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고원이 숨긴 푸른 바다 靑海湖
하늘고원이 숨긴 푸른 바다 靑海湖
  • 중국 칭하이성= 신성민 기자
  • 승인 2019.09.11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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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천혜고도 칭하이성을 가다
중국 칭하이성을 대표하는 청해호. 칭하이성의 지명은 청해호에서 비롯됐다. 청해호는 중국에서 가장 큰 호수이자, 세계 최대의 염수호이다.
중국 칭하이성을 대표하는 청해호. 칭하이성의 지명은 청해호에서 비롯됐다. 청해호는 중국에서 가장 큰 호수이자, 세계 최대의 염수호이다.

한국불교언론 대표단(단장 진우)은 8월 26일부터 9월 1일까지 중국 베이징과 칭하이성 일원을 방문했다. 특히 중국 칭하이성에서는 티베트 불교문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 <편집자 주>

차창 너머엔 오로지 산만이 보인다. 제법 잘 닦인 도로지만 지대가 해발 3000m에 이르다보니 약간의 고산병 증세가 나타난다. 지끈대는 머리에 잠시 눈을 붙였다. 얼마만큼 시간이 지났을까. ‘와’라는 감탄사가 들렸다. 힘들게 눈을 떴다. 그곳엔 ‘푸른 바다(靑海)’가 펼쳐졌다.

중국 내륙, 그것도 하늘과 가장 가까운 3500m 고지에 펼쳐진 푸른 바다라니. 내가 와 있는 곳의 지명이 왜 ‘칭하이성(靑海省)’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 바로 ‘청해호(靑海湖)’ 때문이다.

청해호는 바다라고 착각이 들 정도로 어마어마한 크기를 자랑한다. 당장 중국에서는 가장 큰 호수이고 전세계에서는 가장 큰 염수호이다. 또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호수이기도 하다.

中 내륙·티베트 통로 칭하이성
한반도 3배 크기·인구 720만명
황하·양쯔·메콩강 水源 존재해
장족·회족 등 소수민족이 40%
불교·이슬람·토속신앙들 공존해

中·세계 최대 염수호인 ‘청해호’
해발 3500m에 펼쳐진 푸른바다
크기만 제주도 2배·둘레 360km
6대 달라이라마 열반지로 추정
곳곳에 티베트 불교 흔적 남아

청해호에서 만난 티베트 스님과 불자들이 방생을 하고 있다.
청해호에서 만난 티베트 스님과 불자들이 방생을 하고 있다.

청해호의 면적은 4340㎢로 제주도(1847㎢)보다 2.3배 더 크다. 현지 가이드의 말로는 청해호에는 홍콩 4개 혹은 싱가포르 7개가 들어갈 수 있다고 하니 그 크기를 짐작해 볼 수 있다.

칭하이호 둘레는 360km로, 대략 서울에서 울산까지 거리다. 호수 둘레에는 자전거 전용 도로가 잘 조성돼 있다. 이곳에서는 360km를 라이딩하는 국제 사이클 대회가 매년 열린다. 최근에는 중국 사이클 동호회들도 5일 동안의 코스로 라이딩을 즐긴다고 한다.

또한, 주변의 너른 땅에는 8월에도 유채꽃이 피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함부로 들어가서는 안 된다. 모두 개인 소유로 사진을 촬영하려면 입장료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전통복장을 대여해 입을 수 있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해호는 불교와도 연관이 있다. 청해호는 6대 달라이라마 창앙갸초의 열반지로 추정된다. 창양갸초는 조금은 이색적인 달라이라마다. 4대와 더불어 티베트인 아닌 달라이라마 중 한 사람이며, 시와 문학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특히 사랑에 대한 노래를 즐겼다고 한다. 한국에도 알려진 그의 연시가 있다.

‘백학이여 내게 그대의 날개를 빌려주오. 나는 리탕으로 더 가지는 못하리니. 그러나 그곳서 다시 돌아오리라.’

