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탁마상성(琢磨相成)

‘탁마상성(琢磨相成)’은 ‘서로 탁마해서 불도를 이루게 한다(琢磨相成)’는 뜻으로 새벽 종송에 있는 말이다.

사찰에서는 아침저녁으로 예불을 한다. 예불은 부처님께 드리는 문안 인사라고 할 수 있다. 예불을 올리기 전에 꿈나라 속의 대중을 깨우는 등 여러 가지 의미에서 도량석과 새벽 종송(鍾頌)을 한다. 도량석은 목탁을 치며 천수경 등 염불을 외우면서 도량을 순회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새벽 종송은 ‘새벽 종(鐘)’으로 도량석이 끝난 다음에 하는 법식인데, 종을 치면서 귀감이 되는 명구를 염불하듯이 외우는 것을 말한다. 저녁 예불 때 하는 저녁 종송도 있다.

새벽 종송은 약 15분 동안 한다. 종송(鍾頌)의 글은 마음을 울리게 하는 명구들이 많다. 그 가운데 ‘오종대은 명심불망(다섯 가지는 잊지 말라)’이 있고, 그 속에 ‘탁마상성 붕우지은(琢磨相成, 朋友之恩)’이라는 말이 있다. 서로 절차탁마해서 깨달음을 이루게 해주는 벗의 은혜를 잊지 말라는 뜻이다. 벗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는 문구라고 할 수 있다.

‘탁마(琢磨)’는 ‘절차탁마(切磋琢磨)’를 뜻한다. 유가의 〈시경(詩經)〉에 있는 문구인데, 옥(玉)을 자르는 것을 ‘절(切)’이라 하고, 다듬는 것을 ‘차(磋)’라 하며, 옥을 쪼는 것을 ‘탁(琢)’이라 하고, 돌처럼 가는 것을 ‘마(磨)’라고 한다(더 자세한 풀이도 있으나 생략). 절차탁마는 학문이나 덕행을 갈고 닦는 것을 비유하는 말인데, 한 인간의 인격이나 학문, 깨달음도 절차탁마하지 않으면 절대 큰 그릇을 이룰 수가 없다. 많은 세월 동안 반성과 성찰, 그리고 절차탁마를 거쳐서 한 인격이 형성되는데, 내 경험으로는 적어도 60세는 넘어야 어느 정도 실수를 최소화할 수 있더라는 것이다.

불교에는 ‘선우(善友)’라는 말이 있다. ‘좋은 벗’, ‘착한 벗’을 말하는데, 세속에서도 친구를 잘못 만나면 인생을 버린다. 어떻게 하다가 좋지 못한 친구와 어울리게 되고 그러다가 돈을 빌려주고 사기를 당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지난겨울 북촌에 있는 초당 순두부 집에 가서 식사를 했다. 맞은편에 학교 동창쯤으로 추측되는 나와 나이가 비슷한 두 남자가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매우 관심이 가는 이야기라서 자세히 들어보았다. 두 사람 모두 친구에게 사기를 당해서 퇴직금을 거의 날렸다고 했다. 그 일로 마누라에게 꼼짝 못하게 되었고, 하루 만원씩 용돈을 받아 가지고 밖으로 나와서 하루를 보낸다는 신세타령이었다. 만원이면 점심 한 끼, 소주 한 잔 정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도 덧붙었다.

이와 같이 대부분 가까운 친구나 동창, 또는 친척에게 돈을 빌려주거나 사기를 당해서 퇴직금을 날린 경우가 많다. 이렇게만 본다면 친구란 중요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위험한 존재이기도 하다.

빠알리 경전의 하나인 〈싱갈라경〉이 있다. 매우 교훈적인 경전인데 〈육방예경〉, 〈선생경〉이라고도 한다. 거기에는 나쁜 친구를 만나서 얻게 되는 여섯 가지 폐단을 언급하고 있다. 또 사귀어서는 안 될 사람과 사귀어야 할 사람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나쁜 친구와 어울리는 사람에게는 다음과 같은 여섯 가지의 과오가 생긴다. 술주정, 폭음, 과식, 사기, 거짓말, 폭력…… 싱갈라여! 이 여섯 가지는 나쁜 친구를 사귀는 까닭에 일어나는 과오이다.” 과식을 제외한다면 모두가 다 사회악에 속한다. 사회악은 지탄의 대상이다. 게으름에 빠지는 것도 친구를 잘못 만나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고 말씀하신다.

“게으름에 빠진 사람에게는 다음과 같은 여섯 가지 과오가 생긴다. ‘춥다’고 하면서 일하지 않고, ‘덥다’고 하면서 일하지 않고, ‘너무 이르다’고 하면서 일하지 않고, ‘너무 늦었다’고 하면서 일하지 않고, ‘배고프다’고 하면서 ‘배부르다’고 하면서 일하지 않는다. 해야 할 일은 매우 많은데도 이러고 있는 사람에게는 없던 재산이 갑자기 생길 리가 없다. 또 이미 모은 재산도 곧 없어지게 될 것이다. 싱갈라여! 이것이 게으름에 빠진 사람에게 생기는 여섯 가지 과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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