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가 있는 서재

이일야 지음/담앤북스 펴냄/1만 4천원

오랫동안 철학 연구에 매진한 저자는 동화가 힘을 갖는 이유는 바로 아이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비록 아이들은 어른들에 비해 물리적인 힘은 약할지 몰라도 어른들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든 솔직함과 당당함의 에너지를 지니고, 동화를 통해 발산한다. 지금 자본과 권력, 물질이 시키는 대로 살고 있다면, 이런 삶을 청산하고 어린아이와 같은 솔직함과 당당함을 회복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동화의 이야기와 숨겨진 뜻을 찾아 인문학적으로 풀어내 자신의 내면을 성찰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인생이 허무할 때, 동화 마주해
30가지 동화로 푼 내면 성찰서

동화로 인생 깨달은 철학자의 30가지 이야기

인문학이란 무엇인가?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집중된 인문학을 올바르게 배우고 깨우치려면 먼저 자기 자신에게 솔직해야 한다. 그래서 저자는 “인문학은 자기 성찰학”이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동화란 무엇인가? 이 책은 아이들의 눈과 마음으로 쓰인 동화는 자기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비유한다. 기원전에 쓰였다고 알려진 이솝의 우화나 몇천 년에서 몇백 년 동안 전해 내려온 전래 동화 역시 대부분 교훈을 담고 있거나 그 사회의 시대상을 배경으로 삼고 있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우리의 삶에 계속 녹아 있는 이유를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이제는 동화가 가진 힘에 집중해 볼 때다.

어릴 적 읽은 동화는 그저 해피엔딩에 불과했다

아이들을 위한 동화가 어른의 삶을 비춘다 〈백설 공주〉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흥부와 놀부〉 등 우리에게 익숙한 동화는 ‘모두모두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로 끝맺는다. 하지만 우리가 알던 결말이 과연 맞는 것일까? 권선징악과 해피엔딩이라는 흔한 결말과 교훈을 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안에 숨겨진 의미를 저자의 경험에 비추어 통찰하고, 사회상에 맞대어 분석한다. 이 책은 〈선녀와 나무꾼〉을 통해 남편과의 삶도 좋지만 평생 그리워했던 하늘 나라를 택한 선녀의 자유, 부인에게 날개옷을 내어준 나무꾼의 양심을 생각한다. 또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간의 욕구 탐욕으로 망가져가는 생태 환경을 짚어본다.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에서는 호랑이라는 권력과 할머니를 구한 연대의 힘에 대해 설명한다. 이처럼 저자는 끊임없는 자기 성찰과 지혜, 사회에 대한 색다른 시선으로 동화 인문학을 써내려 갔다.

인생을 살면서 자본과 권력, 물질이 시키는 대로 살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되는가? 그렇다면 가을날 이 책을 통해 성찰하는 시간을 갖도록 해볼 것을 권한다. 

▲저자 이일야는?

본명은 이창구이며, 일야(一也)는 필명이다. 전북대 철학과서 학부와 석박사과정을 마치고 전북대, 전주교육대서 철학과 종교학, 동양사상 등을 강의했다. 보조사상연구원 연구위원을 지냈으며, 현재 전북불교대학 학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 제13회 불교출판문화상 대상을 수상한 〈아홉 개의 산문이 열리다〉 〈안다는 것, 산다는 것〉 〈불교란 무엇인가 불교란 무엇이 아닌가〉 〈불교학의 해석과 실천〉(공저)이 있고, 〈Hegel의 중국관에 대한 비판적 고찰〉 〈나옹선의 실천체계〉 〈진심과 오수의 구조〉 〈조선 중기 보조선의 영향〉 등을 비롯한 다수의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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