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재생에너지

정부 ‘재생에너지 3020’ 추진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
20%까지 점진적인 확대 계획

불교계 태양광·지열 등 활용
사례 많진 않아도 가치 높아
에너지 절감과 함께 병행돼야

평창 월정사가 주한 영국대사관과의 협력을 통해 2015년 설치한 태양광 발전 시설. 사진제공=플러스이앤지(주)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의 가장 중요한 화두는 바로 전환이다. 기존에 원자력과 석탄발전을 중심으로 에너지원을 충당했다면, 앞으로는 재생에너지를 바탕으로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원을 생산한다는 기조다. 이를 위해 정부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 계획을 세우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30202017년 기준 7.6%에 불과한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30년까지 20%로 확대하기 위한 계획이다.

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원 전환은 결코 갑작스런 정책이 아니다. 이미 201512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서 채택된 파리협정은 2020년부터 세계적으로 적용된다. 산업화과정에서 원자력과 석탄발전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에너지원을 확보해온 우리나라는 현재 원전과 석탄발전의 단계적 감축을 시행하고 있다. 이로써 가장 많은 에너지원을 차지하는 석탄발전은 201745.4%에서 36.1%, 원자력발전은 30.3%에서 23.9%로 줄었다.

정부는 에너지원별 신규설비 95% 이상을 태양광과 풍력 등 청정에너지로 공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특히 국민참여형 발전사업을 추진해 도시와 농가에 태양광 보급을 확대하고, 관련 협동조합 및 사회적기업도 늘리고 있다. 2030년까지 신규 설비투자 92조원, 정부예산 18조원이 소요될 전망이다.

지열에너지 활용하는 사찰들
불교계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재생에너지 활용방안을 고민해왔다. 종단적 차원의 움직임은 드물었지만 일선사찰들이 재생에너지 시설을 설치해 환경보전과 에너지비용 절감에 앞장섰다. 선두 역할을 맡은 사찰은 바로 지열에너지를 활용하는 포항 천곡사(주지 정오). 천곡사는 재가자 수행공간인 소천문화관에 지열에너지를 쓰고 있다.

천곡사는 2004년 행자부 교부세를 받아 지열에너지 시설 설계를 시작했다. 우여곡절 끝에 2008년부터 지열에너지 시설을 본격적으로 가동, 현재도 지열에너지로 냉난방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천곡사의 지열에너지는 지상과 지하를 순환파이프로 연결해 땅 속의 온도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생산된다. 이로써 겨울에는 열을 끌어올려 난방과 급탕에 쓰고, 여름에는 열을 끌어내려 냉방에 쓰는 것이다.

정오 스님은 사찰에너지 관련 세미나에 수차례 참석해 지열에너지의 장점을 강조해왔다. 스님은 기름보일러에 필요한 운전비가 100%라고 볼 때, 지열시스템을 가동하면 30% 정도의 전기료만으로 해결된다길게 100년을 내다보고 사찰을 운영한다는 관점에서 경제적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뿐만 아니라 지열에너지는 열기를 순환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24시간 영구적으로 사용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화석연료보다 오염도가 낮으며, 이미 완공된 건물도 주위 공터만 있으면 리모델링할 수 있다. 다만 기본적으로 환경적 요인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에서 사찰 활용에서의 한계는 있다. 또한 초기시설비용이 높고, 지질에 따라 비용이 더 상승하기도 한다. 천곡사 역시 초기 설비비용만 4억여원이 소요됐으며, 50%는 정부 지원을 받았다.

정오 스님은 지열시스템은 연중 24시간 냉난방이 필요한 건물에 적합하다. 템플스테이관이나 성보박물관, 종무원과 문화시설, 요양원 등 현대식 건물일 때 효율이 좋다고 강조한다.

지열에너지는 천곡사뿐만 아니라 영축총림 통도사도 성보박물관에 활용 중이다. 통도사 성보박물관은 200712월 지열시스템을 도입했다. 초기 비용은 6억 원이 소요됐지만 당시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을 받아 비교적 저렴하게 설치할 수 있었다. 통도사 성보박물관은 지열시스템 도입 전 월 400만원에 달하는 냉난방비가 필요했지만 지열을 활용하면서 비용을 절감했다. 하지만 고장 시 수리 전문가를 찾기 어렵고, 부품 등 교체비용이 크다는 점에서 소규모 사찰이나 포교당에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는 견해를 밝혔다.

