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항상 꼬여 있어요. 그래서 인생이 꼬이고, 되는 일이 없는 것입니다!” 김 씨는 충격을 받았다. 하나뿐인 아들이 이렇게 말할 줄이야. 김 씨는 무슨 일이든 있는 그대로 긍정하는 법이 없었다. 뭔가 부정적인 면을 찾아내서 비판하곤 했다. 이제 40대 후반이 되어가는 인생에서, 그러고 보니 항상 뭔가 꼬였다. 잘 되려고 하다가도 안 좋은 일이 생기곤 했다. 특히 인간관계를 보면 여러 번 옮긴 직장에서 편안한 상사나 동료가 없었다. 꼭 누군가는 김 씨를 힘들게 했다. 이번에도 꼭 승진할 줄 알았는데 탈락했다. 너무 화가 나서 아내에게 상사들을 욕하고 있는데 옆에서 듣던 아들이 소리를 지른 것이다.

분노가 가시지 않아 친구의 권유로 명상을 배우게 되었다. 불교의 인과법도 배웠다. “말이 씨가 된다고, 제가 항상 비판적이니 바로 저를 비판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됐습니다.”

명상을 하며 그 비판적인 마음을 들어다 보려고 했다. 힘들어도 꾸준히 마음 속으로 들어가 보았다. 뜻밖에도 거기엔 아픔이 있었다. 자존심이 상해 인정하기가 싫었지만, ‘나는 부족해라고 하는 아픔이 있었던 것이다. 어릴 때부터 형보다 못하고, 뜻대로 성적도 안 나오고, 집도 잘 살지 못하고. 이런저런 아픔을 느끼는 것이 싫었다.

이내 나도 못하는데, 잘 될 리가 없겠지. 남이라고 다를 리가 있겠나하는 차가운 마음이 생겼다. 김 씨는 자기 마음이 무척이나 아프고 고통스러웠다는 사실을 직면하는 자체가 힘들었다고 한다. 막상 자기 마음을 만나고 보니, 다른 사람을 비판할 때 그들을 얼마나 아프게 했는지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 후로는 조심하게 되었다. 비판이 나오려고 하면, 내면의 마음에 내려놓으려 하고 있다. “꼬이는 인생을 바로 펴고 싶어요. 이제는 용기를 내서 제 마음을 보고 싶어요.”

본질로 돌아가는 리더십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오토 샤머 교수는 내면으로 들어가려면 열린 가슴이 필요하다열린 가슴을 방해하는 요소로 냉소의 목소리를 들었다. 냉소는 잘 될 리가 있겠어. 변할 리가 없다라는 차가운 마음이다. 찬물을 끼얹는 마음이며 자신은 물론, 남들의 열정과 노력을 얼어붙게 만든다. 냉소는 우리가 있는 그대로 인정받지 못했을 때, 우리가 바라는 대로 안 될 때, 그 고통을 피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어기제라고도 볼 수 있다.

데이비드 호킨스는 인간의 의식차원을 설명하면서, 부정적인 마음에서 긍정적인 마음이 되는데 필요한 것은 용기라고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엇이 필요한지 알아도 용기가 없는 것이다. 습관이란 그렇게 무섭다. 안전지대(comfort zone)를 벗어나야 하는데, 그 한걸음 떼기가 너무나 무겁다. 마음을 있는 대로 직면하기가 두려운 것이다. 자기의 아픔 속에서 굳어져, 그것을 넘어설 용기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모든 것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흐르고 있을 뿐, 습관도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 “업은 본래 공해서 붙을 게 없으니, 일체는 지금 이 순간의 한 생각에 달려있다고 한 법문이 떠오른다. 힘들다고 생각될 때, 그 마음을 내면에 내려놓으면 된다. 놓는 순간, 내가 아니라 내면의 보살의 마음과 통한다. 힘들어도 한 걸음 한 걸음, 놓아가는 것이 아상을 녹이는 길이고, 정진하는 길이다. 지금, 무엇 때문에 힘든가. 무엇을 놓아버리는 용기가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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