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8일 선거 1064표 얻어… 총 1910명 점명

2011년 직선제 도입 후 최다투표
명망 높은 후보들에 관심 높아져
각 후보들 열띤 선거운동 영향도

조계종 제12대 전국비구니회장으로 당선된 본각 스님이 당선소감을 밝히고 있다.

조계종 제12대 전국비구니회장에 본각 스님이 당선됐다. 앞서 임기 내 승려복지 확대에 주력하면서 노스님들의 지지를 받은 현 회장 육문 스님과 30년간 교육자로서 후학양성을 하며 후배들의 지지를 받은 중앙승가대 명예교수 본각 스님의 각축전이 예상대로 펼쳐졌으나 근소한 차이로 본각 스님이 당선의 기쁨을 얻었다.

조계종 전국비구니회는 918일 서울 일원동 전국비구니회관에서 제12대 회장 선출을 위한 임시총회를 열고, 직선제를 통해 제12대 회장으로 본각 스님을 선출했다. 본각 스님은 총 1880표 중 1064표를 얻어 789표를 얻은 경쟁후보 육문 스님을 제쳤다. 무효표 23, 기권 3. 회장임기는 11월 1일부터 4년간이다.

이번 선거는 총 1910명이 선거인명부에 이름을 올려 전국비구니회가 2011년 직선제를 처음 시행한 이후 최다 인원을 기록했다. 2011년 제10대 회장 선거에는 1456명이 점명해 1366명이, 11대 회장 선거에는 1193명이 점명해 1184명이 투표했다.

선거관리위원장 성정 스님에게 당선증을 전달받은 본각 스님.

2011년은 첫 직선제 시행이라는 점, 2015년은 당시 열린비구니모임을 주도로 집행부 교체에 대한 여론이 형성된 시점이라는 점에서 많은 인원이 투표에 참여했지만 올해는 이보다 더 큰 유권자들의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번 선거에 후보로 나선 육문 스님과 본각 스님은 비구니스님들 사이에서도 각각 회장후보로 추대될 만큼 명망 있는 인물이다. 이처럼 영향력이 큰 스님들의 입후보와 열띤 선거운동으로 인해 양측 선거대책위원회가 예상한 투표 최대인원인 1500명을 훨씬 웃도는 인원이 전국비구니회관으로 발길을 옮긴 모양새다. 총 유권자인 6000여 비구니스님들의 3분의 1가량이 투표에 참여한 셈이다.

비구니회 관계자들도 평소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던 은둔형 회원들도 이번 선거만큼은 관심 깊게 지켜본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법룡사 법당에 마련된 투표장에서 투표하는 스님들.

12대 회장으로 당선된 본각 스님도 이 같은 대중의 관심을 인식한 듯 당선소감을 통해 선거로 과열된 갈등을 뒤로 하고 한국불교 발전을 위해 모두가 힘을 쏟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본각 스님은 짧은 선거기간이었지만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그 기간에 저는 제 자신을 돌아보고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우리 모두는 한 방울의 물이다. 전부 흘러서 강을 만들고 바다를 만드는 것처럼 우리는 넓은 법의 바다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본각 스님은 선거과정에서 한 스님으로부터 들은 경책을 전하면서 6천여 비구니가 화합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본각 스님은 어느 스님이 선거 끝나면 내일은 중노릇 안 할 거냐고 경책하셨다. 우리는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중노릇을 해야 한다사람들이 말하기를 한국불교는 큰 목선이 좌초돼 썩어가고 있다고 한다. 한국불교가 썩어가는 배라면 우리는 빨리 새로운 반야용선을 만들어 타야한다.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해야 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본각 스님은 또한 앞서 제시한 5대 공약의 실천을 위해 제도와 조직을 정비하는 한편, 법룡사를 중심으로 재정을 마련해 모든 비구니스님들의 사각지대를 예방하겠다는 포부도 전했다.

본각 스님은 회장으로 당선됐지만 기쁘지 않다. 마음도 가볍지 않다. 우리는 혼자 계시는 노스님이나 사각지대에 계신 스님들을 다 살펴야 한다. 우리가 해야 한다면서 출가감소가 계속되는 이 시대에 어떻게 하면 젊은 여성이 비구니 삶의 매력을 느끼도록 할 것인지 고민하겠다. 제가 앞장 설 테니 모두 정은 잠시 내려놓고 법의 바다를 만드는 데 동참해달라고 밝혔다.

선거관리위원과 실무자들이 투표를 마감한 뒤 개표하고 있다.

이번 선거가 과열양상으로 치달아 비구니계가 양분될 수 있다는 우려에는 비구니스님들은 선거가 끝나면 한마음으로 다시 모인다. 물론 저부터 다가가겠다면서 비구니스님들의 도움 없이 전국비구니회는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한다. 갈라졌던 마음을 하나로 모아달라고 요청했다.

아울러 본각 스님에게 제기된 학력 의혹에 대해서는 직접 호법부를 찾아가 소명할 계획이다. 1960년대 당시 지역별로 입학조건에 대한 차이가 있었고, 현재는 이를 증명해줄 분이 남아있지 않다대학도 아닌 초등학교, 중학교 학력이 큰 문제라고 보진 않는다. 모든 건 소상히 밝힐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이번 비구니회장 선거를 두고 일각에서는 승가에 직선제가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일부 비구니 종회의원스님들은 많은 인원이 참여하는 것은 좋지만 직선제는 대부분 흑색선거나 비방으로 이어지는 일이 잦아 승가에 어울리는지는 의문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이뿐만 아니라 이번에는 실무적으로도 개표과정서 1표의 행방을 찾지 못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로 인해 선관위는 당선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 개표결과를 발표하며 대중의 양해를 구했다.

반면 또 다른 스님들은 비방과 같은 논란은 직선제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선거에 참여하는 개개인의 문제다. 선거가 축제로 진행될 수 있도록 세부적인 규정을 명문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