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추분(秋分)
더덕밥·가을아욱국·밤조림

점점 차가워지는 기온이 농작물을 거두는 손길을 바쁘게 한다. 수확의 기쁨도 좋지만 느닷없이 내리는 소낙비를 피하려면 널어두었던 작물이 마르기 무섭게 저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추분은 앞으로 점점 해가 짧아짐을 의미한다.

여름내 달궈진 지열 덕에 땅속에서 광물질의 합성에 의해 영양가 많은 토양으로 변해가는 시기다. 더덕이 굵어지고 도라지도 살이 찌는 시기, 또 마는 어떠한가. 더 깊숙이 뿌리를 키우고 있다.

돼지감자는 위로 아래로 기운을 나누느라 이파리가 푸르다 못해 검은빛을 내뿜는다. 울타리콩은 쉬지 않고 번갈아 콩을 채집하도록 허락하고 누렁퉁이 늙은 호박은 수확철이 다가옴을 암시하듯이 잎이 시들어간다. 찬바람에 나는 호박잎은 국거리로 반가운 식재료다. 고무장갑을 끼고 호박잎을 치대 여러 번 맑은 물에 헹군 뒤 된장과 들깨가루를 듬뿍 넣고 애호박을 수저로 떼어내어 함께 넣고 끓여내면 부드럽고 구수한 호박잎된장국이 완성된다.

어디 뿌리채소뿐이랴! 채전밭의 아욱은 줄기에 윤기를 내며 자라고 있다. 얼마나 귀한 음식이면 문걸어두고 먹는다고 했을까? 실지로 봄 아욱과 가을 아욱은 차이가 있다. 봄밭은 차가운 겨울을 지내느라 작물이 웃거름에 의해 자라고 가을밭은 웃거름을 하지 않아도 배추며 무며 각종 채소들이 실하게 자란다.

돼지감자는 캐서 바로 먹기보다 한 달 정도 숙성해서 겨우내 먹을 수 있는 저장음식이기도 하다. 미나리와 함께 고추장양념으로 초회를 만들기도 한다. 돼지감자는 천연 인슐린이라는 애칭을 얻은 식재료로 거듭나고 있지만, 워낙 많은 식재료를 접하다보니 자주 먹는 음식이 되지는 않는다.

이맘때 시작된 산행은 많은 즐거움을 얻게 된다. 코끝을 찌르는 더덕은 깊은 언덕에 뿌리를 내리고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도 한다. 더덕 있는 곳은 웬만한 사람은 다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채집한 더덕은 모아서 한번에 껍질을 깐 다음 된장에 일주일 버무려 두었다고 된장을 훑어내고 고추장에 박아 더덕장아찌로 만든다. 저장음식을 그때그때 만들어야 시기를 놓치지 않는다. 늦게까지 열리는 가지 덕에 가지와 더덕을 쌓아 만드는 가지더덕구이는 귀한 접빈음식으로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 물론 맛이 없으면 다시 먹기 어려운 게 음식이다.

불가에서 수행자는 음식을 주는 대로 먹고 맛을 따지지 않는다고 하였지만 사찰에 사는 내내 이 음식을 먹고 살아야 한다면 맛없는 음식에 진심을 내지 않고 견딜 수 있겠는가? 이왕지사 채식음식이지만 제대로 맛과 품새를 갖추고 먹을 수 있다면 일반음식을 멀리할 수 있어서 유익한 수행이 되지 않겠는가?

여도라지 남더덕이라고 하였다. 여성에게는 따뜻한 기운인 도라지가 좋고 남성에게는 하초를 시원하게 하는 더덕이 좋다고 하였다. 도라지는 식재료로도 좋지만 오래도록 먹으려면 정과로 만들어 두는 것이 유용하다. 조청물에 여러 번 익혀내는 도라지 정과는 잦은 기침과 천식, 감기몸살에 약보다 먼저 가까이하면 도움이 된다.

또한 대부분 밤은 쪄서 먹는 간식으로 유통되지만 사실은 위가 좋지 않거나 아이들 배앓이, 위경련, 장염으로 고생할 때 밤죽으로 만들면 효과가 좋다. 오래전 학인 때 지방 사찰에 들렀을 때 그 절 주지스님이 장염으로 고생한다는 상좌스님의 걱정을 듣고 방법을 일러주었다. 자고 일어나니 주지스님이 찾는다고 해서 갔더니 고맙다고 여러 번 인사를 하셨다. 밤죽은 밤을 껍질째 찌거나 구운 다음 껍질을 벗겨내고 으깨어 흰쌀죽을 끓인 다음 밤을 넣고 마저 끓이면 된다. 밤의 탄닌 성분이 위벽과 장벽을 감싸 통증을 완화시켜준다. 주변의 많은 이들이 효험을 본 사례이니 의심치 않고 해봐도 좋다.

더덕밥

더덕밥

재료: 더덕 2~3뿌리, 2공기, 브로콜리 2꼭지, 생표고버섯 1~2, 당근 30g, ·홍고추 1, 1T, 참기름 약간, 소금 약간, 물 약간

1. 더덕은 껍질을 벗겨 손질한 뒤 반으로 갈라 도마에 올려놓고 나무 방망이로 살살 두드리며 펴서 잘게 손질한다.

2. 잣을 절구에 넣고 가루가 될 정도로 곱게 빻는다.

3. 더덕에 잣가루와 참기름, 소금을 넣고 버무려 무친 다음 다독여 놓는다.

4. 생표고버섯과 브로콜리, 당근, ·홍고추는 조금 굵게 다진다.

5. 뚝배기에 참기름과 4의 다진 야채를 넣고 덖다가 채소를 아래쪽으로 펴주고 몇 번 더 뒤적여 물을 2수저 넣고 그 위에 밥을 넣는다.

6. 밥 위에 잣 소스에 버무린 더덕을 올리고 뚜껑을 덮고 10분간 뜸 들인다.

7. 먹기 전에 잘 섞고 기호에 따라 양념장을 곁들인다. (양념장: ·홍고추를 곱게 다져 수분정리하고 집간장 1T, 채수물 1T, 참기름 1t를 섞어준다.)

가을아욱국

가을아욱국

재료; 아욱 100g, 된장 1T, 고추장 ½T, 마른표고 3, 다시마 5, 들깨가루 1T, 들기름 ½t, 소금약간

1. 마른표고버섯과 다시마는 물 3컵을 넣고 5분간 끓여 채수물을 준비한다.

2. 부드럽고 연한 아욱은 그대로 쓰고, 억세면 줄기를 꺾어서 껍질은 벗기고 잎과 함께 파란 물이 나올 때까지 소금을 약간 넣어 주물러 씻어준다.

3. 채수물에 된장과 고추장을 풀어 양념장을 만들고 표고버섯은 꼭 짜서 곱게 채썬다.

4. 냄비에 들기름과 채수물을 약간 넣고 표고버섯을 넣고 덖는다. 된장 풀어둔 물과 나머지 채수물을 넣고 끓이다가 아욱을 넣고 끓인다.

5. 한소끔 끓으면 들깨가루를 넣고 약한 불에서 끓여 그릇에 담아낸다.

밤조림

밤조림

재료: 20, 들기름 2큰술, 집간장 2큰술, 조청 3큰술

1. 밤은 껍질 있는 것을 깎아서 사용한다. 시중에 파는 밤은 방부처리로 색이 검게 변색된다.

2. 들기름과 집간장을 냄비에 붓고 밤을 넣은 다음 물을 끓인다.

3. 밤이 익을 즈음 조청을 넣고 윤기를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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