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온 죽음 앞에 초연할 수 있어야
다가온 죽음 앞에 초연할 수 있어야
  • 현불뉴스
  • 승인 2019.09.28 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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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좌탈입망(坐脫立亡)

‘좌탈입망(坐脫立亡)’이란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앉은 채로도 죽고(육신을 벗어 버리고), 선 채로도 죽는다’는 뜻이다. 수행의 힘, 선정(禪定, 참선)의 힘이 쌓이고 쌓이면 앉은 채로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고 선 채로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육신의 생사, 곧 죽음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수행자가 정진 수행을 하여 앉은 채로도 죽을 수 있고, 선 채로도 죽을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면, 그것은 대단한 경지라고 할 수 있다.

중국 당나라 때 등은봉(鄧隱峰, 생몰연대 미상) 선사는 거꾸로 서서 입적했다는 일화가 있다. 등은봉 선사는 평소에도 매우 괴팍했는데, 하루는 제자들에게 “고래(古來, 과거)로 서서 죽은 사람은 있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제자들이 “있습니다”고 답했다. 그러자 “그렇다면 거꾸로 서서 죽은 사람도 있느냐?”하고 물었는데 제자들이 “그런 사람은 없습니다”고 답하자 등은봉 선사는 즉시 거꾸로 서서 물구나무서기 자세로 입적해 버렸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다비를 하려고 해도 시신이 넘어지지 않는 것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시신을 넘어뜨리려고 해도 꼼짝하지 않았다. 그런데 등은봉 선사에겐 비구니인 여동생이 있었는데, 동생이 이 소식을 듣고 달려와서 “오라버니는 살아생전에도 괴팍한 짓만 하더니 죽어서도 사람들에게 애를 먹이고 있으니 이 무슨 해괴한 짓이냐?”고 하면서 오빠의 시신을 손으로 ‘탁’ 치니 그대로 넘어갔다고 한다.

또 임제의현(臨濟義顯, ?~866)의 도반인 보화(普化) 선사는 여러 사람들을 모아 놓고 그 자리에서 관 속에 들어가서 열반했다고 한다. <임제록>에도 나오는데, 그는 여러 사람들을 모아 놓고 스스로 관 속에 들어가 뚜껑에 못질을 해 줄 것을 부탁했다. 얼마 후 관을 열어보니 시신은 온데간데없고, 공중에서 요령소리만 달랑달랑 울릴 뿐이었다고 한다.

이 두 선사의 이야기는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허구인지는 알 수 없다. 그렇다고 완전히 사실 무근은 아니다. 어느 정도의 사실이 과장되었다고 보아야 하는데, 각각 시사하는 바가 분명히 있다.

등은봉 선사 이야기는 생사대사(生死大事), 즉 ‘죽는 것이 큰 문제’라고 떠드는 안목 없는 자들에게 죽음이란 대수로운 것이 아니라는 의미를 말해 주고자 하는 것이고, 보화선사 이야기는 ‘공(空)’을 이야기하고자 함이다.

근대의 대표적인 선승인 방한암선사(1876~1951)는 1951년 음력 2월 15일 오대산 상원사에서 입적했는데, 벽에 기댄 채 입적했다. 이 장면이 마침 6.25동란 중 오대산에 주둔하고 있던 군부대 정훈장교(김현기)의 카메라에 포착되어 공개되었는데, 사진은 벽에 똑바로 기댄 채 입적한 것으로 되어 있지만, 실제는 약간 기울어 있었다고 한다. 이런 경우는 어느 정도 사실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좌탈입망은 전설처럼 회자되는 경우는 있어도 실제로는 거의 없다. 생체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인데 수행력이 어느 정도 이루어지면 벽에 기댄 채 입적은 가능하다고 본다.

죽음이란 모든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것 중에서도 제일일 것이다. 그래서 수행자라면 한 번쯤은 도전해 보고 싶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만일 그런 것을 목표로 한다면 그것은 정안(正眼), 정견이 없는 어리석은 수행자일 것이다. 수행한 사람과 하지 않은 사람의 차이는 이른바 생체학적으로 죽음을 자유자재 한다는 것이 아니고, 죽음이 찾아와도 초연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죽음이 찾아오면 때가 되었음을 알고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마음과 자세, 그것이 수행자와 비수행자의 차이일 것이다.

‘좌탈입망(坐脫立亡)’은 ‘좌탈(坐脫)’과 ‘입망(立亡)’ 두 단어가 합해진 말이다. ‘좌(坐)’와 ‘입(立)’은 모두 ‘앉은 채’, ‘선 채’라는 뜻이지만, ‘그 자리에서’ 또는 ‘즉석’을 뜻한다. 선으로 해석하면 ‘즉석’에서 ‘죽음의 두려움으로부터 벗어나다(坐脫)’ 혹은 ‘그 자리에서 번뇌 망상이 모두 없어졌다(立亡)’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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