져 있었다. 가족이 아무도 없어 동네 사람들이 장례를 치렀다이름은 모르지만 장례를 치른 주민들의 얼굴을 보면 슬프다. 고기도, 생선도 아닌데 냉동실에서 두세 달씩 있어야 한다는 게 마음 아프다고 토로했다.

봉안당 앞에서 합동위령제를 봉행한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봉안당 앞에서 합동위령제를 봉행한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무연고 사망자 추모의 집에는 아이부터 노인까지 약 3000여 명의 유골이 안치돼 있다. 다만 10년이 지나도록 연고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무연고 사망자의 유골은 서울시립승화원 유택동산에 산골된다.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한 채 외롭게 죽고, 유골마저 남의 손에 의해 버려지는 셈이다.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추모의 집에 안치된 3300여 명의 유골 중 연고자의 손에 돌아간 사례는 고작 145건에 불과하다.

염불을 마친 사회노동위원 법상 스님은 무연고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스님들이 뒤늦게 알았다. 평생을 외롭게 살다가 돌아가신 이후에도 계속되는 외로움이 더없이 안타깝다없는 자는 죽어서도 없어야 하는 사회구조가 개선됐으면 한다. 스님들도 힘을 보탤 것이라고 위로의 말을 전했다.

위령제에는 얼마 전 무연고자인 부인과 사별한 박모 씨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박모 씨는 사망한 부인과 수십 년을 함께 살았지만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시신을 수습할 수 없었다. 병원비부터 장례비까지 부담하고도 법적 테두리의 가족이 아니어서 부인이 무연고 사망 처리 후 추모의 집에 안치되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박모 씨는 “(부인과)몇 십 년을 함께 살았는데 법적인 관계가 아니어서 시신을 안장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사실혼 관계로 주민등록등·초본도 발급되는데, 부인을 묘지에 안장하지 못한다는 게 너무 마음 아프다면서 재판을 통해서 부인의 시신을 되찾으려 한다. 그나마 오늘처럼 하루라도 부인을 추모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이 다행이라고 말했다.

염불을 외며 무연고 사망자들의 왕생극락을 기원하는 스님들.
염불을 외며 무연고 사망자들의 왕생극락을 기원하는 스님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사회구조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고독사의 주원인을 빈곤으로 꼽은 뒤 최근 국정감사에서 노숙인들의 뇌수술로 문제가 된 국립중앙의료원 사례를 꼬집었다.

김 사무국장은 한 의사가 수십 명의 뇌수술을 하고, 대부분은 3일을 넘기지 못한 채 숨진 것으로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다. 환자 대부분이 노숙인이었고, 이들에 대한 수술은 일반적인 뇌수술 시간보다 훨씬 짧은 것으로 확인됐다무연고 환자들로 뇌수술 연습을 한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 이런 사회에서 우리가 삶과 죽음의 평등을 어떻게 얘기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김 사무국장은 이어 “1인 가구의 절반이 빈곤층이다. 더 이상 무연고자가 외롭게 떠나지 않을 방법을 찾는 것은 남은 사람들의 몫이다. 가난 때문에 연고가 없는 사람이라는 낙인이 사라지길 바란다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무연고 사망자는 매년 증가 추세다. 20141379명이던 무연고 사망자는 매년 200여 명씩 늘어 지난해 2447명을 기록했다. 게다가 가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지만 경제적 능력부족이나 단절된 가족관계로 인해 시신 인수를 포기해 무연고 사망자가 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국 17개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무연고 사망자 시신 인수 포기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1430.9%였던 시신 인수 포기자 비율은 2017년 상반기 46.4%까지 늘어났다.

이 때문에 인근 주민이나 지인들이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를 대신 치르고 시신을 인도받으려 하지만 현행법상 어려움이 많다. 담당 공무원의 재량으로 시신을 인도할 수는 있지만 문제가 발생했을 때 공무원이 책임져야 하는 구조이기에 가족이 아닌 지인에게 시신이 인도되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지인의 죽음을 추모하며 헌화하는 쪽방촌 주민들.
지인의 죽음을 추모하며 헌화하는 쪽방촌 주민들.

이처럼 무연고 사망자들의 사후 관리에는 절차의 보완이 필요하다. 다행히도 조계종 사회노동위와 빈곤사회연대 등이 합동위령제를 봉행하고, 빈곤철폐에 목소리를 높이면서 서울시가 20189월 광역자치단체 최초로 공영장례 조례를 시행하는 등 일부 제도 개선의 성과를 얻었다.

박진옥 나눔과나눔 상임이사는 기존에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지원을 민간단체가 도맡아서 했다면 공영장례 조례 시행 후 지자체가 예산을 마련해 장례를 돕게 됐다지난해까지 무연고 사망자에게는 수의조차 입히지 않았지만 올해부터는 수의도 제공되는 등 변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변화에 조계종 사회노동위는 앞으로 노동뿐만 아니라 빈곤해소를 위해서도 적극적으로 움직일 계획이다. 양한웅 사회노동위 집행위원장은 위원회가 노동문제 해결에 많은 활동을 펼쳤다. 하지만 연고 없이 돌아가시는 분들이 없도록 돕는 것도 중요한 종교 역할 중 하나라며 빈곤사회연대와 지속적으로 민중의 삶과 위기를 알리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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