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수 스님의 코끼리

용수 지음/스토리닷 펴냄/1만 3500원

매일 아침 8시 30분 출근하기 위해 집을 나설 무렵이면 어김없이 개인 SNS에 장문의 글이 한글과 영어로 전달된다. 용수 스님〈사진 위〉의 아침 명상 편지글이다. 10년 넘게 지속중인 이 조그만 선물로 나의 하루 아침 일과가 시작된다. 글이 도착하자마자 바로 읽기도 하지만, 바쁜 날이면 오후까지 읽기를 미룬다. 그래도 꼭 읽는다. 수년간 해온 일과중 하나라 습관이 되서다. 좋은 습관이다. 용수 스님 덕분에 잠시나마 내 마음을 정화시키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용수 스님이 아니었더라면, 바쁜 일과중에 내 자신과 만나는 시간 할애가 어려울때가 많았을 것 같다. 매일 오는 글을 빠트리지 않고 고박꼬박 챙겨 읽기도 어려운데, 매일 거르지 않고 쓰는 용수 스님은 얼마나 힘들까도 가끔씩 생각한다. 사석에서 만난 용수 스님은 언젠가 자신의 글의 원천은 바로 아침에 마시는 커피 한잔에 있다고 밝힌적이 있다.

글감의 소재가 모두 우리 중생들이 한번쯤 고민하고 생각해본 것들이라 익숙하고 공감이 크다. 짧고 잠언적 형식이어서 한번에 모두 읽기 보다는, 삶의 문제에 부딪힐 때마다 사전식으로 가끔씩 꺼내보면 문제 해결에도 큰 도움이 될 듯하다.

용수 스님은 스스로를 인간 되는 중, 착해지는 중, 그리고 스님 되는 중이라고 말한다. 그는 자신이 중이 된 것을 너무나 감사히 여긴다. 더불어 티베트 불교 명상은 친절하고 자연스럽고 효율적인 수행법이라고 소개한다.

티베트 불교를 알리기 위해 꾸준히 책을 펴내는 그는 <안 되겠다, 내 마음 좀 들여다봐야겠다>에서는 감정과 생각이 어떻게 습관이 됐는지 풀어냈다면 <용수 스님의 곰> <용수 스님의 코끼리>는 10년 넘게 매일 아침 SNS에 올린 티베트 불교 명상에 관한 내용 중 많은 이들한테 사랑받은 주제들을 골라 책으로 묶었다.

“마음공부 과정서 미친 원숭이가 착한 코끼리가 된다고 합니다. 착한 코끼리는 힘이 있으면서 매우 유용합니다. 불교에서는 코끼리가 마음을 상징합니다.”

<용수 스님의 곰>을 펴내서 많은 사람들에게 ‘나를 일깨우는 친절한 명상’을 전한 용수 스님이 그 후 1년만에 <용수 스님의 코끼리>라는 제목으로 ‘본래 나로 사는 지혜’를 이야기한다. 이번 책에는 우리가 살면서 한번쯤 고민하거나 부딪혀 봤을 삶의 문제들과 주제들이 티베트 불교 명상과 함께 소개돼 있다. 또한 부록으로는 유튜브에 있는 용수 스님의 법문과 명상법을 QR코드를 통해 언제 어디서든지 접할 수 있게 했다.

용수 스님은 책 말미 나오는 말을 통해 “저는 열등감이 심하고 사는 게 고달파서 무감각하게 살았어요. 제대로 하는 거 없이 인생 낙오자의 길을 가는 도중에 운명을 바꾼 그 날을 만났습니다. 서른 살에 우연히 달라이 라마님의 대중 강연을 들었는데, 이야기가 놀라우면서 신선했어요.”라면서 인생서 불교를 만난 이야기와 그간 누구에게 이야기하지 못한 부끄러운 과거에 대해 솔직하고 과감없이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책속에서 자신을 인생의 낙오자로 표현하며, 마음의 승리자가 되는 과정서 얻은 자신의 삶의 경험을 담았다고 고백했다.

본인이 이 세상서 가장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혹여 있다면, 이 책 속에서 마음만이라도 승리하는 비결을 많이 얻길 기대한다. 그런 솔루션들이 가득 담긴 책이다.

책 속의 밑줄 긋기

-놓는다는 게 물건에 집착 않고 사람에게는 자유를 주고 상황을 구체화하지 않는 것입니다.

감사와 만족과 선한 마음을 기르세요. 수행은 불행의 심리를 내려놓고 행복의 심리를 기르는 것입니다. 지금의 불평불만 고통이 우리의 습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만족, 감사, 기쁨, 행복도 습관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내려놓는 게 기술입니다. 가장 중요한 기술입니다. 알아차림은 힘입니다. 가장 중요한 힘입니다. 알아낼 필요 없어요. 해결할 필요 없어요. 정말요! 내려놓기만 하면 됩니다. 진정한 명상은 무엇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해결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입니다.

-모든 것이 마음입니다. 보이는 것도, 들리는 것도, 마음이 비추는 것일 뿐인데 바깥에 영원히 딱딱하게 존재한다고 생각을 해서 보이는 것과 들리는 것과 생각과 감정에 엉켜서 헤매고 고통을 받습니다.

-누구 되려고 하지 마세요. 아무도 되지 마세요. 누구 되려고 하는 것이 힘들어요. 될 수도 없어요. 허망한 바람을 버리면 되고자 하는 사람이 이미 되어 있다는 것을 점차 알게 돼요. 너무 열심히 살려고 하지 마세요. 그냥 사세요.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힘들어요.

못하고 있는 자신이 싫어요. 별 개념 없이 그냥 사세요. 그냥 살고 있는 자신이 뿌듯하고 감사하는 마음이 저절로 일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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