汚水를 淸水로, EM 활용은 ‘물 사랑’

한마음선원 어린이법회 아이들이 EM교육 후 EM발효액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EM 활용에 대한 불교계 인식 고취를 위한 교육·캠페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수질오염 의외의 요인 ‘쌀뜨물’

2019년 3월 22일 UN이 지정한 ‘세계 물의 날’ (World Water Day)을 맞아 우리나라 환경단체, 기업 및 시민봉사자 등 각계각층이 모여 환경행사를 진행했다. 이중 가장 화제가 된 것이 있다. 바로 하천바닥의 오염 퇴적층 제거와 수질정화를 위해 하천에 EM흙공을 던진 것이었다.

무심코 버리는 일상 속 쌀뜨물
산소 감소 촉발, 생물 생존 저해
발효시키면 수질 정화 활용

사찰 쌀뜨물을 EM으로 전환
한마음선원·정토회 활용 앞장
승려·주지 연수 교육 도입 등
범불교적 인식 개선 필요해

이날 하천에 뿌려진 EM은 무엇일까? EM은 유용한 미생물군(Effective Microorganism)의 약자로 인체와 환경에 유용한 미생물을 말한다. 주로 쌀뜨물을 발효시켜 EM활성액을 만들어 활용한다. 탁월한 항산화력에 더해 최근에는 수질오염 저감 효과도 보고돼 전국의 많은 지자체에서 하천정화를 위해 EM을 활용 중이다.

정토회 서초법당서 진행되는 EM교육.

발효로 EM되면 정화효과 생겨

우리가 하수구에 버리는 쌀뜨물은 사실 수질오염의 주범이다. 쌀의 주성분인 녹말은 분해되며 산소를 소모하고 이에 따라서 쌀뜨물이 하천에 방류되면 물 속 산소가 급격히 줄어 생물이 살기 힘들어진다.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으로 보면 쌀뜨물의 경우 BOD가 3000ppm에 달한다. 물고기가 살 수 있는 정도가 보통 5ppm이니 매우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불교에서 물은 생명의 상징이다. 법수(法水)를 뿌리거나 천수다라니를 염송하는 것은 몸과 마음의 삼독을 씻고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의미다. 하지만 물의 중요성에도 사찰에서는 아직까지 오수를 그대로 버리는 것이 현실이다. 불교에서는 모르고 지은 죄의 과보가 더 크고 무겁다고 한다.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를 분명하게 아는 것이 계를 지키는 데 필수적인 요건이 되고 이를 위해 계정혜 삼학이 강조된다. 우리가 생활 속에서 일으키는 수질오염을 막고 오히려 수질정화를 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EM이다.

2010년 제작돼 보급된 EM발효기.

 

EM전법 나선 사찰과 스님들

다행이 불교계에서는 최근 몇몇 사찰을 중심으로 EM에 대한 교육과 보급에 한창이다. 그중 가장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곳은 재단법인 한마음선원(이사장 혜수)이다.

한마음선원 대중이 EM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2003년 4월 제주지원에서 쓰레기 수거 문제로 악취와 벌레들이 발생하면서부터다. 당시 제주지원에서 해결방안을 모색하던 중 제주지역에서 EM환경운동이 진행되는 것을 알고 제주의 한 생활연구소 도움으로 EM발효액을 통해 악취 문제를 해결했다.

거짓말처럼 말끔히 해결된 쓰레기 문제 이후 한마음선원은 EM의 활용에 관심을 갖게 됐다. 2004년부터 쌀뜨물을 이용한 EM발효액 제작을 시작했고, 플라스틱 드럼통에 온도계 등을 장착한 발효통을 스님들이 직접 개발했다.

현재 안양본원, 포항, 대구지원 등을 중심으로 한 국내외 한마음선원 지원 15곳에서 EM실천 운동을 펼치고 있다. 한마음선원은 EM생산뿐만 아니라 교육에도 관심을 가졌다. 사찰뿐만 아니라 각 가정에서 환경운동을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는 차원에서다.

한마음선원은 매월 첫째 주와 셋째 주 전국지원에서 정기법회 후 발효액 만들기 체험학습과 발효액 나눔 행사가 진행된다. 어린이법회와 청년회 등을 통해 청년세대들에 대한 환경교육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한마음선원 포항지원 신도들이 EM발효액을 나눠 담고 있다.

특히 한마음선원은 자체적인 EM활동을 넘어 초등학교 등 외부에서도 EM실천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2010년 EM쌀뜨물발효기를 개발해 각 사찰에 보급함과 동시에 2010년부터 현재까지 울산 정토사, 서울 난곡사 등 40여 사찰에 EM발효기와 EM제품을 보급하고 대구 내서초등학교, 부산 평화의집 등 총 70여 곳에서 EM관련 환경교육과 환경정화활동을 전개했다.

