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문 스님을 지지하는 모임 9월 10일 기자회견
본각 스님 “고교 입학, 한 치의 부끄러움 없어”
조계종 전국비구니회 제12대 회장 선거를 앞두고 기호1번 현 회장 육문 스님을 지지하는 스님들이 경쟁후보인 기호2번 본각 스님에 대한 학력 위조 의혹을 제기했다. 본각 스님의 고등학교 졸업 여부는 확인되지만 초등학교·중학교는 그렇지 않다는 게 골자다.
육문 스님을 지지하는 비구니 모임은 9월 10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분과회의실서 기자회견을 열고, 본각 스님에게 초등학교·중학교 졸업 사실을 소명할 것을 요구했다. 기자회견에는 중앙종회 비구니의원인 상덕 스님, 정운 스님, 운산 스님, 대현 스님이 참석했다.
육문 스님 측이 제기한 학력 위조 의혹의 근거는 본각 스님의 2016년 <법보신문> 인터뷰다. 당시 본각 스님이 인천 인화여고 입학과 관련해 “당시는 중학교 졸업장이 없어도 이런저런 방법을 동원해 입학이 가능한 시절이었다”고 말한 것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기자회견서 상덕 스님은 “당시 교육관계 법령에 의하면 중학교를 졸업하거나 검정고시에 합격하거나 일정한 기관서 교육을 수료해야만 고등학교를 갈 수 있었다”며 “본각 스님은 이런 사실이 없으므로 고등학교뿐만 아니라 이후 모든 학력이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육문 스님 측은 1960년대 조계종 ‘승려법’에 사미니계의 수지 자격요건이 ‘중학교 졸업자 또는 동등 이상의 학력’으로 명시돼 있던 만큼 정식 학력 없이 계를 받은 것 아니냐며 승려 자격 문제도 언급했다.
그러면서 2018년 7월 前총무원장 설정 스님의 퇴진을 촉구한 ‘조계종을 걱정하는 비구니 일동’의 활동도 문제 삼으며 “종단 음해세력과 함께 종단의 법통과 교권을 문란케 하고, 종단 질서를 위태롭게 한 반불교적 해종행위”라고 본각 스님을 비판했다.
상덕 스님은 “이런 의혹을 본각 스님이 직접 소명하도록 기회를 줬으나 아직까지 답변이 없었다. 도덕적, 법적으로 하자가 있는 후보자의 자격을 인정할 수 없다”면서 “회장선거 자격심사는 끝났지만, 전국비구니회가 종법기구가 아닌 임의단체이기에 일일이 자격요건을 확인하지 못해 문제가 발생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본각 스님은 즉각 입장문을 내고 “일각에서 주장하는 고등학교 입학을 위한 사문서 위조 같은 일은 결코 없었다. 지금도 입학과정에 대해 전혀 부끄럽지 않다”고 학력 의혹을 일축했다.
본각 스님은 “저는 3살의 나이에 출가해 강원에서 수학하며 비로소 고등학교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17살에 은사스님 도움으로 인화여고에 입학했다”며 “한국전쟁 이후인 당시엔 국내 교육체계가 명확히 정립되지 않은 시기였다. 고등과정에서 수학할 수 있는 학업능력이 입증된다면 입학이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본각 스님은 前총무원장 설정 스님의 퇴진을 요구하는 비구니들의 성명에 서명한 것은 전국비구니회가 사회문제나 종단문제에 소극적으로 일관하는 것에 안타까운 마음으로 동참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본각 스님은 “며칠 전 설정 스님을 찾아뵙고 당시 일을 소상히 말씀드렸다. 설정 스님께서도 너그러이 이해하셨다”며 “이미 종단에서도 당시 전국비구니회 부회장인 저의 서명에 대해 해종행위가 아니라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3살이라는 나이에 출가사문의 길을 택한 저를 품어준 종단에 해종행위를 했다는 의혹은 당치 않다”고 밝혔다.
한편 전국비구니회 제12대 회장 선거는 9월 18일 서울 일원동 전국비구니회관서 열린다. 조계종 승적을 가진 비구니 누구나 선거장소를 방문해 점명 후 투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