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처가 곧 불교”… 존재 대상이 法

불교는 ‘나는 있다’ 인식서 출발
부처님께서는 正覺을 이루시고
인식론인 연기 가르침 펼치셨다
연기 출발점은 존재이며 나이다

그림. 강병호

연기의 기본 12처
연기의 구체적이고 기본적인 내용인 12처에 대한 설명을 살펴보도록 하자. 
물 위에 떠 있는 빙산의 일각처럼 우리가 알고 있는 연기는 ‘이것이 있으므로 말미암아 저것이 있다’는 것이 10분의 1에 해당하는 내용에 불과하다. 6근·6경의 12처 18계, 육육법연기, 오온연기, 12연기의 골격은 물속에 들어있는 9/10에 해당되는 불교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물속에 가라앉아 있는 이 부분을 이해하고 나면 세상 어디에 있어도 두려움이 없이 나는 불자라고 큰소리 칠 수 있을 만큼 떳떳해진다. 중요한 것은 확신이 없고 자신이 없기 때문에 귀하게 키워놓은 자식들을 교인들에게 주기도 하고 문제에 부딪치면 다 양보하고 만다.

불교는 삶의 악세사리이지 소중한 보물이 못 되고 있는 것이 불자들의 현실이다. 오늘부터 공부하는 불교의 구체적인 부분을 이해하고 나면 세세생생 동안 불교와 떨어질 수 없는 인연을 맺을 수밖에 없게 된다.

이 법을 이해할 수 있을까?
부처님께서 처음 도를 이루고 나서 이 법을 설해야 하느냐 하지 말아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였다. 그래서 천신들의 권청에 의해서 법을 설하게 된다. 세상에 이 법이 존재할 수 있게 한 부처님과 6년을 함께 고행한 5비구를 찾아가서 비로소 연기와 사성제를 설하였다. 부처님께서 이 법을 설할 것인지, 그만둘 것인지 망설인 것처럼 지금 우리가 공부하려고 하는 이 부분을 제대로 알기가 어렵다. 그렇지만 이 부분을 이해하고 나면 피상적으로 알고 있는 오온이라든지, 연기에 대해서 확신이 생기게 된다.

나는 고등학교 때부터 불교를 접했고 오온연기, 12연기에 대해서 어느 정도 확신이 생기고 부터는 불교를 안다는 확고한 신념이 생겼다. 대학 시절부터 평생 동안 고민했던 부분 중에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 것이 오온연기, 12연기이다. 부처님은 8살 때부터 ‘왜 죽어야만 하는가’라는 문제를 고민했다. 젊은 시절부터 그 문제를 고민했고 또 출가를 해서 도를 이루었을 때가 35세이다.

긴 시간 동안 고민을 한 왜 죽어야만 하는가 하는 물음이 경전에서 알고 있는 그 정도의 내용이라면 ‘누구나 며칠만 공부하면 다 알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전부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가장 큰 고민거리였다. 긴긴 시간의 고민 끝에 오온연기에 대해서, 12연기에 대한 개념들이 뚜렷하게 인식된 것이다.

부처님의 은혜
부처님의 은혜가 얼마나 크고 깊은지 모른다. 느껴본 것만큼 느끼듯이 부처님의 은혜는 세세생생 갚아도 다 못 갚는다. 이렇게 엄청난 가르침을 오늘 우리는 배우려고 한다. 나도 이 부분에 대해서 나름대로 깨달음이 오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고 그리고 이 부분에 대한 인식을 쉽게 이야기하기에는 망설여지는 부분이다.

무엇보다 난해하지만 반드시 알아야 불교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거시적인 부분은 이해하기가 쉬운데 미세하게 들어있는 원리의 설명 부분은 이해가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12처 18계를 이해하고 나면 시간에 대한 연기와 공간에 대한 연기인 오온연기를 이해해야 한다.

시간에 대한 연기는 육근·육경·육식·육촉·육수·율애로 이루어졌으므로 육육법연기라고도 한다.  오온연기는 공간에 대한 연기이다. 부처님께서는 우리에게 한꺼번에 어려운 부분을 다 이해시키고 가르치려고 하지 않았다. 하나하나 이해할 수 있도록 시간에 대한 연기를 가르치시고 공간에 대한 연기를 가르치시고 그 다음 시간과 공간이 통합된 12연기를 가르치셨다.

궁극적으로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모든 것을 다 부정해도 부정할 수 없는 한 가지가 있다. 서로 보고 이야기 하고 있는 ‘나는 있다’는 것은 눈으로 보고 나가 있다고 인식할 수 있다. 부처님은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나는 있다’를 인식할 수 있는 것에서  출발하였다. 우리가 불교를 이해할 때 모든 것은 존재에 대한 인식으로부터 시작한다. 부처님께서는 도를 이루시고 존재에 대한 인식론인 연기의 가르침을 펼치셨다.