한마음선원 포항지원장 혜문 스님은 “사찰에서 무료로 기기를 보급해왔지만 최근에는 구입하여 설치하고자 하는 사찰이 늘고 있다”며 “문제는 아직까지도 불교계의 EM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일부 인식이 있는 스님들은 열정적으로 EM을 활용하는 한편, 모르는 스님들은 관심조차 없다”고 말했다.

한마음선원은 그동안 진행해 오던 EM관련 활동을 배가하고자 2018년 4월에는 비영리 환경단체인 ‘EM지구사랑작은실천’을 발족했다. 그동안의 다양한 활동을 토대로 EM지구사랑작은실천은 그해 7월 조계종 교육원이 지원하는 전법교화활동단체(승가결사체)로 선정됐으며 올해 9월 3일에는 우수 승가결사체 자격으로 처음으로 승려연수교육에서 EM실천운동을 소개했다.

EM지구사랑작은실천 혜눌 스님은 “EM은 우리가 먹는 밥으로 인한 수질오염을 줄이고, 활성액을 활용해 다른 환경대중 생활이 많은 교구본사나 대형사찰의 경우 오폐수 발생이 많기 때문에 EM의 활용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M으로 오수(汚水) 재활용 운동

한마음선원과 함께 발 빠르게 EM을 통한 환경보호를 사회에까지 전하고 있는 곳은 정토회(지도법사 법륜)다. 정토회는 산하 환경기구 에코붓다를 통해 2010년부터 EM교육과 보급운동을 펼치고 있다.

에코붓다의 경우 외부업체의 도움으로 매주 한차례씩 정기법회 후 교육을 진행, EM발효액을 만들어 무료배포 하고 있다. 서초법당을 찾는 이는 200여 명 수준으로 EM배포 시에는 일반 시민들도 법당을 찾는다.

김희선 정토회 서초법당 환경팀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그냥 버리던 물에 대해 불자대중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고 있단 점”이라며 “쓰레기의 원 의미는 쓰다 남은 것으로 다시 쓰거나 재활용됨을 의미한다. 환경을 위해 우리가 삶 곳곳을 살핀다면 무심코 버리는 쓰레기 대부분이 재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EM활용은 이런 환경운동, 의식운동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EM발효액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는 스님도 있다. 포항 보경사 주지 철산 스님이다. 수익사업으로 조청 생산을 하는 보경사는 15년 전부터 조청 생산 후에 잔여물 처리로 골치를 앓아왔다. 그러던 중 EM발효액을 만들면 조청 잔여물을 해결할 수 있음을 알고 EM발효액 생산을 시작했다. 철산 스님이 대승사 선원에 있을 당시 주변 스님들의 추천으로 EM발효액을 청소 등에 사용해 그 효과는 이미 알고 있었다. 문제는 신도들이 모두 배분 받아도 남을 만한 EM발효액이 나온다는 점. 약 8톤 가량의 조청을 만들면 3톤 가량의 EM발효액이 생산된다. 스님은 결국 1500만원을 들여 아예 살수차를 구매했다.

철산 스님은 “지자체나 학교 등 필요한 곳이면 차를 가져가 뿌리고 있다. 특히 연못 정화, 하수구 청소하는 곳에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경사서 살수차를 이용해 EM발효액을 살포하고 있다.

사회의 높은 EM인식, 불교계는?

현재 EM발효액을 만들거나 EM제품을 사용하는 곳은 위봉사, 망월사, 용주사, 범어사, 해운정사, 파계사, 상원사, 고운사 등 30여 곳이다. 전국 사찰이 5000여 곳에 달하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매우 적은 사찰이 EM을 사용하고 있다. 일반 사회에서 10여 년 전부터 EM열풍이 불었고 비누 등 다양한 제품까지 개발된 것과 대조적이다. EM활용을 불교 전반적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스님들의 인식개선이 선결과제다.

최근 EM사용을 시작한 오대산 상원사의 해량 스님은 “대중생활이 많은 선원 수좌 스님들을 중심으로 친환경적인 삶의 차원에서 EM 활용에 대해서는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발효기를 들여놓은 이유”라고 전했다.

부산 해운정사 재무국장 도원 스님도 “2010년 EM제품 사용을 결정할 때 종정 스님께서 ‘그런 좋은 의미가 있으면 바로 하라’고 하셔서 진행하게 됐다. EM활용은 대중이 마음 먹으면 바로 실행 가능한 부분”이라며 불교계의 각성을 당부했다.

EM지구사랑작은실천 혜눌 스님은 “관심이 있는 스님들이 많지만 소임을 마친 후 자리를 옮기면 그동안 진행해오던 것이 무산되는 경향이 있다. 주지연수와 승려연수교육에서 환경교육, 그리고 EM활용 등을 교육해 전반적인 인식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정길 불교환경연대 운영위원장은 “현재 EM활용은 일부 사찰을 빼곤, 사찰 단위에 그치고 있는 것이 한계”라며 “그동안 불교환경분야에서도 캠페인 전개 등이 미약했던 만큼 범불교적인 인식 개선에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