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환경 맞는 방생문화 개발을

불교계 외래어종 무분별 방생에
1997년 정부차원 첫 자제 요청
조계종 2002년 지침서 발간·배포

야생조류·치어 방류 등 변화보여
안정화 추세지만 어류 방생 치중

육식 않는 채식으로 방생 가능
싱가포르불교계 ‘채식방생’ 추진
“방생 시즌, 채식 주간 운영을”

지난 2018년 9월 불교환경연대가 개최한 4대강 수질 정화를 위한 버드나무 심기 방생법회의 모습. 버드나무는 수질정화와 동물의 서식지 생성의 효과를 가진다.

불교는 생명을 죽이지 않는 소극적인 실천을 넘어 죽어가는 생명을 살리는 적극적인 실천을 해왔다. 그런 의미에서 방생(放生)은 가장 적극적 불교생명살림 의식이다.

불자들은 다른 이가 잡은 살아있는 물고기나 새 등의 동물을 산이나 못에 놓아 살려주고 불살생계를 실천하고 나아가가 생명을 구하는 선업 공덕을 짓는다. 방생은 예로부터 음력 정월 보름, 삼월삼짇날, 팔월 보름에 많이 행해졌는데 요즘에는 사찰의 편의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다.

‘방생’이 ‘살생’이 되는 상황 
방생의 경전적 근간은 〈금광명경〉의 ‘유수장자품’에 있다. 경전에 따르면 유수장자가 두 아들을 데리고 어느 큰 연못가를 지나가고 있었다. 오랜 가뭄 끝이라, 때마침 연못에 물이 말라 많은 물고기들이 죽음에 처해 있었다. 이것을 목격한 유수장자는 두 아들과 함께 마을로 되돌아가서 물을 날라다 연못에 부어주어서 많은 물고기들이 살려냈다. 그 공덕으로 유수장자는 다음 생에 시천천자(十千天子)로 태어났다고 한다.

방생법회는 중국 수(隋)나라 때 천태종 개창조 천태지의(538~597)대사가 처음 실시했다. 이후 중국에서 한반도로 전해졌는데 삼국시대부터 성행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생명살림이라는 의미를 가진 방생이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방생 시즌이 되면 어류의 가격이 올라가거나 붉은귀거북, 베스 등 외래 및 생태교란어종의 잘못된 방생으로 생태계에 피해를 주는 일이 발생하곤 했다. 불자들은 방생을 하며 공덕(功德)을 쌓겠다는 이유로 자신의 일이 잘 되기를 염원하며, 동물의 몸에 글씨를 쓰기도 했다. 또 몇몇 상인들은 상류에서 방생한 어류를 하류에서 다시 잡아 되팔기도 했다.

특히, 방생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는 사회문제가 됐고, 불교계 일부에서 물의를 빚어온 방생법회에 대해 정부가 공식으로 자제 요청을 하기도 했다.

정부가 처음으로 불교계에서 협조공문을 보낸 것은 1997년으로 확인된다. 당시 정부는 조계종을 비롯한 28개 종단과 70여개 불교법인에 공문을 보내 “문제가 되고 있는 육식성 물고기의 방생을 자제해 생태계 파괴와 환경오염 우려를 불식시켜 달라”고 당부했다.

변화하는 방생 문화
이 같은 사회분위기 속에 불교계의 방생 문화는 변화하고 있다. 조계종은 지난 2001년 환경부와 함께 붉은귀거북 방생 자제 홍보를 했다.

또한 조계종 환경위원회는 지난 2002년 생태적 방생문화 전환을 목적으로 〈방생지침서〉를 발간해 일선 사찰 2000여 곳에 배포했다. 〈방생지침서〉는 방생지침 17가지를 비롯해 △방생금지어종 및 선정사유 △생태계 위해·동식물 현황 △생태적 방생을 위한 메모 등을 수록하고 있다.

생태방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시기도 이즈음이다. 육식이나 외래 어종 방생을 금지하고 전통 어류와 치어 등을 방생하거나 조류·환경단체와 연계한 조류 방생이 나타났다. 또한 겨울철 먹이 놔주기, 나무 심기, 꽃씨 뿌리기 등이 방생 프로그램으로 진행되기도 했다.

실제 지난 2009년 9월 통도사와 부경대는 미역포자 10만개, 플랑크톤 4조 개, 참돔 치어 4천 마리 등을 바다에 방생했다. 미역포자는 부경대 양식학과가 배양한 것으로, 앞서 통도사와 부경대는 ‘생명 생태 운동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부산불교연합회는 지난 2015년 방생의 일환으로 낙동강 하류 철새도래지에서 겨울을 나는 철새를 위한 2000kg의 볍씨를 지원했다. 이는 낙동강 에코센터가 진행하는 ‘철새사랑 곡류 모으기’ 캠페인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이 같은 문화는 일선 사찰에 잘 이어지고 있다. 조계사(주지 지현)는 조류동물보호협회와 협약을 체결해 구호된 야생동물들을 치료 후 방생하고 있다. 이는 10년 넘게 이어진 장기사업이기도 하다. 또한 내수면연구소에서 추천을 받은 어류 5~6만 마리를 연구소를 통해 구입해 하천, 바다에 길을 만들어서 방생하고 있다.

봉은사(주지 원명)는 전통 어종들을 중심으로 방생을 이어가고 있다. 물고기들이 동사 가능성이 높은 추운 겨울에는 방생법회를 자제하고 시기를 조정해서 이뤄진다.

