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수행처 이야기] 18. 빠옥 총림에서 생활 〈8〉
[미얀마 수행처 이야기] 18. 빠옥 총림에서 생활 〈8〉
  • 조준호 동국대 미래융합교육원 외래교수
  • 승인 2019.10.04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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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옥엔 스님·수행자 병원이 있다

수·일요일 정오 진료소 개원
서양·미얀마 의학 모두 다뤄
왕진 의사·약제사들 자원봉사
공양청서 스님 탁발공양 확인
정인들 이마에 발우 대고 건네
공양물, 신도들 보시로 이뤄져
빠옥총림은 수요일과 일요일에 진료소가 개원한다. 모두 자원봉사로 이뤄진다.
빠옥총림은 수요일과 일요일에 진료소가 개원한다. 모두 자원봉사로 이뤄진다.

간밤은 혼자 잤다. 2인1실의 방사에서 스페인 요기가 떠났기 때문이다. 밤 9시 좌선을 마치고 방에 돌아와 한 밤중까지 〈청정도론〉과 사무색정에 대해 다시 살펴보았다. 늦게까지 전등을 켜 놓아도 상관없다.

〈청정도론〉은 마하시 선원에 있을 때 인도에서 같이 공부했던 옷따라 스님이 자신이 영역하여 영국에서 수행자들을 지도한다며 주었다. 사무색정 모두에 편(遍, Kasia)과 상(相, nimitta)이 쓰인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이것이 실제 수행에 있어 무엇을 의미하는가를 제고하면서 잠들었다.

선정과 위빠사나에서 이 두 용어는 중요한 전문용어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제는 이 용어에 대한 언급들을 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늘 자신의 공부 상태를 경론으로 대조하는 점검이 필요하다.

이 곳 수행처에서는 도과 또는 과위를 인터뷰를 통해 요기들 각자가 알 수 있게도 한다. 또한 이 과정에서 경론을 근거하여 말해 준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경론의 위차 또는 계위를 모르면 불도(佛道)에 있어 자신이 어느 지점에 있는지도,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알 수 없다.

늦게 잠들었지만 의식이 명료하다. 기상 시간인 3시30분 알람이 울리기 전에 일어났다. 정신이 생생하게 깨어있음을 느낀다. 간단히 세수하고 선방에 올라갔으나 바로 내 좌복을 보는 순간 후회하였다.

간밤에 좌선 모기장을 열어두고 내려온 것이다. 열어 접어 둔 모기장 안으로 모기나 벌레들이 들어와 내 방석에 서식하게 된 것 같다. 빈대인지 벼룩인지  2시간 넘게 좌선하는 내내 벌레에 물리고 간지러워 집중을 하지 못했다. 왜 이곳의 모든 요기들이 낮에도 밤에도 모기장을 열어두지 않은 지 이유를 이제야 알았다.

오늘이 빠옥선원에 도착한지 8일째(2012년 1월 29일)이다. 처음 이곳에 도착하였을 때도 이런 저런 벌레에 물려 온 몸이 붉게 부어 처참한 몰골이었다.

마침 종무소에 온 한국 비구니 스님이 이를 보고 놀라워했던 기억이 난다. 생각해보니 마하시 선원에서도 도착한지 얼마 되지 않아 똑같은 일을 겪었다.

당시에는 이를 안타깝게 여긴 한국 비구니 스님이 나더러 사용하라고 우리나라 물파스와 모기 퇴치약을 보시해주었다. 선원 입실 시에 두 번의 똑같은 경험에 일종의 신고식 같다는 생각을 했다.

확실히 숲속 계곡의 빠옥선원은 대도시에 위치한 양곤의 마하시 선원보다 기온이 낮다. 빨래를 널어보면 흰 수건의 경우 양곤은 한나절도 되지 않아 말라버리는데 이곳은 이틀이 되어도 완전히 마르지 않는 것에서 알 수 있다.

