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진 교수, 한마음과학원 제4회 학술대회서 주장

여성학적 관점으로 대행 선사 조명
“깨달으면 여자·남자 아니다” 강조
선사 보인 ‘젠더/젠더초월’적 특성
대승경전서 확인된 ‘성별공성’ 연결
비구·비구니 아우른 공동체 형성도
남녀평등관 구성할 사상 자원 제공

대행 사상 인접학문 접목 연구 발표
선원 사부대중 1000명 참석 ‘성황’

박소진 신한대 교양교육원 교수는 9월 28일 한마음선원 안양본원에서 열린 한마음과학원 제4회 학술대회에서 ‘대행 선사의 젠더적/젠더초월적 특성과 젠더 관련 법문’을 발표했다.

한마음 주인공 관법이라는 생활선 수행으로 중생교화에 힘썼던 대행 선사(1927~2012)가 보인 행보와 법문을 여성학적 관점에서 조명한 연구 논문이 발표됐다.

박소진 신한대 교양교육원 교수는 928일 한마음선원 안양본원에서 열린 한마음과학원 제4회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대행 선사의 젠더적/젠더초월적 특성과 젠더 관련 법문을 통해 이 같이 주장했다.

먼저, 불교여성학의 선행 연구를 분석한 박 교수는 안옥선의 성별공성(性別空性)’ 논의를 주목했다. 그에 따르면 안옥선은 성별공성을 트랜스젠더리즘과 비교하고 성소수자를 배제하고 차별하는 성관념의 허구를 드러냈다. , 불교의 성별공성이분법에 기초한 성정체성과 성별규범에서부터 좀더 자유롭고 창의적인 실천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는 중요한 개념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대행 선사는 여성이자 비구니로서의 외부 인식에 대해 젠더적이면서 젠더초월적 특성을 보이고 있음을 주목했다. 이는 성별공성과도 연결된다.

이에 박 교수는 외부인들은 대행 선사에게 사회문화적으로 부여되는 젠더적 특성을 부여하지만 선사는 젠더이분법적 틀의 어느 한쪽으로만 인식될 수 없다. 선사는 이를 뛰어넘는 젠더초월적 특성을 동시에 가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행 선사의 젠더/젠더초월적 특성은 불교의 성별공성개념과 관련해 이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마음과학원은 9월 28일 한마음선원 안양본원에서 제4회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대행 선사의 젠더 관련 법문을 분석한 박 교수는 선사가 젠더이분법적 인식을 부정했음을 조명했다.

그에 따르면 여성불성불론’, ‘변성성불론에 근거한 질문과 언설에 대해 대행 선사는 깨달음에는 남자와 여자가 없고, 그러한 상()에 집착하지 말 것을 강조했다. 비구와 비구니 사이의 차별적 위계 관계에 대해서 부처님 당시 인도의 상황 속에서 이뤄진 시대적 방편이었고 시대가 변하면 방편도 변해야 한다고도 설했다.

또한, 대행 선사는 여성, 비구니를 산하대지로 남성, 비구를 태양이나 하늘에 비유하면서 불이법에 근거한 남녀 상호보완적 관계를 강조했다는 것이다.

이에 박 교수는 대행 선사를 여성이나 비구니라는 젠더이분법의 틀로 인식하려는 사람들의 시도에 남녀 성품의 평등을 강조한다면서 대행 선사의 비유는 젠더이분법으로 읽힐 수 있으나 법문의 핵심은 남녀가 둘이 아니게 이상적이고 조화로운 관계 속에서 평등을 강조한다. 이는 여성학의 평등관이 가지는 한계에 대해 제고할 수 있는 사상적 자원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이 대행 선사가 보여준 젠더/젠더초월적 특성은 새로운 선사의 모델이 될 수 있다는 게 박 교수의 주장이다.

박 교수는 독자적으로 깊은 수행을 통해 깨달음을 얻고 대중교화에 힘쓴 대행 선사는 비구 중심의 가부장적 계보 속의 선사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대행 선사가 보여주는 젠더/젠더초월적 특성은 새로운 선사의 모델이라며 비구-비구니의 엄격한 분리 전통을 넘어서 비구·비구니를 아우르는 독특한 수행공동체를 형성한 점도 새로 조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교종교학자 만프레드 후터 독일 본 대학 교수가 ‘물질 세계와 현대 사회에 있어서 종교의 역할 -대행 선사의 가르침에서 받은 영감과 고찰’을 발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대행 선사의 사상·가르침과 종교학·심리학·자연과학·교육학 등을 접목한 연구 논문들이 발표됐다.

비교종교학자 만프레드 후터(Manfred Hutter) 독일 본 대학 교수는 물질 세계와 현대 사회에 있어서 종교의 역할 -대행 선사의 가르침에서 받은 영감과 고찰을 통해 현대인들의 삶 속에서 대행 선사의 가르침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분석했다. 특히 종교적 갈등에 대해 후터 교수는 대행 선사의 한마음 사상은 종교간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가능성을 제시할 뿐만 아니라 종교가 발전하는 데 실제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실례의 하나라고 주장했다.

김재영 서강대 교수는 대행선사의 삶과 저술에 축적돼 있는 심리학적 통찰을 통해 대행 선사의 깨달음 경험 과정은 돈오적인 측면보다는 점진적 유형론으로 분류할 수 있는 점수적 통찰을 보여주고 있다향후 선사의 깨달음 경험 연구가 활성화 되기 위해서는 점수적 통찰을 심층심리학 연구와 연결해 비교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스 욕 에플레(Hans-Jorg Epple) 독일 베를린 샤리테 대학병원 의학박사는 대행선사의 가르침과 자연과학의 관점에서 바라본 인간상과 의학을 통해 대행 선사가 강조한 ()정보의 변환을 심성의학에 연결·고찰했다.

한마음과학원은 9월 28일 한마음선원 안양보원서 제4회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인류학, 인류세 이상한 친족 만들기, 크툴루세 - 대행선사의 법문과의 연관성 탐구를 발표한 마르시 미들브룩스(Marcie Middlebrooks) 타이완 국립 중산대학 교수는 인류학 개념인 인류세를 소개하고 이를 대행 선사의 법문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를 살폈다. 안정현 등 8명은 학교교육을 위한 주인공 관법 교수학습모형을 개발·제안하는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또한 동국대에서 올해 하반기 박사학위를 받은 혜교 스님은 자신의 논문을 축약해 오공의 한마음이라는 제하의 발표를 진행해 눈길을 끌었다.

한편, 이날 학술대회에는 ()한마음선원 이사장 혜수 스님, 주지 혜솔 스님을 비롯해 전국·해외 지원장 스님, 박종수 현대불교신문사장, 권탄준 대행선연구원장 등 사부대중 1000여 명이 참석했다.

대회에 앞서 열린 입재식에서 이사장 혜수 스님은 격려사를 통해 “4차산업혁명 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은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으면 믿지 못한다. 선사께서 과학원을 설립한 뜻은 불신을 잠재우고 마음공부에 믿음을 주기 위함이 아닌가 짐작해 본다면서 선사께서 내려준 법문의 진수가 과학원 회원들의 마음 속에 녹아져 자양분이 되고 나무가 돼 열매를 맺어가고 있다. 열매가 다양한 꽃으로 만개하는 시절이 도래한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한마음과학원 학술대회 입재식에서 (재)한마음선원 이사장 혜수 스님이 격려사를 하고 있다.
학술대회에 앞서 열린 입재식에서 사부대중이 삼귀의를 봉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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