이는 창양갸초의 사실상 열반송으로 환생을 예견한 시다. 그는 시끄러운 저잣거리와 술, 여자를 좋아했던 괴짜였다. 결국 한 몽골부족의 왕이 반란을 일으켜서 창양갸초를 납치·구금했다. 전해진 시는 구금 당시 애인에게 보낸 편지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창양갸초는 1706년 청하이성 부근서 행방불명됐다고 전해지는데 현지 가이드는 “6대 달라이라마 열반처는 청해호”라고 추정했다. 

또한 칭하이성 성도(省都) 시닝(西寧)에서 청해호로 가는 길은 티베트 손첸캄포왕의 제2왕비가 된 문성공주가 시집갔던 길이다. 당 태종의 조카인 문성공주는 640년 토번(티베트)으로 시집갔고, 두 나라의 우호관계의 상징이 됐다. 현대에 와서는 중국 정부가 티베트 문제에 대해 ‘하나의 중국’을 강조하며 거론하는 역사적 사실이기도하다.

독실한 불자였던 문성공주는 40여 년간 그곳에서 살면서 손첸캄포의 제1왕비 ‘브리쿠티 데비’와 함께 티베트에 불교를 소개했다고 전해진다.

차로 이동하면서도 어려움이 느껴졌을 정도인데 이역만리 시집오던 공주의 심정을 어땠을까. 하지만 전해지는 일화를 들어보면 공주는 조금은 강단 있는 인물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문성공주가 시집을 갈 때 당 태종은 고향이 그리울 때마다 보라고 ‘일월보경(日月寶鏡)’을 하사했다. 아마 오빠의 안타까운 마음이 담긴 이별 선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공주는 토번으로 가던 도중 일월보경을 츠링산(赤嶺山) 아래로 던져 깨뜨려 버린다. 이를 기려 후세는 산 이름을 일월산(日月山)으로 바꿨다.

공주는 왜 황제 오라버니가 준 거울을 산 아래로 던져 버렸을까. 출가외인으로서 토번국 왕비가 되겠다는 결연한 의지였을까. 아니면 자신을 이역만리 오랑캐에 보낸 황제 오라버니에 대한 애증과 원망 때문이었을까. 물론 그 진실은 공주만이 알 터이다.

칭하이성을 대표하는 사찰이 타얼사의 전경. 티베트 겔룩파 6대 사찰 중 하나이다.
칭하이성을 대표하는 사찰이 타얼사의 전경. 티베트 겔룩파 6대 사찰 중 하나이다.

소수민족 공존하는 칭하이성
청해호에서 지명이 비롯된 칭하이성은 중국에서 중요한 생태의 보고다. 실제 중국은 칭하이성을 생태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보호하고 있다. 청해호에 가다보면 ‘산장위엔(三江源)’ 자연보호구 표지를 확인할 수 있다.

칭하이성의 별명은 ‘중국의 물탑’으로, 중국에서 가장 긴 양쯔(揚子)강과 황허(黃河), 란창(瀾滄, 메콩)강의 시발지여서 붙었다. 거대한 13억 인구와 대지를 적시는 중요한 수원지라는 의미로, 중국 정부는 이곳을 철저히 보호하고 있다.

칭하이성은 면적이 72만㎢로 중국의 23개 성 중에서 가장 크다. 인구는 720만 명으로 크기에 비해서는 많지 않다.

인구의 절반가량인 40%는 소수민족들이다. 소수민족으로는 티베트 민족인 장족이 있으며, 몽골족, 회족, 사라족, 토족이 있다. 장족과 토족은 불교를 신앙하며, 회족은 이슬람을 믿는다. 소수민족은 전부 각자 종교를 신앙하고 있다. 

칭하이성은 시진핑 국가 주석이 주창한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경제권)’의 일부다. ‘일대일로’는 서저동고(西低東高)의 중국의 경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서부 대개발 계획이다. 일부 지방정부는 이 과제를 실현하기 위해 한국과의 경제협력을 추진하고 있는데 칭하이성도 그 중 하나이다.

