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사찰, ‘그린부디즘’ 나아가는 교두보

必환경시대 ‘녹색불교’ 필수 과제
사찰, 종단-불자 녹색화 연결고리
사중 문화, 생태적 전환·실천 필요
채식·일회용품 줄이기 등 나서야
신도교육 통해 환경보살 이끌어야

조계종에서 진행된 ‘채식데이 기부데이’ 협약식 모습. 채식을 통한 생명살림과 이를 통한 방생문화 조성이 필요하다.

 

최근 16세 소녀의 발언이 세계적으로 이슈가 됐다. 그레타 툰베리라는 스웨덴 출신의 소녀는 뉴욕에서 진행된 기후행동 정상회의에 참여해 세계 지도자들을 향해 기후 변화 책임을 물었다. 그는 뉴욕에서 진행하는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무려 15일 동안 480km 바닷길을 태양광 보트로 이동했다. 비행기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을 하지 않는 운동을 실천하기 위해서다. 그렇게 도착한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그는 이렇게 일갈했다.

“여러분은 우리가 하는 말을 듣고 있다고, 긴급함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저는 그 말을 믿고 싶지 않습니다. 만약 정말로 지금 상황을 이해하는데도 행동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면, 여러분은 악마나 다름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16세가 된 심지어 자폐증을 앓고 있는 그녀의 발언은 말과 행동을 일치하지 않는 어른 세대를 위한 준엄한 경고였다. ‘위기’를 이야기하지만, 자신의 편리를 위해 ‘실천’하지 않고 있는 모두에게 던지는 메시지이기도 했다.

이는 한국불교의 사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분명 불교는 생태적이며 순환적인 삶을 강조한다. 하지만,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현대의 사찰은 이 같은 문화가 어느 정도 퇴색됐다.

조계종 환경위원회가 발간한 <환경과 불교>에 따르면 사찰의 환경 훼손은 지자체나 업체들로 인한 개발사업으로 인한 외부 요인과 사찰 관계자들의 무지·무관심으로 벌어지는 내부 요인으로 나눠진다.

조계종 환경위원회가 진행한 주요 25개 사찰 대상 조사에 따르면 사찰 평균 일반쓰레기 발생량은 3만9385g이, 음식물쓰레기는 1만8039g이 발생했고, 재활용쓰레기는 1만8419g이, 재(齋)쓰레기는 60g이 평균적으로 나왔다. 이를 환산하면 사찰 평균 1일 1인당 발생 쓰레기량은 1401g이다. 이는 국민 1인 쓰레기 발생량보다 높다.

‘필(必)환경’ 시대, 사찰은 내부 문화를 생태·순환적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우선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것이 일회용 쓰레기를 줄여가는 것이다. 이는 최근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제로 웨이스트’ 운동에 동참하는 것이기도 하다.

크게 발생하지 않는 양이지만 재를 지낸 후 나오는 쓰레기들에 대한 관리도 필요하다. 적지 않은 사찰에서 재 쓰레기 중 망자의 유품을 무단으로 소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유품을 재활용하고 재의식품을 소각 가능한 종이류로 대체하는 방안이 장려돼야 한다.

한마음선원 포항지원 신도들이 EM발효액을 나눠 담으며 즐거워 하고 있다.

일회용 쓰레기 줄이기에 대한 아이디어가 없다면 본지 기획을 통해 소개된 사찰들의 사례를 참고했으면 한다.

전국비구니회장 본각 스님이 주지로 있는 고양 금륜사는 사중에서 일회용품을 최소로 사용한다. 금륜사는 신도들도 각자 머그컵을 사용하며 떡을 나눠줄 때는 비닐 대신 뻥튀기 과자를 활용했다. 동지팥죽은 유리로 된 용기나 다회용기로 나눠주니 신도들도 자연스럽게 가방이나 빈 통을 들고 다니게 됐다.

사찰음식의 대가인 정관 스님이 주석하는 백양사 천진암은 건강한 식자재 수급을 위해 일회용품을 줄이기 시작했다. 정관 스님은 직접 밭에서 농사를 지으며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깨닫고, 사중의 일회용 종이컵을 전부 없앴다. 그리고 창고에 묵혀두던 스테인리스컵과 그릇들을 꺼냈다. 주말 사찰음식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에는 개인 전용 텀블러를 제공하고 각자 사용·관리하도록 했다.

한마음선원 등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는 EM(Effective Microorganism, 유용한 미생물군)은 순환적 체계를 만드는 중요한 아이템이다.