3~4일 전부터 체온이 낮아서인지 감기기운처럼 계속 헛기침이 나온다. 처음에는 미열도 느꼈으나 지금은 기침만 간헐적으로 나온다. 내가 좌선하는 선방도 1층 입구 쪽이라 아마 출입 시 찬바람을 계속 맞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를 제대로 의식하지 못하고 이제야 알아차리고 있다. 한국에서 가지고 온 하루 분 기침약과 감기약도 다 먹었다. 오늘은 일요일인데 오전 12시에 양의와 이곳 미얀마 의료진(우리의 한방 같은)이 와서 진료와 약 처방을 한다고 한다.

기침약을 좀 받아야 할 것 같다. 밤에 잘 때도 총림의 담요도 너무 얇다. 이곳은 7~8월 여름방학이나 여름에 오면 나로서는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숲속의 며칠은 따뜻한 아니 강렬한 햇볕이 새삼 그리워지게 한다.

공양청의 아침은 옥수수와 연잎 쌈밥 등이 나왔다. 국수와 쌀죽 그리고 옥수수만 받고 다른 음식은 그대로 반납하였다. 점심 공양 전에 한국의 젊은 요기가 왔다. 깡마른 모습과 차분한 몸가짐이 공부하는 사람 같다. 양곤의 쉐오민 수행처에서 왔다한다. 내가 전번에 그랬던 것처럼 점심 공양 때 좀 일찍 가서 식판을 받게 하였다.

공양청에 안내해 준 덕분에 스님들의 탁발공양 모습을 시작부터 볼 수 있게 되었다. 즉 스님들이 공양청에 입장하면 초입에 깝삐야(Kappiya)가 기다리고 있다가 스님들의 발우를 받들어 이마에 대고 난 뒤 발우를 다시 스님께 전해주는 의식을 치룬다. 깝삐야는 출가 스님을 특별히 돕는 재가 신도를 말한다. 한역은 정인(淨人)인데 미얀마에서는 초기경전의 용어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이를 시작으로 차례차례 줄을 맞추어 재가자들로부터 배식을 받는다. 이를 ‘사내탁발(寺內托鉢)’이라 한다. 탁발이라고 하지만 마을에서 거리가 있는 숲 속에 위치해 있어 시주자들이 음식을 사찰로 준비해 오는 것이다.

아니면 공양청에서 시주자의 식재료나 비용으로 준비한다. 오늘 공양을 올리는 사람은 근처에 사는 중국계 미얀마 신도로 가족들이 모두 와서 무릎을 꿇고 합장하고 스님들의 공양에 예를 올리고 있었다.

이곳 총림에는 일요일과 수요일 12시에 의사가 왕진을 온다는 공지문을 보고 어떻게 진료하는지 보고 싶었다. 사실 5~6일 전부터 미열에 마른기침이 잦았다. 외국인 담당 스님을 찾아가서 어디로 가면 되냐고 물으니 왕진 장소를 가르쳐줬다. 가보니 플라스틱 의자에 많은 스님들이 앉아 기다리고 있다.

나 또한 의자를 빼서 기다리려하니, 한 스님이 먼저 진료 등록부터 하고 오라고 말했다. 이름과 나라이름, 방 번호를 기록하고 와서 일부러 햇빛이 비치는 쪽에 의자를 두고 앉아 기다리다가 바로 잠들었다. 잠시 후 깨어보니 몇 분의 스님만 남아있고, 마지막의 내 차례가 됐다.

공양청에서 정인들이 스님들의 발우를 받들어 이마에 대는 의식을 하고 있다.
공양청에서 정인들이 스님들의 발우를 받들어 이마에 대는 의식을 하고 있다.

아마 검진 받으러 온 재가자는 나 혼자 뿐인가 보다. 젊은 의사에게 마른기침과 약간의 미열을 이야기하니 옆구리에 체온계를 대 보고 다시 맥박을 잰다. 그렇지만 크게 이상은 없다고 한다. 의사에게 여기 와서 진료 보는 경비는 어떻게 되냐고 물어보니 자원봉사라고 답했다.

