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나눔, 인연의 힘… ‘풀뿌리 홍보’ 중점”

일면 스님은… 1947년 경북 경주서 태어나 해인사에서 명허(明虛)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1964년 해인사에서 자운 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1967년을 구족계를 수지했다. 1968년 해인강원을 마치고 동국대 종비생으로 입학했다. 총무원 사회부장, 중앙종회의원, 제25교구본사 봉선사 주지, 조계종 교육원장과 호계원장, 초대 군종교구장, 동국대 이사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광동학원 이사장과 생명나눔실천본부 이사장, 해인동문장학회 이사장, 조계종 원로의원 등을 맡고 있다.

사찰의 전각에 들어서면 주불과 협시보살이 참배객을 맞는다. 눈에 띄지는 않지만, 주불과 협시보살을 장엄하는 것은 후불탱화다. 전각에 특징에 따라 있는 주불과 후불탱화가 함께 있기에 부처님의 성소(聖所)는 마침내 신앙적 아우라를 완성시킬 수 있다.

생명나눔실천본부 이사장 일면 스님은 본인을 ‘후불탱화’라고 말한다. 이는 “너희는 주불해라. 나는 후불탱화 하련다”라는 일면 스님이 도반들에게 입버릇처럼 하는 말에서 비롯됐다.

올해 희망등록 목표 80% 달성
‘생명나눔’ 바르게 알리기 위해
홍보 중요… ‘생명나눔대상’ 제정
홍보위원회 창립, 각 분야서 홍보
 
뇌사자 장기 받고 새생명 얻어
“행복한 빈손 회향하는 삶 살길”


이는 참선 수행·교학 공부·전법 포교에 나선 스님들을 뒷받침해주는 종무 행정을 담당하겠다는 스님의 의지다. 그래서인지 스님의 직함도 다양하다. 크게는 조계종을 대표하는 원로의원이자 생명나눔실천본부와 광동학원 이사장이며, 남양주 불암사 회주다.   

일면 스님은 자신이 이끄는 단체에서 리더이자 후불탱화다. 수장으로서 열정을 갖고 솔선수범하며 실무자를 믿고 묵묵히 지원하는 모습을 모두 보여서다. 그래서 생명나눔실천본부는 항상 빠른 목표 달성을 자랑한다.

“생명나눔실천본부의 주요 사업은 장기기증 희망등록과 조혈모세포 희망등록입니다. 제가 보고받은 것에 따르면 현재 장기기증 희망등록은 5000명, 조혈모세포 희망등록 2300명이 모집됐습니다. 이는 전년 대비 10% 이상 빠르게 목표를 달성한 것입니다. 아마 9월 말에는 모집 목표를 100%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올해 일면 스님이 생명나눔실천본부 사업 중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은 홍보다. 대표적인 것이 올해 처음 제정해 운영하는 ‘생명나눔대상’이다.

생명나눔대상은 장기기증 및 조혈모세포 희망등록 활성화 등 생명나눔 문화 확산을 위해 앞장섰던 개인이나 단체 등 공로자들을 치하하기 위해 제정됐다.

올해 3월 열린 생명나눔실천본부 홍보위원회 창립법회 후 가진 기념촬영.

추천 부문은 대상과 홍보상·생명상·나눔상 등 4개 부문으로 대상은 생명나눔 전 부문에 공로가 있는 개인 및 단체, 홍보상은 언론과 출판, 문화 부문에서 생명나눔 문화 확산에 공로가 있는 개인 및 단체다. 생명상과 나눔상은 각각 장기 및 인체조직 기증희망 활성화와 봉사·기부 문화 확산에 공로가 있는 개인 및 단체를 대상으로 한다.

“후보자들이 추천되면 7인으로 구성된 선정위원회에서 부문별 대상자를 선정하게 됩니다. 생명나눔대상 선정에 대한 모든 권한은 선정위원회에 있습니다. 투명하고 공정하게 심사할 수 있게 할 것입니다. 참고로 제1회 생명나눔대상 수상후보자 추천은 오는 10월 18일까지 받습니다. 많은 분들이 추천되길 기대합니다.”

