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적습성성(積習成性)

적습성성(積習成性)이란 습관적인 행동을 오랫동안 하다 보면 본성이 된다는 뜻이다. <대지도론>에 있는 사자성어로, ‘좋은 습관이든 나쁜 습관이든 오래되면 그 습관은 곧 그 사람의 본성, 성품이 되어 버린다(積習成性)’는 말이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인간은 환경의 지배를 받는다’는 말과 같이 인간은 가정교육이나 학교교육, 친구 관계 등 교육과 생활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착한 사람이 악한 사람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사회적 범죄를 일삼는 악인이 선인이 될 수도 있다. 역사적 사실과는 좀 차이가 있지만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가 그런 것이고, 향 싼 종이에서는 향기가 나고, 생선 싼 종이에서는 비린내, 고기 냄새가 난다는 말이 그런 말이다. 그만큼 습관이나 버릇은 중요하다.

그런데 습관이나 버릇이 천만다행으로 선(善), 겸양, 겸손, 정직, 근면, 독서 등 인간 형성에 매우 바람직한 것들이라면 훌륭한 인품이나 인격을 이루게 하지만, 만일 그것이 바람, 게으름, 거짓말, 절도, 사치, 알코올 중독, 척 등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라면, 그것은 한 인생을 망치게 하는 치명적인 습관이 된다. 마치 악취가 한번 집안에 배게 되면 절대 빠지지 않는 것처럼, 나쁜 습관이 한번 몸과 가슴(마음)에 박히면 이생에서의 인생은 대략 거기서 멈추게 된다.

미국의 실용주의 철학자이며 유명한 심리학자인 윌리엄 제임즈는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습관이 바뀌고, 습관이 바뀌면 성격이 바뀌고, 성격이 바뀌면 운명이 바뀐다.”고 하였다.

어떤 생각이나 습관이 5년에서 10년 정도 지속하게 되면 그 생각이나 습관은 곧 그 사람의 성품이나 성격을 형성하고 성품은 곧 한 인간의 인품이나 인격을 형성하게 된다. 습관과 생각이 일상만이 아니고 우리의 미래와 운명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인데, 특히 인격은 하루 이틀 사이에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더욱더 60세 이후의 고상한 인품이나 인격은 그 사람의 삶을 말해주기도 한다. 그러니 좋은 생각과 습관을 익혀야 하는 것이다. 흔히 ‘성질이 더럽다’고 말하는데, 그 역시 평소의 생각과 습관이 만든 결과가 아닐까?

노자는 “생각이 쌓이면 말로 표출하게 되고, 말로 표출하면 행동으로 옮기게 되고, 행동이 쌓이면 습관을 이루고, 습관이 쌓이면 성품을 이루고, 성품이 쌓이면 한 인생의 운명을 결정한다(積思成言,積言成行,積行成習,積習成性,積性成命).”고 하였다. 즉 생각은 행동이 되고 행동은 습관을 만들고, 습관이나 습성은 성품을 만들고, 그리고 그 성품은 인생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습관은 어떤 행동을 반복하는 것을 말하는데, 나쁜 습관이 몸에 배게 되면 쉽게 고치기 어렵다. 그래서 습관을 제2의 천성이라고 한다. 습관은 곧 언행으로 나타내게 되고, 언행은 그 사람의 인격을 가늠한다.

<대지도론>에는 “날마다 성질(화, 분노심)을 내서 오래도록 지속하게 되면 나쁜 성품(惡性)을 이루게 된다.”라고 설하고 있는데, 이것은 인간의 성품만이 아니다. 불교에서 제거 대상 1호로 삼고 있는 탐진치 등 욕망과 번뇌 망상도 스스로 억제하거나 통제하지 않는다면 욕망과 번뇌에 사로잡힌 허무한 인생이 되어 버린다. 그것을 흔히 ‘노예’라고 하는데, 자진해서 노예가 되면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요즘엔 청소년이나 어른 할 것 없이 워낙 폭력, 음주, 흡연, 매춘, 도박, 마약 등 사회적 위험에 노출되어 있어서 아차하면 악으로 빠지기 쉬운 환경이다.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어느새 물들어 버린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갑자기 깨닫게 되었을 때에는 빠져나오기도 쉽지 않다. 악은 반사회적 행위로 자신은 물론 사회 전체를 망가뜨린다.

사람은 대체로 타고난 성품이 있다. 그러나 이 역시 따지고 보면 타고난 성품이나 천성이라기보다는 후천적인 영향이 더 크다. 성장과정에서 가정의 문화가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또 당사자도 훌륭한 인격을 만들도록 노력해야 한다.

나쁜 습관을 고치지 못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고치겠다는 생각이 없거나 노력하지 않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고쳐야할 사항이나 경구(警句)을 메모하여 책상이나 거실, 방, 화장실 등 생활공간 곳곳에 써서 붙인다. 눈뜨면 보이고 보이면 자각할 수 있기 때문에 1년쯤 지나면 어느새 고쳐진다. 적습성성(積習成性). 원위치로 돌아가면 또다시 메모하여 반복한다. 이렇게 하면 고쳐지지 않는 것이 없다. 좋은 습관이나 언행은 곧 그 사람의 인격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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