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백로(白露)
뿌리연잎찜·연근삼색찜·하비죽

열양세시기를 살펴보니 중추일을 가배라고 칭한 것은 신라에서 비롯된 것이다라고 하였는데, 이는 삼국사기에 나오는 신라 가배에서 비롯된 말로 일종의 부녀자들의 길쌈대회를 칭한다라고 하였다. 또한 만물이 성숙하고 중추가절이라고 칭하므로, 민간에서는 제일 중히 여긴다. 이날 아무리 궁벽한 시골의 가난한 집이라도 으레 모두 쌀로 술을 빚고 닭을 잡아먹는다. 안주나 과일도 분수에 넘치게 가득 차린다. 그래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도 있다. 사찰의 추석차례상도 예외는 아니다. 절 주변에서 자라는 알밤을 주워서 불전에 올리는 일부터 시작되는 백로는 이슬이 시작되는 절기로 풍성한 가을의 문턱이다.

차례상에 빠지지 않는 송편은 흰 쌀떡에 솔잎을 넣어 찌는 것으로 솔의 좋은 기운이 스며 들어서 장수를 기리는 의미로 만들고, 여름내 차가운 음식을 상식하여 몸에 들어있는 냉기를 내보내기 위해 토란국을 먹는다.

연밭의 익어가는 풋연자 역시 좋은 식재료이다. 지금이야 연자의 효능이 알려지면서 몸값이 높아지고 있지만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사찰의 몇몇 스님들에 의해서 연음식은 만들어졌다. 지난해 중국 남경에서 기차를 타고 본 끝이 보이지 않던 연밭을 잊지 못한다. 그 드넓은 땅에 모두 연꽃이 피어있어서 눈을 뗄 수 없었던 적이 있다. 그 지역에서는 그 많은 연자를 좋은 식재료로 가공하여 어느 곳에서도 쉽게 연자를 살 수 있게 발전시켰다. 하지만 우리의 농업현실은 아직 국내산 연자를 쉽게 접하지 못하고 있다. 풋연자 역시 한때 먹는 시절음식이기에 때를 놓치면 이미 마른 연자로 변화된다. 연자는 잘 불린 다음 밥에 넣거나 갈아서 죽을 쑤기도 하고 들깨가루를 넣어 찜국으로 만들기도 한다. 연자는 오래 먹으면 피부가 맑아지고 혈액도 정화되기 때문에 관심을 갖고 먹으면 반드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식품이다.

연음식은 연꽃 역시 필자가 발우공양을 개업하면서 개발한 음식으로 연과채라고 불리기도 한다. 백련꽃을 활짝 편 다음 그 위에 구절판 재료를 올리는데 연근 속에 여러 색깔의 쌀을 넣고, 연근밥을 만들어 한 조각씩 썰어 올린 다음 송이장아찌로 마무리하였다. 항간에 웬만한 고급한정식에서 이 음식은 통용되고 있고, 발우에 검은콩을 담고 각종 부각을 꽂아서 탑처럼 만든 모양 역시 음식하는 이들이 벤치마킹의 수단으로 이용한 음식이다.

연잎으로 만든 죽은 양귀비의 연인 홍수천이 즐겨먹던 음식으로 하비죽이라고도 불리는데, 그 연한 연잎이 자양강장제로 쓰이던 시절이 있었기에 힘을 쓰는 장수가 죽을 즐겨먹던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연잎을 갈아서 즙을 만들어 두고 쌀죽을 푹 끓인 다음 마지막에 이 연잎액을 넣고 죽을 만들면 그 빛깔이 선명하고 화사하여 즐거운 음식상이 되기도 한다. 연잎의 쓰임새는 다양하여 연잎액을 만들어 밀가루 반죽을 해서 칼국수 면으로 탄생되기도 하는데, 투명한 유리볼에 연잎칼국수를 넣고 그 위에 연꽃 한 송이 펼친 다음 각종 고명을 얹어내면 식물요리인데도 많은 분들이 고운음식에 탄성을 자아낸다.

가을빛은 나뭇잎이 시들어 가도 각종 열매를 키우는 나무와 더불어 인간에게 풍요로움을 선사해 준다. 이산혜연 선사 발원문처럼 이 우주만물에 깨달음을 이룬 불성들이 낱낱이 깃들어 우리에게 자양분이 되어준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무정물인 돌과 바위에서도 식물이 자라지 않는가?

산하대지가 한껏 결실을 피우는 시기, 우리도 자성불에 의지하여 앞부처가 뒷부처에게 전하는 뜻을 헤아린다면 결코 허투루 살수 없는 게 이번 생이기도 하다. 수없이 되새겨 봐도 정진하지 않는 삶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건강한 몸과 건강한 정신을 위해 오늘 먹는 이 음식이 모두에게 깨우침의 단초가 되기를 염원한다.

뿌리연잎찜

뿌리연잎찜

재료: 연잎 1, 연근 80g, 50g, 당근 40g, 고구마 ½, 브로콜리 3~4꼭지, 감자 ½, 단호박 50g, 3, 은행 10, 구운소금 약간, 식용유 약간

1. 연근은 껍질을 벗기고 2로 통썰기해서 크기를 보고 2~4등분한다. 익는 속도가 더디므로 미리 삶아놓는다.

2. 감자, 고구마, 당근은 손질해 같은 크기로 자른다.

3. 단호박도 껍질을 벗기고 씨를 파낸 다음 다른 채소크기와 맞추어 잘라준다.

4. 마도 껍질을 벗기고 연근과 비슷한 크기로 잘라준다.

5. 밤은 껍질을 벗겨 2등분하고, 은행도 식용유를 살짝 두른 프라이팬에 굴리면서 구운 다음 키친타올로 속껍질을 까준다.

6. 잘라준 뿌리채소 모서리를 다듬어준다.

7. 브로콜리도 한 입 크기로 잘라놓는다.

8. 연잎에 준비한 채소를 넣고 구운 소금을 뿌린 후 보자기 싸듯이 연잎을 감싼다.(이쑤시개로 고정)

9. 김이 오른 찜기에 20~30분정도 쪄낸다.

연근삼색찜

연근삼색찜

재료: 연근 각 1(3조각), 찹쌀(2), 백련초가루 40g, 치자가루 40g, 녹차가루 40g, 소금약간(전날 각각의 색소에 담가놓는다)

1. 연근은 껍질을 벗기고 깨끗이 씻어 절반을 자른다.

2. 불린 찹쌀은 3등분해서 백련초가루, 치자가루, 녹차가루를 잘 섞어서 찹쌀에 물들인다.

3. 물들인 찹쌀은 소금으로 간하고 버무려 연근 속에 넣는다.

4. 김이 오른 찜 솥에 30분정도 찐다.

하비죽

하비죽

재료: 연잎 1, 연근(200g) 1, 멥쌀가루 반컵, 1T, 소금 약간

1. 연근은 껍질을 벗긴 후 강판에 간다.

2. 연잎은 물 1컵을 넣고 믹서에 간 후 체에 받쳐 즙만 짜둔다.

3. 갈아 놓은 연근을 냄비에 넣고 물 2컵을 부은 후 끓인다. 저으면서 멥쌀가루를 넣고 끓이다가 뜸 들일 때 연잎액을 넣고 젓는다.

4. 다 익으면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5. 그릇에 담은 후 잣을 띄워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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