진료실 한켠에서는 한 스님이 빠른 손놀림으로 약을 조제하고 있다. 나중에 알고보니 약을 조제하는 스님은 출가 전 30년 이상 정부의료기관에 근무한 경력이 있었다. 내 처방전에 따른 약은 5일분으로 복용법까지 충실해 적어주었다. 한국에서 가지고 온 약이 잘 듣지 않아 현지의 약을 먹어보려하는데, 인도의 경험으로 현지약이 훨씬 효과가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나오면서 한국 스님을 만나 이야기를 들으니 이곳 약이 한국보다 독해 증상이 호전되면 계속 복용하지 말고 바로 끊는 것이 좋다고 조언해준다. 오면서 의사에 처방 받으러 오는 스님들은 주로 어떤 의료적 문제인지를 의사에게 물어본다는 것을 깜박했음을 알았다.

아무튼 일개 선원에 일주일에 두 번이나 의료진이 내왕하여 수행자들의 건강을 관리한다는 것이 놀랍다. 앞선 양곤에서 한국 스님이 감기몸살에 힘들어 병원을 같이 갔는데 진료와 약처방에 약 8000ks로 우리나라보다 비싼 편이었다.

갑자기 비구계 수계 시 질병 여부를 심의하는 절차가 생각난다. 부처님 당시에 의료혜택을 받기 위해 출가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경우 병이 나으면 환속해 버려 이를 막기위해 질병 여부를 심의했던 것이다.

약을 받고 처소로 내려오다가 길에서 대학에서 내 강의를 들었던 한국 대승 스님을 만났다. 이곳에서는 같은 한국 스님이라 하더라도 회색의 대승 스님과 밤색의 테라와다 스님을 구분해 부른다. 나는 만나는 대로 양측을 번갈아 오가는데 양 측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서로 소통하지 않는다.

내 방에 와서 스님과 차를 마시며 사마타와 위빠사나 수행에 관한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스님은 나에게 현재 호흡 수행을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다. 마하시와 달리 이전에 했던 방법과 여기서 제시해 준 방법에 따라 호흡의 감촉 지점만을 중심으로 한다고 답했다.

그러자 다시 마하시와 빠옥의 차이에 대해 물었다. 그래서 빠옥의 사마타적 호흡법과 마하시에서 말하는 위빠사나적인 호흡법의 차이를 나름 설명해 보았다. 더 나아가 집중의 문제에 있어 일반인의 집중과 사마타 수행자 그리고 위빠사나 수행자의 집중의 의미가 어떻게 다른가도 심리학적 실험결과에 바탕한 이야기도 제시해 보았다.

여기 빠옥총림에서 말하는 한 점의 집중과 다른 것에 대한 무시(ignor)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그리고 왜 집중이 진리인식에서 또는 삶의 질적 전환에서 중요한지도 의견을 교환하였다.

사마타의 어원적 분석과 관련하여 samadhi, serenity 그리고 tranquility로 번역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한 것에 스님은 상당히 공감을 느꼈다. 다시 말해 사마타는 앞의 3개의 단어가 갖는 모든 의미를 동시에 갖고 있다고 보아야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에는 사마타를 기존의 어떠한 입장과 다른 이해의 계기를 갖게 되었다. 스님은 오래 이곳에 머물며 수행을 하시어 수행 이론과 실제 수행에 상당한 깊이를 가지신 것 같다. 스님의 여러 말씀 가운데 다시금 생각해 보게 하는 것은 수행자들 가운데는 이론을 익혀 마치 자신의 경계나 경지처럼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 말씀에 내 자신을 다시 점검해본다.

선방에서 나오면서 오스트레일리아 수행자를 만났다. 미소를 지으며 예불문을 다 외웠냐고 묻는다. 그는 전번에 나에게 아침저녁 예불문 등을 담은 책자를 구해 주었다. 아직 다 못 외우고 항상 가지고 다니면서 따라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당신은 다 외웠느냐 물으니 대답대신 그냥 미소 짓는다.

삭발한 머리에 흰머리가 많은 것이 60세는 넘었을 것인데 젊게 느껴진다.
마침 오스트레일리아에 수행처를 건립한 영국 출신의 아잔 브람(Ajan Brahmavamsa) 스님을 아느냐 물으니 안다고 했다. 다시 가봤는지 물으니 자신이 사는 곳에서 4시간 이상 걸려 아직 가보지는 못했다고 했다.

서구의 수행자는 다시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유명하냐”고 물었다.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수행 지도 스님이며, 30~40명의 핵심 제자와 태국 전통의 위빠사나를 지도하고 있다는 등을 친절히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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