이와 함께 생명나눔실천본부는 홍보 강화를 위해 지난 3월 홍보위원회를 창립했다. 현재 종교·교육·언론·경제·법조계 등 각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오피니언 리더 33명이 홍보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이 일면 스님과의 인연으로 생명나눔 사업에 공감하게 돼 참여했다.

생명나눔실천본부 홍보위원회는 종교도 뛰어넘는다. 현 박종우 홍보위원회 회장은 개신교인이다. 일면 스님과 인연이 돼 수계를 받고 ‘송운(松雲)’이라는 법명을 받았지만, 부인과 함께 교회를 다니며 개신교를 신앙한다. 그는 생명나눔실천본부가 추진하는 사업에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홍보위원회의 가시적 효과들도 바로 확인됐다. 김남명 홍보위원은 1주일 만에 장기기증 희망등록자 100명을 모집했다. 이에 생명나눔실천본부는 지난 6월 김남명 홍보위원을 생명나눔 명예의 전당에 헌액했다.

정현숙 후원회장은 한국 전통무용을 통한 생명나눔 활동에 높은 공로가 인정돼 9월 10일 열린 제2회 생명나눔 주간 기념식에서 보건복지부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생명나눔대상 제정·홍보위원회 창립 등 홍보사업에 주력하는 이유에 대해 묻자 “생명나눔은 인연의 힘”이라는 스님의 답변이 돌아왔다. 그러면서 “생명나눔 사업의 성공 여부는 홍보에 있다”며 ‘풀뿌리 홍보’를 거듭 강조했다. 

불암사에 열린 효 잔치에서 일면 스님이 어르신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생명나눔실천본부의 생명력과 경쟁력은 홍보활동이 좌우합니다. 특히 올해부터는 장기 및 조직기증 희망자 등록신청 기준이 만16세로 낮아지면서 고등학생들도 부모 동의없이 본인 의지로 희망등록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미래 희망인 청소년들부터 기성세대까지 바르게 ‘생명나눔’을 이해시키고 널리 알리는 데 홍보만큼 좋은 것이 없습니다.”

생명나눔 운동에 대한 일면 스님의 열정은 자신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이다. 일면 스님은 18년 전 간경화로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살아 돌아왔다. 뇌사자 장기기증이 있어서 가능했던 일이다. 당시는 스님의 인생에서 가장 큰 시련이기도 했다.

“1998~1999년 동안 서울 아산병원에 16차례 입원했습니다. 육체적·정신적 고통이 너무 컸습니다. 너무 힘들어서 우울증까지 왔죠. 그러던 중 2000년 1월 8일 아산병원에서 간이식 수술을 받았습니다. 수술시간만 24시간이었습니다. 간은 22세 뇌사자 청년에게 기증받았죠. 저는 누구보다 은혜를 갚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덤으로 사는 인생이기 때문이죠. 지금도 저에게 장기기증해준 22세 청년의 은혜에 감사하는 기도를 매일 올립니다.”

생명나눔실천본부 홍보지의 이름은 <행복한 빈손>이다. 이는 스님이 2007년 발간한 저서와 동명이다. 삶의 마지막, 모든 것은 보시하고 ‘행복한 빈손’으로 돌아가자는 스님의 철학이 담겼다.

그래서 스님은 항상 생명나눔 권선을 잊지 않는다. 이번 인터뷰 마지막도 생명나눔을 권선하며 마무리 됐다.

“저와 인연이 깊은 혜국 스님은 항상 눈운동을 한다고 해요. 이유는 자신이 세상을 하직하게 되면 눈이라도 깨끗이 뒀다가 남에게 줬으면 해서라고 합니다. 자신의 몸 관리를 잘 하다가 젊은 분들은 조혈모세포를 기증하면 좋고, 장기기증으로 남에게 새생명을 주는 것도 좋습니다. 이것이 힘들다면 어려운 환우를 돕는 것도 좋습니다. 생명나눔은 곧 자비이니 모두 자비행에 동참해주십시오.”

스님은 어디선가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수첩을 꺼내 일정을 조율했고, 해당 일정에 기록을 남겼다. 스님의 수첩에는 인연에 대한 메모들이 빼곡하게 정리돼 있었다. 스님이 자아낸 인연의 실은 씨줄과 날줄로 엮여 ‘생명나눔’이라는 인드라망으로 화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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