사실 일반 가정부터 사찰까지 하수구에 버리는 쌀뜨물은 수질오염의 주범이다. 쌀의 주성분인 녹말은 분해되며 산소를 소모하고 이에 따라서 쌀뜨물이 하천에 방류되면 물 속 산소가 급격히 줄어 생물이 살기 힘들어진다. 이 같은 쌀뜨물을 발효시켜 EM을 만들고 이를 활용하는 것이다. EM은 탁월한 항산화력으로 최근에는 수질오염 저감 효과도 보고됐다.

EM 역시 불교계 몇몇 사찰을 중심으로 보급과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가장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곳은 한마음선원이다. 한마음선원은 현재 안양본원, 포항, 대구지원 등을 중심으로 한 국내외 한마음선원 지원 15곳에서 EM실천 운동을 펼치고 있다.

한마음선원은 매월 첫째 주와 셋째 주 전국지원에서 정기법회 후 발효액 만들기 체험학습과 발효액 나눔 행사가 진행된다. 어린이법회와 청년회 등을 통해 청년세대들에 대한 환경교육도 이뤄진다.

또한 EM 관련 활동을 배가하고자 지난 2018년 4월 비영리 환경단체인 ‘EM지구사랑작은실천’을 발족했으며, 이는 조계종 교육원이 지원하는 전법교화활동단체인 승가결사체로 선정됐다.

통도사성보박물관 지열시스템 설비 현장을 스님이 살펴보고 있다.

법륜 스님의 정토회는 산하 환경기구 에코붓다를 통해 2010년부터 EM교육과 보급운동을 펼치고 있다. 에코붓다는 외부업체의 도움으로 매주 한 차례씩 정기법회 후 교육을 진행, EM발효액을 만들어 무료배포 한다.

포항 보경사 주지 철산 스님은 조청 생산을 하며 발생한 잔여물로 EM발효액을 만들어 신도들에게 나눠주고 나머지는 지자체, 학교 등의 연못 정화나 하수도 청소를 위해 EM을 뿌려주고 있다.

이밖에도 위봉사, 망월사, 용주사, 범어사, 해운정사, 파계사, 상원사, 고운사 등 30여 곳에서 EM을 활용 중이다. 이를 감안하면 5000여 전국 사찰 중 EM활용이 많이 이뤄지지는 않고 있다. EM활용을 불교 전반적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스님들의 인식개선이 필요하다.

그나마 문재인 정부 들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재생에너지 분야는 불교계가 오래 전부터 고민해오던 환경 과제다. 특히 일선 사찰 중심으로 노력들이 이어져 왔다. 지열분야에서는 포항 천곡사, 통도사 성보박물관 등이 도입해서 활용 중이다.

이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재생에너지는 태양광에너지 집중돼 있다. 평창 월정사, 광주 문빈정사와 전력 수급이 원활치 않은 산내암자인 설악산 영시암, 오세암, 봉정암, 아산 옥련암 등에도 태양광발전기가 설치돼 있다.

어느 정도 생태적 전환이 이뤄진 방생문화는 이제 ‘자리이타형’으로 나아간다는 제언도 있었다. 단순히 포획되거나 구호된 동물을 풀어주는 것에서 이들이 잘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으로 방생문화가 업그레이드돼야 한다는 것이다.

주목해야 할 방생프로그램은 불교환경연대(상임대표 법만)의 버드나무 방생법회다. 2018년부터 운영 중인 버드나무 방생 법회는 수질 정화에 도움을 주고 물고기와 새들에게는 산란처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진 버드나무를 강과 하천 주위에 심어 생태계를 보존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불교환경연대는 여주 신륵사에 버드나무 묘목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방생법회 요청이 들어오면 이를 분양하고 있다. 또한 4대강 수질 정화를 위한 자체 방생법회도 정기적으로 봉행 중이다.

세계적인 트렌드인 ‘비거니즘(Veganism)’을 방생문화에 접목하는 것도 고민해봐야 한다. ‘비거니즘’은 완벽한 채식이라는 ‘비건’을 넘어서는 개념으로 자연과 동물권 보호 등 전반적 생활습관을 포괄하는 것이다.

고기 1인분을 생산하기 위해 8인분의 곡물이 사용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채식은 훌륭한 현대적 방생문화가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방생이 집중적으로 이뤄지는 시즌에 맞춰 ‘채식 방생 주간’을 일선 사찰에서 진행할 것을 제언하기도 했다.

사찰의 녹색화는 ‘녹색불교’로 나아가기 위한 교두보다. 종단이 추진하는 환경 종책을 실천하는 도량이자 교육과 실천운동을 통해 신도들을 환경보살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학교이기 때문이다.

일선 사찰에서의 작은 실천들은 종단-불자로 연계되는 ‘녹색불교’ 순환 고리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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