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암사·정선군, 수마노탑 국보 승격 기원 ‘한창’

2011년부터 2차례 추진해 탈락
부결 원인 분석·보완 3번째 도전
9개면 100개 단체 응원 현수막

분황사계 모전석탑 전통 전승해
석회암 갈아서 만든 벽돌로 조성
조선 초 형성된 보궁신앙 대표塔

제18호 태풍 ‘미탁’의 영향으로 장대비가 쏟아지던 10월 2일, 정암사 주지 천웅 스님이 수마노탑 앞에서 탑의 국보승격을 기원하는 기도를 올리고 있다.

한국 5대 적멸보궁 중 한 곳인 강원도 정선 정암사(주지 천웅)로 가는 길. 정선 곳곳에 같은 내용의 현수막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보물 제410호 정선 정암사 수마노탑 국보 승격을 기원합니다.”

그렇다. 초가을에 찾은 정선은 지금 정암사 수마노탑 국보 승격 기원으로 뜨겁다.

이는 102일 제18호 태풍 미탁의 영향으로 인한 장대비에도 아랑곳 않고 정암사 수마노탑 앞에서 기도를 올리고 탑돌이를 하는 주지 천웅 스님과 정선군 관계자들의 모습에서 느낄 수 있었다.

정암사와 정선군은 지난 2011년부터 수마노탑 국보 승격 사업을 추진해왔다. 문화재위원회에서 2차례 심의가 이뤄졌지만 모두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국보 승격을 위한 3번째 도전에 나선 정암사와 정선군은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각오로 배수진을 쳤다.

2012년부터 2018년까지 학술대회만 4회 개최됐고, 3차례의 발굴조사가 이뤄졌다. 또한 탑에 대한 정밀실측 및 모니터링 조사도 2차례 진행됐다. 지난 6월에는 정암사와 창건주 자장율사, 수마노탑을 대중에게 알리고 의미를 전하기 위한 자장율사 순례길’이 개통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 8월 문화재청의 실사가 이뤄졌으며, 이달 안에 관련 보고서가 작성되면 이르면 11월 중 국보 승격 여부가 결정된다.

보물 제410호 정암사 수마노탑 원경. 정암사와 정선군을 중심으로 국보 승격이 추진되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서건희 정선군 문화관광과장은 두 차례 실패의 원인을 분석하고 보완해 많은 준비를 했다. 그 만큼 수마노탑의 국보 승격에 대한 기대가 어느 때보다 높다면서 “4만여 군민이 수마노탑의 국보 승격을 기원하고 있다. 이 같은 기원 물결에 지역 개신교, 가톨릭계도 동참했다. 문화재청도 정선군의 염원을 실사를 통해 확인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현재 국가지정문화재 보물인 정암사 수마노탑은 국보로 지정돼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문화재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수마노탑은 고려시대 조성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모전석탑이다. 기단 6·탑신 7·상륜부로 구성돼 있으며 탑의 높이는 9m이다.

한국에서도 드문 모전석탑은 재료를 벽돌처럼 쌓아서 탑을 조영한 전탑계와 석탑처럼 적층해 조성한 석탑계로 나뉜다. 국보 제30호 경주 분황사 모전석탑이 우리가 알고 있는 대표적 전탑계 모전석탑이며, 정암사 수마노탑도 이에 해당한다.

정암사 주지 천웅 스님이 수마노탑 국보 승격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현재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된 모전석탑은 국보 4, 보물 5개이며, 이중 전탑계 모전석탑은 총 4(국보 2, 보물 2).

정암사와 정선군 측은 수마노탑이 분황사 모전석탑 계열 전통을 충실히 계승해 건립된 탑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김진한 정선군 문화관광과 학예연구사는 수마노탑은 분황사 모전석탑에서 확립된 전탑계 모전석탑 전통을 충실히 계승하고 있으며, 기단부터 상륜에 이르기까지 완전한 모습을 갖춘 국내 유일 모전석탑이기도 하다면서 분황사계 조탑 양식이 경상도와 강원도를 중심으로 고려시대까지 계승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또한 자장율사, 사리신앙과 연관된 보궁신앙의 대표성을 가진 성보이며, 국내 유일 석회암 모전석탑인 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암사 주지 천웅 스님은 조선 초기 오대산을 중심으로 사리신앙이 일어나면서 자장율사가 창건한 것으로 전해지는 정암사가 부각되고, 이에 따라 수마노탑이 사찰 가람배치의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면서 수마노탑은 자장율사 및 사리신앙과 연관된 보궁신앙의 대표성을 보여주는 탑이라고 밝혔다.

이어 수마노탑은 석회암을 일일이 갈아서 벽돌로 만들고 이를 쌓아 조성됐다. 사용된 벽돌은 3010매로 추정된다같은 전탑계 모전석탑 가운데 구조적 안정성을 가장 잘 유지하고 있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웅 스님이 지난 6월 개통된 자장율사 순례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암사와 정선군은 수마노탑이 국보로 승격되면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정선아리랑과 함께 유·무형문화재가 공존하는 문화유산 도시로 발돋움 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이는 관광·경제 등 지역 발전에도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최승준 정선군수는 정암사 수마노탑은 정선군 최고의 유형문화유산이라며 수마노탑의 국보 승격이 된다면 정선군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인 정선아리랑과 함께 유·무형문화재가 함께 공존하고 상생하는 문화유산 도시로 거듭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암사는 실사가 이뤄진 지난 8월부터 수마노탑 국보 승격을 기원하는 100일 기도에 들어갔다. 기한을 100일로 잡았지만, 국보 승격 발표가 날 때까지 기도는 이어질 예정이다. 정암사 사중의 기도에는 승격을 기원하는 지역주민, 불자들의 염원이 담겼다.

천웅 스님은 실사를 기점으로 승격 발표까지 100일 기도를 하고 있다. 승격 이후에도 순례객들에게 신심을 고취시킬 수 있는 신행프로그램을 개발하려 한다. 이를 통해 정암사를 보궁신앙의 대표 성지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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