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천 엄기철 제3회 서예 개인전
‘나를 찾아가는 동행, 금강경 특별전’
10월 16~22일 서울 한국미술관

19M 대작에서 극세필까지 다양
신행과 수행이 된 ‘금강경’ 쓰기

 

다양한 서체와 형태의 ‘금강경’ 서예 전시가 열린다. 서예가 동천 엄기철은 10월 16일부터 22일까지 서울 인사동 한국미술관에서 개인전 ‘나를 찾아가는 동행, 금강경 특별전’을 개최한다.

엄 작가의 이번 전시는 2013년 서울미술관 기획초대전과 서울 성북동 길상사에서 열린 ‘법정 스님의 향기로운 글 서화전’에 이은 세 번째 개인전으로, 〈금강경〉을 주제로 한 작품 23점을 비롯해 게송, 경구 등 총 100여 점의 작품을 전시한다.

총길이가 11M에 이르는 12폭 추사체 〈금강경〉 한문 작품을 비롯하여, 19M에 이르는 ‘한글로 풀어쓴 금강반야바리밀경’ 판본체 작품 등의 대작과 더불어 작은 종이에 극세필로 쓴 깨알 같은 글씨의 〈금강경〉까지 다양한 형태의 〈금강경〉을 선보인다.

“처음에는 나 자신을 위해 가볍게 시작한 작업이 수행이라는 경건한 자세로 이어지고, 그런 결과 다양한 형식의 〈금강경〉을 쓰게 됐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저는 아직도 〈금강경〉의 깊은 뜻을 일 만분의 일도 깨닫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다행인 것은 한 작품을 쓰고 나면 또 새로운 서체와 형태의 〈금강경〉이 떠오른다는 것입니다. 이번 전시는 그렇게 만들어졌습니다. 쓰고 또 쓰면서 〈금강경〉의 깊은 뜻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습니다. 〈금강경〉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서예는 이제 지금까지 하지 못했던 신행이고 수행이 되었습니다.”

엄 작가는 부처님 말씀을 따르면서도 적극적인 신행을 실천하지 못하는 자신의 일상을 되돌아보게 됐다. 흐트러진 자신을 바로보고자 2012년부터 〈금강경〉을 쓰기 시작했다. 〈금강경〉을 쓰면서 부처님 말씀의 가치와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됐고, 〈금강경〉을 쓰는 순간은 단순히 글씨를 쓰는 시간을 넘어서는 신행과 수행의 시간이 되었다. 신행과 수행이 쌓이면서 엄 작가는 서예가로서 좀 더 많은 대중에게 〈금강경〉을 알려야겠다는 원력이 자라기 시작했다. 엄 작가는 다양한 서체와 형태로 〈금강경〉을 쓰기 시작했고, 지난해부터 〈금강경〉을 위한 전시를 기획하고 〈금강경〉 작품에 매진했다.

문예평론가 권상호는 “그의 붓길은 공(空)과 무아(無我)를 깨달아가는 수행의 길이다. 그의 연서(練書)는 부드러운 필검(筆劍)으로 금강처럼 견실한 획을 빚어내며 부처님의 변함없는 지혜를 캐나가는 구도의 과정이다”고 말한다. 엄 작가는 한 작품을 쓰기 위해서 선문한 내용을 두고두고 음미한다고 한다. 그리고 〈금강경〉을 쓸 때는 한 번 사용한 붓은 다시 사용하지 않는다. 붓에도 영혼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엄 작가는 때때로 붓을 스스로 만들어 사용하기도 하고, 종이 위의 괘선도 한 치의 오차 없이 일일이 붓으로 그린다. 문장에도 생명이 있다고 믿는 그는 특히 경문(금강경)을 쓸 때는 일필이 끝날 때까지 식음을 거르기도 한다.

그의 작업실은 실험실이며, 때로는 선방이며 때로는 법당이다. 부처님이 말씀하신 공(空)과 무아(無我)의 의미를 깨달아 가는 수행의 과정이다. 이번 전시는 다양한 형태의 〈금강경〉을 서예로 만날 수 있어 서예계는 물론 불자들에게도 유익한 전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엄 작가는 부친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붓을 잡았고, 붓이 커지면서부터는 줄곧 추사의 글씨를 따르고 있다. 이번 전시의 〈금강경〉은 추사의 글씨로 보는 〈금강경〉이라고도 할 수 있다.

엄 작가는 추사선생추모 전국휘호대회에서 장원(壯元), 초대작가로서 운영위원과 심사위원을 거쳐, 현재 (사)한국추사체연구회 부회장(副會長)을 맡고 있다. (02)720-1161

엄기철 作, ‘금강반야바라밀경’ 72x143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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