이야기의 출발점은 존재이며, 나이다. 존재에 대한 인식이 무상이고 무아이다. 이 존재를 근본적으로 회의하고 있는 상황에서 존재하고 있다고 인식하는 것은 무엇인가? “부처님이시여! 불교가 무엇입니까”라고 제자들이 물었을 때 부처님께서 “12처가 불교다”라고 말씀하시도 하셨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육경과 육근이 바로 12처이다. 12처의 내용은 6근과 6경이다. 우리 몸을 관찰해 보니 어떤 사물을 인식할 수 있는 능력체를 한문으로 ‘근(根)’이라고 하는데 눈·귀·코·혀·몸·뜻의 여섯 개의 인식할 수 있는 능력체가 6근인 것이다. 

눈(眼)
내가 있다는 것을 따져보니 먼저 눈을 통해서 외부적인 사물을 인식할 수 있다. ‘나는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라고 했을 때 안·이·비·설·신·의가 기본이다. 현대불교신문사가 어떻게 생겼는가? 이것을 알 수 있는 것은 바로 눈이 있어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눈이란 봄으로써 인식할 수 있는 능력체 중 하나이다. 나를 이루는 것을 분석해보니 바로 볼 수 있는 눈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귀(耳)
그 다음에는 귀가 있다. 둘이서 마주 앉아 이야기 하고 있거나, 음악을 듣거나 할 때 들을 수 있는 것은 귀가 있어서 가능한 것이다. 귀가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인식 능력체가 바로 귀이다. 만약 달에 갔을 때는 귀가 있어도 소리를 들을 수가 없다. 왜냐하면 공기가 소리를 전달하는 매개체인데 달은 공기가 없는 진공이기 때문이다. 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공기라는 매개체가 없어서 소리를 들을 수가 없다. 귀가 있음으로 인식할 수 있는 능력체가 있어서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할 수 있고, 소리도 들을 수 있는 것이다.

코(鼻)
우리는 출근할 때 화장을 하고 향수를 뿌리고 한다. 좋은 냄새가 나서 다른 사람들이 좋은 향기를 맡고 좋게 인식하도록 한다. 코가 있어서 냄새를 맡을 수 있다. 어떤 경우에는 향기로운 냄새가 나고 때로는 안 좋은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것은 코가 있기 때문이다. 코는 냄새를 인식할 수 있는 능력체이다. 냄새를 맡을 수 있는 능력체가 있어서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것이다. 

혀(舌)
그 다음에 혀가 있다. 혀는 말도 하지만 맛도 본다. 된장찌개를 먹으면서 맛이 있거나 없다고 할 때 혀에서 맛을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맛이 있는지 없는지를 알 수 없을 것이다. 일단 혀를 지나 식도를 통과하면 영양가 있는 것이 최고인데 혀에 딱 걸려서 맛도 있어야 하며 영양가도 있어야 통과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혀라는 것은 맛을 인식할 수 있는 능력체인 것이다.

몸(身)
눈·귀·코·혀 외에도 또 몸이 있다. 몸에 의해서 촉감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있다’ 했을 때 나는 무엇인가? 바로 눈과 코, 귀, 혀, 몸으로부터 인식되는 것이 내가 된다. 안·이·비·설·신 까지는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부처님의 위대성은 ‘근’이 5근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여기서 하나 더하여 6근이 되는 ‘의’가 있기 때문이다.

의(意)
무엇인가를 하려는 의지,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인식하려고 하고 능력인 ‘의’가 있다. 예를 들어 눈은 보는 능력만 있지 보는 것에 대해서 판단하고 보는 것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없다. 귀도 같다.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능력만 있지 그 소리를 듣고 내가 어떻게 해야겠다고 결정하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코도 냄새를 맡을 수 있는 능력은 있지만 그 냄새를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은 코에는 없다. 혀도 맛은 느낄 수 있지만 그 맛을 인식하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체는 없다. 몸뚱이도 좋다고 촉감을 느끼는 것은 실질적으로 이 피부에 닿는 그 촉감을 어떻게 인식하고 어떻게 판단하느냐 하는 총괄적인 능력체인 ‘의’가 있어 가능한 것이다.

색·성·향·미·촉·법
눈을 통해서 모든 사물을 볼 수 있다. 눈으로 인식할 수 있는 대상을 색이라고 한다.  6근은 필연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고, 6경은 보여 지는 능력을 갖고 있다. 6경을 ‘색성향미촉법(色聲香味觸法)’이라고 한다. 색은 우리 눈을 통해서 보이는 대상이다. 눈을 통해서 보이는 대상이 색이 된다.

귀는 소리가 있어서 들을 수 있다. 눈에는 보이는 대상을 색이라 하고 귀에는 들리는 대상을 성이라 하며 소리가 있기 때문에 들을 수 있다. 코는 향기를 맡는다 했는데 즉 코의 대상이 되는 향이 있다. 그 다음 혀는 ‘미(味)’는 맛이 있다 혹은 맛이 없다 하는 혀로써 맛을 느낄 수 있는 대상이 있다.

몸은 부딪치므로 통각을 느낀다. 5근의 대상 색·성·향·미·촉이 바로 5경이다. 이 의지의 ‘뜻’에 대상이 되는 것을 부처님께서 법이라고 정의하였다. 이 우주에 존재하는 대상들이 결국 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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