해외불교도 생태방생 고민 중
잘못된 방생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는 세계 각국 불교계에서도 있는 문제다. 뉴질랜드에서는 동아시아 이민자 불자들의 방생활동으로 인한 자연생태계 위협이 문제가 되고 있다. ‘뉴질랜드헤럴드(nzherald)’의 올해 1월의 보도에 따르면 “오클랜드에 거주하는 불자들이 웨스턴스프링스 호수에 거북이를 포함한 살아있는 동물들을 방생하고 있다. 붉은귀거북은 가장 빨리 퍼지는 동물 중 하나로 생태계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2014년 중국 언론 매체인 ‘인민정협신문’에 게재된 前 중국불교협회 부회장 학성 스님 인터뷰에서도 중국 내에서 이뤄지는 방생 문제를 엿볼 수 있다.

학성 스님은 인터뷰에서 “대규모의 방생은 자칫 생태환경 파괴를 초래할 수 있다. 생태계 고리가 무너져 큰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면서 “옛날에는 포획과 방생이 근처에서 이뤄졌지만, 요즘에는 방생용 동물을 수입해서 들여온다. 이는 지역 생태계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고 지적했다.

이어 “방생을 하려면 참된 자비심과 생명을 보호하는 마음을 내야한다. 새가 방안으로 날아 들어왔을 경우 밖으로 내보내 주거나 비가 내린 후 지렁이가 길을 잃고 밖에 나와 있을 때 화단으로 돌려보내주는 것도 방생”이라고 강조했다.

‘자리이타형 방생’으로 업그레이드
이제 한국불교의 경우 생태적 방생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상황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시대에 맞는 ‘자리이타형 방생’으로 나아가야 한다. 단순히 포획되거나 구호된 동물을 풀어주는 것에서 이들이 잘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으로 방생문화가 한번 더 변화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조계종 교육아사리 법장 스님(해인사 승가대학)은 “우리는 움직이고 생각하는 것만 생명이라 생각하고 이를 풀어주는 방생을 했다. 앞으로의 방생은 모든 생명들이 어우러져 살 수 있고 그 안에서 각자의 삶을 추구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주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면서 “불교의 대사회 활동은 불교적 삶을 실천하고 그를 통해 새로운 자리이타의 방생을 이룰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대표적으로 실천하는 곳이 불교환경연대(상임대표 법만)이다. 불교환경연대는 2018년부터 버드나무 방생 법회를 운영하고 있다. 수질 정화에 도움을 주고 물고기와 새들에게는 산란처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진 버드나무를 강과 하천 주위에 심어 생태계를 보존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불교환경연대는 여주 신륵사에 버드나무 묘목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방생법회 요청이 들어오면 이를 분양하고 있다.

불교환경연대 역시 4대강 수질 정화를 위한 자체 방생법회도 정기적으로 봉행 중이다. 오는 9월 28일(태화강), 10월 12일(낙동강), 10월 26일(금강)에 버드나무 방생법회를 연다.

한주영 불교환경연대 사무처장은 “버드나무 방생은 일종의 식물 방생”이라며 “이 같은 방생은 생태계 정화 작용과 함께 생물들의 서식 공간이자 산란처를 만드는 효과를 가진다”고 말했다.

이어 “불교환경연대는 겨울철 생태방생 프로그램으로 두루미 서식지 보존을 위한 활동과 먹이 놔주기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두루미 서식지가 한반도에서 계속 줄고 있다. 생물다양성 보존을 위해서도 필요한 생태방생 프로그램”이라고 강조했다.

채식, 현대적 의미의 방생
채식도 현대적 의미의 방생이 될 수 있다. 싱가포르불교연맹은 올해 베삭 축제에 앞서 불교도들의 방생행사 재고를 촉구했다. 싱가포르불교연맹은 “야생동물이 아닌 대량으로 양식되는 생명을 야생에 그대로 풀어놓는 것은 생명을 보호하는 불교의 가르침에 일치하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합리적 대안을 찾아 실천할 것을 제안했다.

이어 싱가포르불교연맹은 “방생 행사보다 육식없는 식단을 채택하거나 동물보호단체·보호소 등을 지원하는 것이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밝혔다.

싱가포르불교연맹의 제안처럼 채식은 불자들에게는 실천해 볼 만한 일상 속의 대안적 방생이다. 최근 채식을 기반으로 한 ‘비거니즘(Veganism)’이 세계적 트렌드로 자리를 잡은 만큼 채식·동물 보호 등을 실천하는 방생은 대중들에게 큰 호응을 기대할 만하다.

이에 대해 세첸코리아 대표 용수 스님은 “은둔 수행자인 차드렐 린포체는 티베트에서 동물을 죽이는 것을 보고 채식을 결심했고, 방생은 그의 주요한 수행법이었다”면서 “채식은 곧 방생”이라고 주장했다.

한주영 사무처장은 “정월 보름 방생도 많은 편인데, 한 해의 시작을 ‘채식 방생’으로 몸과 마음 비우고 시작하는 것도 좋을 수 있다. 일선 사찰에서 정월 보름 전후를 ‘채식 주간’으로 정하고 이를 스님과 신도들이 실천하며 수행하는 방생법회를 봉행했으면 한다”고 제언했다.

유정길 불교환경연대 운영위원장은 “고기 1인분을 위해서 8인분의 곡물이 소비된다. 채식만으로도 많은 동식물을 살릴 수 있다”면서 “서식지 파괴를 막고 필요한 야생동물에게 먹이를 나눠주며, 생태계를 보존하는 활동 모두가 방생이다. 환경운동이 곧 방생”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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