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불논단] 승가 인재 등용의 조건
[현불논단] 승가 인재 등용의 조건
  • 조기룡 동국대 불교학술원 교수
  • 승인 2019.09.06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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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종단 승려인사 장벽 존재
문중과 계파 중심 인연 강조
문중은 가풍 대신 재원 승계
계파는 선거 당락에 큰 영향

이제는 실적주의 강화가 필요
개인적 인연이나 당파성 넘어
업무수행 능력 기준에 방점을
공개경쟁으로 부정도 줄어든다

한국불교 주요종단의 승려인사에는 두 가지 장벽이 현존한다. 문중과 계파가 그것이다. 사회 일반조직의 인사에 혈연, 학연, 지연이 영향을 미친다면 승가의 인사에는 문중과 계파가 주로 작용한다. 이는 한국불교의 인사가 정실주의와 엽관주의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주요원인이기도 하다. 정실주의(情實主義)는 말 그대로 정이 열매를 맺는 것으로써 인사권자와의 개인적 정이 인사의 매개가 되는 것이다. 엽관주의(獵官主義)는 관직을 사냥한다는 의미로 선거 등에서 공을 세워 직위를 얻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문중이 정실주의의 원인이라면 계파는 엽관주의의 원인이다.

본래 절집의 문중(門中)은 스승으로부터 제자에게로 수행가풍을 전승하는 맥이었다. 하지만 근래에 들어서는 스승과 제자 사이에 경제적·물질적인 지원이 밀접하게 결부되면서 세속적인 가족의 개념이 강하게 형성되어가고 있다. 유교식 집안 운영 원리가 불교에 자리 잡게 된 것이다. 다시 말해, 불교의 문중이 수행가풍의 전승보다는 경제적·물질적 승계라는 유교의 문중 기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특히 교구 내 말사주지 소임을 둘러싸고 강하게 나타난다. 나아가 문중에 의한 인사 문제는 총무원장의 선출을 비롯한 중앙종무기관의 소임과 관련하여서도 나타난다. 총무원장의 선출에 있어서는 문중의 집단행동과 문중 간 연대가 주요 변수로 작용하고 있으며, 중앙종무기관의 집행부 구성에 있어서도 문중에 대한 고려가 인사의 주요 요소가 되어있다.

한국불교에서 엽관주의를 대표하는 사례로는 종책모임이라고 불리는 계파(系派)를 들 수 있다. 오늘날 조계종의 계파는 과거 문중의 힘을 점차 대체하고 있다. 과거에는 인사에 있어서 문중의 의사가 전적으로 영향을 미쳤는데 비하여 이제는 계파의 영향력이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1994년 소위 개혁불사와 무관하지 않다. 당시 종단의 민주화를 위하여, 중앙종회의 권한을 강화하고 총무원장과 교구본사주지를 선거로 선출하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그런데 중앙종회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이해관계에 따른 계파가 종책모임이라는 이름으로 형성되었다. 계파는 이후 총무원장과 교구본사주지 선거에서 세를 규합하여 당락에 영향을 주는 행보를 보여 왔다. 각종 선거 이후에는 계파 내의 기여도에 따라 중앙과 교구에서 주요 소임에 임명되는 구조가 되었다.

이와 같이 문중과 계파, 즉 정실주의와 엽관주의가 스님 인사에서 주요 기준이 되어 있는 한국불교에서 실적주의의 강화는 시대적 요청이기도 하다. 실적주의는 정실주의나 엽관주의에 대한 반()명제로서 능력에 바탕을 인사관리제도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실적주의는 조직구성원의 등용이 개인적 인연이나 당파성이 아니라, 업무 수행 능력을 기준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즉 실적주의의 강화란 소임자의 인사 기준을 기존의 문중과 계파 일변도에서 벗어나 실적의 반영 수준을 보다 더 높이자는 것이다.

향후 한국불교에 있어서 실적주의가 도입되어 실천된다면 우선, 능력 있는 모든 스님들이 소임에 등용될 수 있는 기회를 균등하게 보장받음으로써 종단 내 민주주의적 평등이념의 실현에 기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또한 공개경쟁과정에서 무자격자나 정치적 부정행위자를 배제함으로써 종무행정 능률의 향상과 소임자의 자질 향상에 이바지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문중과 계파를 벗어나 능력과 실적에 의하여 등용된 소임자는 정치적 중립이 용이하기 때문에 문중과 계파 이익이 아닌 대중의 대변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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