마나이신(馬乃新) 칭하이성 외사판공실 부주임은 “칭하이성은 중국이 자랑하는 생태의 보고로 관광자원으로서 가치도 뛰어나다. 그래서 ‘아름다운 청해(大美靑海)’라는 칭호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척박한 대지에 피워낸 고귀한 ‘信心의 꽃’

칭하이성 대표 사찰은 ‘타얼사’
겔룩파 6대 사원 가운데 하나
티베트 불교 중흥 쫑카파 탄생처
야크 우유로 만드는 수유꽃 장엄
신실한 티베트인 신심 확인해

티베트 특유 탱화 ‘탕카’ 고향
황남장족자치구에 장인 마을도
서장문화博 1000m 탕카 조성
티베트 민족 역사·불교 등 담아
전통문화 보존위한 中노력 확인

타얼사 3대 보물 중 하나인 쑤여우화. 야크의 젖으로 만든 불단 장엄물이다.
타얼사 3대 보물 중 하나인 쑤여우화. 야크의 젖으로 만든 불단 장엄물이다.

타얼사서 티베트 불자 신심 확인
칭하이성에서 한국 불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곳은 단연 타얼사(塔랑寺)다. 시닝시에서 서남쪽 25km 떨어진 황중현에 타얼사가 있다.

타얼사는 티베트 불교 겔룩파의 6대 사원 가운데 하나다. 부지 12㏊에 대금와사, 대경당, 여의보탑 등 1천 개의 건축물이 어우러져 있다. 티베트 불교의 중흥조 쫑카파가 탄생했다는 자리에 세운 탑이 기원을 상징한다. 쫑카파는 겔룩파를 창종했을 뿐 아니라 ‘보리도차제광론’을 통해 티베트 불교의 수행체계를 완성한 선지식이기도 하다.

사찰 연기설화에 따르면 쫑카파의 어머니는 그를 낳고 태반을 묻었는데, 그 자리에 한 그루 보리수가 자랐다. 보리수에는 10만장 잎이 자랐다고 한다. 이후 어머니는 하얗게 샌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서 편지와 함께 보내며 돌아오기를 바랐다.

하지만 쫑카파는 “제가 태어난 자리에 태반을 넣은 불탑을 세우고 마치 저를 바라보듯 하시면 그리움이 덜 할 것”이라는 내용의 답장을 보낸다. 이후 어머니는 아들의 당부대로 탑을 세웠다. 타얼사는 이 탑을 중심으로 1560년 창건됐다.

사찰 입구에서 광장으로 오면 바로 보이는 것은 팔보여의탑(八寶如意塔)이다. 1776년에 석가모니의 8가지의 덕(탄생, 성장, 출가, 고행, 깨달음, 전파, 열반, 가르침)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진 탑이다.

타얼사의 주법당은 대금와사(大金瓦寺)다. 대금와사는 쫑카파의 어머니가 아들을 그리워하며 만든 탑을 1711년 금으로 개조하면서 그 이름을 얻었다. 지금은 법당 내부에 12m 높이의 다인탑(大陵塔)이 자리 잡고 있다. 다인탑을 살쳐보면 순은으로 받침판을 만들고 금을 입혀 각종 보석을 끼워 넣었고 탑 위에는 쫑카파 존상이 있다.

타얼사에서 가장 눈여겨 볼 것은 3대 보물로 전해지는 ‘쑤여우화(更油花)’와 벽화, 자수다. 매우 세밀하게 그려진 벽화와 양털로 양감을 만들어낸 자수는 감탄을 자아낸다. 특히 쑤여우화로 장엄된 불단의 아름다움에는 쉽게 발걸음을 뗄 수 없다. 쑤여우화는 타얼사에서만 볼 수 있는 것으로 야크의 젖을 원료로 한다. 야크의 젖을 발효해서 굳혀서 형상을 만드는 데 온도가 오르면 녹아서 작업은 겨울에 주로 이뤄진다.

한국불교언론 대표단장 진우 스님이 등공양을 하고 있다.
한국불교언론 대표단장 진우 스님이 등공양을 하고 있다.

쑤여우화를 만드는 스님들은 자신의 손을 섭씨 0도에 가까운 물에 담가 손의 체온을 최대한 낮춘 후 장엄물을 제작한다. 타얼사의 쑤여우화는 별도 전시관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이곳 쑤여우화 장엄물들은 섭씨 0도를 유지하는 시설에 보존된 상태로 관람객을 맞는다. 장엄물들은 1년에 한 번씩 교체 전시를 하는데 겨울 3개월 동안 제작한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전시관에는 한국 불자에게는 반가운 불상이 있다. 바로 김교각 지장왕보살상이다. 중국서 지장보살의 현신으로 추앙받는 신라 왕자 김교각은 1000년이 지나서도 이역만리에서 한반도 불자들을 온화한 미소로 맞이하고 있다.