박물관장 송천 스님은 재생에너지는 당장 이득을 보거나 곧바로 도입하기 어려운 점이 있지만 미래 환경을 고민했을 때 지속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각 사찰에 맞는 조건을 잘 살펴 환경보전을 위한 불교계 동참이 늘어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통도사 성보박물관은 지열에너지를 건물 냉난방에 활용하고 있다. 사진은 박물관의 지열 냉난방실.

사찰 유휴지로 눈길 돌려야
천곡사와 통도사의 사례를 제외하면 사찰에서 활용되는 재생에너지의 대부분은 태양광 패널을 이용한 태양광에너지가 차지한다. 20153월 평창 월정사와 주한 영국대사관 기후변화과가 월정사 경내에 태양광 발전 시설을 설치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린 이즈 그레이트 브리튼(Green is GREAT Britain)’ 캠페인을 추진하던 영국대사관이 불교생태콘텐츠연구소와 협력해 사찰을 대상으로 에너지 공급체계를 분석하고, 친환경에너지에 관심을 보인 월정사와 협약했다.

월정사에 설치된 발전 설비는 6(1.2×1모듈 24)으로 공사비 약 1400만원 중 1000만 원을 대사관 측이 지원했다. 강원도의 하루 평균 일조 시간을 3.3시간으로 계산할 때 월정사는 연중 7227h의 전기를 태양광으로 대체하게 된 것이다. 이는 한 번에 나무 563그루를 심는 효과와 대등한 데다 태양광 발전시설 보증기간이 25, 최대 사용기간이 50년이라는 점에서 이목을 끌었다.

이외에도 광주 문빈정사를 비롯해 전력수급이 어려운 산내 암자인 설악산 영시암, 오세암, 봉정암, 아산 옥련암 등에도 태양광발전기가 설치돼 일부 전력을 책임지면서 불교계에도 재생에너지 활용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사찰의 전각보다는 현대식 건축물에 태양광 패널 활용도가 높다.

하지만 사회적으로는 대대적인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일부 언론이 태양광과 풍력 등에 대해 환경훼손·입지갈등·부동산 투기 등의 부작용을 보도하면서부터다. 정부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태양광 설치 시 지목변경 없이 수명기간 동안 사용 후 산림으로 원상 복구하는 산지일시사용제도를 도입하고, 토사유출 및 경관훼손 방지를 위해 경사도 허가기준을 강화하는 등 대책을 마련했다. 이로써 경사가 심하지 않은 유휴지를 갖고 있는 사찰이라면 부작용 없이 재생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최원형 불교생태콘텐츠연구소장은 거의 모든 사찰이 재생에너지를 고민할 때 경관 훼손을 우려한다. 하지만 태양광시설은 반드시 기와 위에 올려야 하는 것이 아니라 유휴지를 활용하면 쉽게 해결된다기후위기로 인류의 10년 후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경관을 고민할 때가 아니다. 세계적으로 값싼 우리나라의 전기료는 앞으로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에 불교계가 재생에너지에 관심 가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병인 부산대 교수(바이오환경에너지학과)불교계는 큰 틀에서 재생에너지 활용을 점차 늘려야 한다. 도심포교당은 신축 건물에, 산중사찰은 유휴지에 태양광시설을 설치할 수 있다면서 고속도로 휴게소나 공장에도 재생에너지 시설이 들어서는 만큼 사회적 분위기에 발맞춰 가야 한다고 말했다.

재생에너지는 연기법의 진리를 따르는 불교에서 인간과 불가분의 관계인 자연환경을 보전한다는 점에서 가치가 높다. 하지만 재생에너지와 함께 사부대중이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은 바로 에너지 절감이다. 에너지 절감이 선행되지 않으면 재생에너지도 결국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밖에 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입장이다. 그렇기에 일상생활에서의 에너지 절감 실천을 위해 자연환경과 에너지에 대한 교육 확대도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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