타얼사는 1980년대부터 개방했으며, 지금은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운영되고 있다. 중앙정부는 사중 스님의 보험 등을 책임지고 문화재 관리에도 도움을 준다고 한다. 현재 사중에는 780여 명의 스님들이 주석하며 수행 중이다. 또한 안에는 4개의 불학원이 있는데 △현종 △밀종 △의학 △실명(역사·문화)으로 나눠 교육이 이뤄진다.

타얼사 전각 곳곳에는 티베트 출재가들의 오체투지 수행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들의 오체투지는 언제 봐도 진지하고 숭고하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자신의 긍지를 잃지 않고 살아가는 티베트인들의 힘은 쑤여우화 같은 ‘신심의 연꽃’이 있어 가능하지 않았을까.

칭하이성 기행을 이끈 한국불교언론 대표단장 진우 스님(불교신문사장)은 그들의 신심에 대해서 이 같이 말했다.

“열악한 환경 속에도 오로지 부처님에게만 집중하며, 불편함을 극복하고 스스로 편안해지려는 티베트인들의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부처님에게 집중하며 염송하고 오체투지하며, 쑤여우화를 피워내는 그들의 삶은 곧 ‘선(禪)’입니다.”

티베트 고유 불화인 ‘탕카’ 작품. 현재 중국 국가무형문화재다.
티베트 고유 불화인 ‘탕카’ 작품. 현재 중국 국가무형문화재다.

탕카, 티베트 불교를 그리다
칭하이성에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황남장족자치구의 동인현 지역으로 가보는 것도 좋다. 이곳이 티베트 불교회화 ‘탕카(Thangka)’의 고향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중국 정부가 지원·관리하는 탕카 제작 장인 마을 정도로 보면 된다. 제작부터 판매까지 모두 가능하기도 하다. 
자치구 동인현에서 만난 시야오지엔초 티베트 탕카 국가문화재 보유자는 탕카에 제작 방법과 과정에 대해 설명해 줬다.

탕카의 주요 제작은 광물질인 주사, 귀주 등 석채로 이뤄진다. 금, 은, 보석도 많이 사용된다. 채취한 석채들은 소가죽으로 된 포장지로 보관한다. 이는 벌레를 방지하는데 효과적이다. 또한 석채와 함께 수많은 약재들이 함께 사용한다.

시야오지엔초 작가는 “광물에는 독성이 많아 중의학 약재를 섞어 해독한다. 또한 안료가 쉽게 응고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탕카가 진귀한 이유는 다양하고 귀중한 재료들이 많이 사용되어서”라면서 “고가의 재료 등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현 정부가 문화재 보호를 위해 자금지원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황남장족자치구 동인현 지역에서 만난 티베트 동자승들.
황남장족자치구 동인현 지역에서 만난 티베트 동자승들.

시닝의 서장문화박물관에서는 1000m 길이의 탕카를 만날 수 있다. 장대한 길이의 탱화에는 티베트 민족의 기원 설화, 역사, 문화를 비롯해 티베트 불교의 시작, 우주론, 사상, 신앙, 의학 등 방대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탕카에 들어간 인물은 18만 명으로 겹치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석채 마련, 자료 수집 등 제작 준비기간만 23년이 걸렸으며, 400명의 화사(畵師)가 투입돼 4년동안 제작됐다. 제작비만 77억 원이 들어갔다.

쑤여우화도 탕카도 척박한 환경에서 피어난 신심의 결과물이다. 중요한 식재료인 야크의 젖과 희귀한 광물과 약재, 보석을 아끼지 않고 불상과 불화에 사용하는 정성은 한국 불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늘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호수 청해호. 그리고 그곳에서 살아가며 ‘신심의 연꽃’을 피워낸 사람들. 회색 콘크리트 건물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가 칭하이성에서 만날 수 있는 보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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